백일해 :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흡'하는 소리,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 14일 이상의 특징적인 기침 양상을 보인다(자료 출처-네이버)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들었던 레퍼토리 중의 하나가 바로 나의 백일해 이야기였다. 내가 아주 신생아일 때 백일해에 걸렸고, 기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 첫 아이인 내가 아파서 엄마도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던 때라고. 잊을만하면 엄마는 백일해 이야기를 했었다. 다행히 백일해는 근래 많이 볼 수 없는 질병으로 알고 있었는데.. 축구를 함께 보러 다니는 둘찌가 바로 이 백일해에 걸려버렸다.
정말 쉬지 않고 기침을 했다. 기침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갈비뼈가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단순감기가 아닌 것 같아 폐사진을 찍고 백일해 검사 후에 입원수속을 밟았다. 다음날 나온 결과는 '백일해'확정. 4인실에 머무를 수 없어 1인실로 자리를 옮기고 격리에 들어갔다. 아이가 입원 중이니 나와 남편이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보아야 했다. 격리 중인지라 병실밖으로 나와야 하는 심부름은 모두 나와 남편의 몫이었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병실 안 작은 텔레비전으로 보며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점점 대회는 다가오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걱정만 한가득이었다. 일주일 입원 후 퇴원을 한 둘찌가 다시 기침이 심해졌다. 그리고 막내도 기침을 심하게 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둘은 모두 입원을 했다. 둘째는 폐렴으로, 막내는 백일해로.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이들도 돌봐야 했고, 집안일도 엉망이었다. 둘찌와 막내가 같은 병실을 사용할 수도 없어 두 병실을 왔다 갔다 거리면서 챙겨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이미 멀리 날아가 버렸다. 대회가 코앞이라 특별훈련을 더 해야 했지만 훈련은커녕 매주 수요일 정식훈련도 딱 한 번밖에 참여하지 못했다. 내가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나 보다. 내 욕심이 컸던 걸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퇴원을 했고, 바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회도 주말로 다가왔다. 연습도 제대로 못한 개발이지만 나가서 응원이라도 해야 했다. 대회날 새벽 미리 챙겨둔 짐을 들고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