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암~ 이건 이 세상부모들이 모두 공감하는 진리일 것이다. 나 역시 우리 부모님께는 아주 특별한 천재소녀였다.그렇지만 실상은 별거 없었다. 그저 남들보다 기저귀를 조금 빨리 떼고, 글을 빨리 읽었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구구단을 외울 줄 알고 간단한 계산을 할 줄 알았다. (정말 구구단의 원리를 잘 알고 그런 것일까? 그냥 노래 부르듯이 외운 건 아닐까? 너무 어릴 때라 그때의 일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다만 엄마의 기억에는 오랫동안 남아있었나 보다)
그리고 책 읽기를 좋아했다.
책만 있으면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고 그저 책 읽는데 만 몰두했다.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기에 우리 집에 전집 따위는 없었다. 그저 가끔 서점에서 사 오는 한두 권의 책이 다였다. 그리고 서점에 가는 걸 좋아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니.. 부모님의 눈엔 그저 대견스럽고 기특해 보였으리라..
그런 부모님에게 주변에서는 영재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방법도 모르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던 부모님은 나에게 평범한 길을 가도록 하셨다.
'그건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영재도 천재도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때 힘들게 영재교육에 나를 밀어 넣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나의 책에 관한 열정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였던 것 같다. 이후 나는 서서히 책에 흥미를 잃고 또래의 다른 아이들처럼 고무줄놀이와 사방치기를 더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 아줌마가 되면서 책과는 완전히 멀어지고 있었다. 물론 나의 세 아이에게는 책 읽기를 좋아하라고 열심히 강요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