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해?

by 해피연두

제가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바로 '이혼숙려캠프'입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와 이혼을 원하지 않는 배우자의 그 뜨겁고, 열정적인 이야기를 한참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타당성을 부여하려고 합니다.

술을 마시는 것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짜증을 내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살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에 대한 실망이 쌓이고, 그런 것들을 잘 풀어나가기보다는 잘못된 방법으로 풀어가다 보니 오해는 더 쌓이고... 결국엔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닌 상대방 탓이 되어버려 이혼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 같습니다.


제가 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남편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 안에서 싸우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계속 술을 마시는 모습을 왜 보냐면서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저도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좋아서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모습뒤에 감추어진 그들의 사연이나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저에겐 꽤나 흥미롭습니다.


이혼숙려캠프에 참여한 부부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일상생활 영상을 보는 자리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서로에 대한 호칭이나 말투가 부드럽지 못합니다. 좋지 않은 감정들이 쌓여있기에 그런 것들이 말투에 그대로 배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옆에 있는 남편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결혼 후 20년 동안 남편은 저에게 "야", "너", "네가", " ~해"라는 말투를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연애할 때 오글거리는 애칭하나 없는 커플이었지만, 결혼하고서도 서로를 낮추어 부른 적은 없습니다.

정말 정말 기분이 나쁠 때에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제어가 되지 않을 때에도, 서로를 함부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이럴 땐 오히려 더 침묵하게 됩니다.

20년을 같이 산 지금은 그 침묵의 의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조심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기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혼숙려캠프 속 사람들의 모습들은 꽤나 낯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 같습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인데, 내가 비하하고 무시한다면 결국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화살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아마도 남편도 이걸 아주 잘 알고 있나 봅니다.


문득 텔레비전을 보다가 남편에게 말합니다.

"말 예쁘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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