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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row and pleasure Jun 25. 2021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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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늘도, 딸이 아니면 누구한테 하겠냐며, 자신이 가진 감정의 쓰레기들로 딸의 마음을 꽉꽉 채워놓았다. 엄마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결혼하면 이해할 줄 알았다. 엄마의 나이가 되면 이해할 줄 알았다. 엄마의 말대로 나 같은 딸을 낳으면 이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날 꼭 닮은 딸을 키워 보니, 나는 그저 대견하고 신기하고 너무 기특하기만 했다. 그런데 왜 엄마는 ‘너 같은 걸 낳아서 고생하라고 했을까?’

    

엄마도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텐데, 엄마는 왜, 자신의 아이를 기르는 그 당연한 ‘인간’의 도리에 대한 감사를 그토록 내게 강요했을까? 엄마는 왜, 스물한 살, 대학 한번 가고 싶다는 내게 짐보따리 하나 던져주며, 나가라고 했을까? 60년대, 70년대도 아니고, 무려 1996년도에. 내가 이 세상에서 배운 상식 밖의 일이었다.

    

살면서 내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혼 후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 전에는, 정답이 결혼 안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결혼만 하면, 엄마의 처지를 이해하고 나의 잘못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혼생활 어디에도 그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혼 후 시작한 공부를 통해 배움이 쌓여갈 때쯤, 엄마를 ‘정신이 불완전한 아픈 사람’으로 홀로 정의했다. 이러한 기준이라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자식한테 쓰레기라고, 원수라고 부르면서, 늘 자신이 무척 영리한 사람이라고 했다. 결국, 엄마를 무리하게라도 이해하고 평안을 얻고자 했던 나의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엄마는, 우리 외할머니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자신을 내몰아서 무척 ‘영리한’ 당신이 그렇게 어린 열네 살 나이에 한글도 못 배우고 무식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고생하고, 글을 못 배워서 우리한테 그런가 해서 내가 8년에 걸쳐 한글을 가르쳤다. 그 과정은 정말 기나긴 시간이었다….   

       

‘아니 세종대왕님! 한글이 이렇게 가르치기가 어려운 것이었습니까!’       

    

내가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엄마가 배우는 속도는 정말 더디고 망각하는 속도는 거의 빛의 속도였다. 가르치다 지친 나도, 배우는 엄마도 낙담하기 일쑤였다. 이후, 이 정도 시간이면 누구라도 천자문을 외지 않을까 하는 기간이 지났다! 그제야 엄마는, 한글을 더듬더듬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엄마는 한글을 알게 된 후에도 여전했다. 그 후부터는 엄마에게 어린이 동화책부터 수필까지 다양한 책을 읽도록 했으나 소용없었다. 엄마의 마음은 상호작용 기능이 고장 난 것 같았다. 책에서 하는 그 어떤 좋은 이야기도, 남편의 이야기도, 딸의 마음도, 아들의 아픔도, 그 어떤 것도 입력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오로지 자신의 억울한 인생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들이 당신 인생을 망쳤는지만을 반복해서 말했다. 심지어, 작년에 이미 돌아가신 배우자조차도, 엄마에겐 원망 거리일 뿐이었다.       

    

"기왕에 죽을 거면 조금 일찍 죽을 것이지, 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죽었어야 돈 많은 영감한테 시집이라도 갈 거 아니냐!"   

  

엄마는 오늘도, 40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원망했다가 자식을 원망한다. 엄마의 논리에 따르면, 엄마 주변 모든 인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불운의 씨앗이며, 자기 인생을 망친 원흉이다. 도대체 사는 내내 무슨 일이 있으면, 사람이 이렇게 한결같이 비뚤어진 상태일 수 있는지 나는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엄마라는 책을 한번 제대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엄마가 늘 이야기하는 구술자서전을 분석해보았다. 엄마는 열네 살, 어린 나이에 당신의 매서운 엄마 몰래 경상도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했다고 한다. 그 후 집과 연을 끊고 남의 집 식모살이를 했단다. 식모살이하던 열네 살 때는, 일도 너무 많고 배가 너무 고파서 주인집 할머니가 남긴 밥을 좀 먹었는데, 버릇없다고 무척 혼나고 울었다고 했다. 이후로는 공장에서 여공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네 아빠를 만났는데 하도 잘해주길래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같이 살았단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부터는, 그렇게 속을 썩이더란다. 그러면서, 너만 없었더라면, 네 동생만 없었더라면, 진즉에 도망갔고 이렇게 살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엄마의 이야기를 아무리 분석해도, 나는 엄마의 마음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독서와 함께 삶이 깊어 지면 깊어질수록 이제는 엄마를 탓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아, 이게 뭐람, 이러려고 내가 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는가, 어떨 때는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이런 현재의 내 마음은 물론 평생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행동을 설명할 책 한 권을 만났다.    

 

바로 하버드 그랜트 종단연구 책임자였던 조지 베일런트 박사님의 <성공적 삶의 심리학>(나남출판, 2005)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축적된 고통이 있기 마련이고, 그 감정의 상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행동적 방어막(방어기제)을 발동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사회에서 용인되는 방식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 내면에서 형성되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질처럼 평생에 걸쳐 나타난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에게 미친것처럼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성격이나 행동 또한 그 나름대로 자기 삶에서 버티기 위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의 방패가 작동한 결과라고 한다.     

결국, 엄마는, 우리의 부모들은, 그들의 삶이 주는 난관을 방어할 합리적이고 성숙한 방어법을 습득하지 못한 거였다. 그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비합리적인 방패를 발동한 불운한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 엄마의, 부모의 모습이었던 거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평생의 의문점 두 가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첫째,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며, 한순간도 진실로 말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믿는 지구 속 조그만 외딴 섬 같은 엄마의 현재 모습은, 어리고 미숙했을 그 시절, 그녀가 믿을 사람 하나 없이 타지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오면서 터득한 인생의 대처 방법이었으며, 그 익숙한 방법이 평생 성격으로 굳어진 결과였다. 둘째, 그렇게도 부모가 원망스럽다면서도, 평생을 끈덕지게 그들을 이해하고자 고군분투했었던 나는, 부모가 나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함을 이해해야만, ‘나’라는 개체가 남은 이생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이 책에서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라도 우리가 의식하고 노력하면, 성숙하게 가꿔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사실, 성숙한 방어기제란 우리가 인생의 다채로운 고통을 잘 견뎌내도록 하는 내면의 힘이다. 또 우리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이롭게 하는 마음의 힘이다. 성숙한 방어기제가 삶의 고통을 녹이는, 모두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지만, 우리는 과연 여기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평생학습을 하면 된다.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을 강화하는 공부를 하라는 거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탐구하여 내면에 잠재된 강한 힘을 끌어내는 공부를 매일 하는 거다.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 새로운 배움을 이어나가며, 우리 인생에서 부모, 형제 등의 친밀하고 큰 영향력을 가진 관계에서 파생된 문제를 읽어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늘 시도해야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세상을 읽고, 마음을 쓰며 우리는 어떤 관계든 읽어내고 소통할 힘을 얻어 점점 더 내면이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평생의 활동들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제 지식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독서를 넘어서야 한다. 지식 혹은 재미만을 추구한 많은 양의 책을 폭식하듯 읽어 치우기보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나의 문제와 관련된 책을 제대로 골라 곱씹어 읽으며,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마음, 감정을 잡아 글로 써야 한다. 그래야만 고통스러운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 바뀌고 내일의 삶이 달라진다. 


오늘부터,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문제들, 그 문제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잡아서 글로 쓰고 다시 읽어보자. 그리고, 나를 둘러싼 문제를 책 속의 지식과 책을 읽으며 내가 적은 마음 글들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거다. 그 과정들은 우리들의 미숙했을 부모와 그 때문에 상처받은 우리의 인생을 동시에 읽어내게 한다. 따라서 우리가 과거나 현재의 고통의 문제를 대할 때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전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힘을 길러준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으면, 엄마를, 부모를, 그리고 우리 인생을 둘러싼 문제들을 함께 읽게 된다. 사실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은 매우 쉽다. 관련된 추천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과거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작은 노트에 옮겨 적고 이 노트를 여러 번 다시 읽어본다. 그 후에 전체적인 자신의 결론 혹은 생각을 색 볼펜으로 적어놓고 다시 반복해 읽으면 그만이다. 이러한 제대로 된 책 읽기를 통해 숨겨져 있던 자신의 마음과 현재의 자신의 마음 변화를 알아채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의 고통과 문제를 알아채고 풀어나가는 지름길이다.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너에게.

       

네가 만약, 부모 자녀 간의 관계를 다룬 책을 읽으면,

읽는 내내 너의 상처가 떠오를 거야.

마음도 아프고, 때론 화도 나고 그렇더라도 읽어보자


그리고

그 묵은 상처를 꺼내서 치유하자.

그러려면, 글로 그 떠오르는 상처를 잡아서 잘 써놓아야 해.

안 그러면, 어느새 그 상처가 마음 깊은 곳으로 도망가 버리거든.


마음의 상처도 꺼내서 

치유해야만 우리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과거의 경험이나,

지난 상처를 글로 옮겨 적고 읽어보자.


그리고 그 책을 읽어보자.

네가 독서 때마다 쓴 네 마음의 책을 말이야.

네 마음을 쓴 책이 진짜 널 치유할 책이거든.


앞으로 남은 너의 생을,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더 많이 행복하게 해줄 너의 책을 읽어보는 거야.


꼼꼼히 읽어보자.

너에게 상처를 주었던 엄마도, 타인도 그 속에서 읽어보고, 

상처의 기억과 경험도 읽어보고,

너의 글에 나타난 너의 마음도 읽고 말이야.


네가 쓴 너의 책을 읽으며,

넌 분명 앞으로 더 나아질 거야.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넌, 오늘 부터 나와 함께

 매일 스스로 치유해 나갈 거니까.  


오늘 부터, 내면 독서로 네 마음을 만나고,

마음 쓰기로 네 마음과 대화하며,

너의 상처와 너를 함께 읽어보자.





[추천 책 & 마음으로 쓴 서평]


<배움의 발견>(타라웨스트오버, 열린책들,2020)     

:이 책은 비정상적인 정신병과 지독한 열병 같은 종교적 신념이 뭉친 부모 밑에서 자란, 타라 웨스트 오버 박사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부모님들은 매일매일 오지도 않을 세상의 종말을 준비한다면서 산꼭대기에 산다. 이들 가족은, 늘 식량과 총기를 비축하며 자식들을 위험한 생업현장에 내보내 불에 타게 하고, 교통사고가 나도 주님이 고쳐주신다며 절대로 병원에 가지 않는다. 심지어 악마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곳이라고 학교조차도 보내지 않는다. 이러한 가정환경 속에서 세상, 학교, 배움이라는 곳으로 탈출한 그녀는 가족들에게 이단이며,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타라 박사는 자신의 뿌리인 가족들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정신적인 혼란과 충격을 받고 방황한다. 그녀는 자신이 노력하면 가족들이 달라지리라 믿지만, 도리어 가족들이 지속해서 그녀의 정신과 영혼을 갉아먹고 그녀를 병들게 한다. 그녀는 박사가 될 만큼 공부를 해도 영혼의 아픔은 가시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 책은 부모님을 이해하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한다. 배움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타라 박사의 부모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되는 과정을 생생히 느껴 볼 수 있다.  

                       

<독서 치료의 모든 것>(임성관, 시간의물레, 2019)     

:이 책에서는 우리 스스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자가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독서로 내면을 치료하는 원리는 문학작품을 통한 독자의 동일시와 카타르시스라고 하였다. 즉, 문학작품 속에서 나의 상황과 비슷한 인물을 보고, 내 문제이지만, 표면적으로는 그 등장인물의 문제를 생각해 봄으로써 나의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통찰을 얻는 방법이며, 무의식 속에 있던 아픈 내면의 감정을 책 속 등장인물을 통해 수면으로 꺼낸 후 정화하고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라 하였다. 이때 자가 치료를 위한 도서 선정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어딘가 마음의 내상이 있는 사람들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지라도 결국 자신의 내상과 가까운 문학작품을 선정하고 그 등장인물을 통한 동일시와 카타르시스를 통해 지속적, 반복적으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자가치유의 근거와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독서, 심리학을 만나다>(남상철, 마음동네, 2018)     

: 이 책은, 독서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책으로, 최첨단 시대를 사는 우리 현대인의 바람직한 독서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동안 인간의 독서는 지식을 습득하고 세상을 만나기 위한 유일한 도구로 작용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실시간으로 세상과 접촉과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지식을 검색해 찾아낼 수 있는 시대다. 또한,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지식을 넘어서는 기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시대다. 따라서 저자는 현대인의 독서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우리가 책을 읽고 나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나를 둘러싼 관계,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할 시대라는 이야기다. 마음과 독서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바람직한 현대인의 독서 방향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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