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일기]
2021년 3월 28일 새벽 6시 7분
3월인데도, 아직은 새벽 시간이 밤처럼 깜깜하다. 일찌감치 새벽 근무를 나간 낭군님이 아침에 배송 온 헤이즐넛 분쇄 원두커피를 들여다 놓고 갔길래, 일어나자마자 커피부터 내렸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싱싱한 자몽을 하나 까서 빵칼로 곱게 잘라 접시에 옮기고, 잠시 냉동고에 접시째 넣어두었다. 그러고 나선, 설탕이 전혀 들지 않은 거무죽죽한 통밀빵을 두 조각 꺼내 넣고 토스터를 돌린다. 냉장고에서 버터와 쨈을 꺼내면, 마침 토스트도 ‘탁’하고 올라오고, 원두커피도 ‘삐삐’ 거리며 어서 잡수십사 하고 나를 부른다. 나는 늘, 제일 먼저 구수하고 향긋한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시는데, 이때마다 정말 행복하다.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통밀빵의 시큼함도, 익숙해지니 점점 더 구수하다. 목초 버터의 마치 스카치 버터 사탕 같은 진득한 풍미도, 딸기 과육이 잔뜩 들은 새콤달콤한 딸기잼도 다 작고 소중한 아침의 행복의 구성원이다. 심지어 냉동고에서 자몽인지 셔벗인지로 변신해 있을 나의 후식은 생각만 해도 벌써 행복하다.
이 환상적인 조합에, 오늘도 빠질 수 없는 밥상 책도 가지고 왔다. 오늘의 책은, 북 칼럼니스트 이자 현직 교사인 박균호 선생님의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갈매나무, 2020)였다. 이 책은, 작년에 출판사 서평 서포터즈로 활동할 때 받아 읽었던 책이다. 다 읽었는데도, 너무 좋아서 아침을 먹을 때마다 간간이 또 읽는데, 읽을 때마다 새롭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등의 다양한 인문학적인 행위를 좀 더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자신이 흥미롭게 읽었던, 스물여덟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했다는데,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모든 책 소개의 처음 도입부는 수필처럼, 단순히 작가의 가족 이야기와 일상에서 일어나는 친근하다 싶을 정도의 일기 같은 일상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일상수필이 정말 절묘하게도 소개하는 책의 내용과 자연스럽고, 유려하게 잘 연결이 되어 난 분명 책을 읽으려 했을 뿐인데 인터넷 서점 창에서 책을 줄줄이 주워 담고 있는 것을 동시에 하게 된다. 난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이 책 한 권을 읽고 ‘죽기 전에 꼭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 수십 권을 불러들이는 기적을 보게 될 거라 믿는다. 이분은 자신의 책이, 글이 이렇게 커피 향기처럼 누군가를 중독시키는 것을 알고 계실까?
저자는, 책 곳곳에서 아내나, 딸에게 저자 자신에 관련된 모든 것이 관리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하고, 현명한 마나님의 엄명에 따라서만 산다고 쓰는데도, 행복함이 내내 글에서 묻어난다. 일상의 행복을 다정한 글로 엮어 책을 만들고, 글 자취를 남기니 어찌 향기롭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이분의 책은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던 거였다. 행복한 아침 밥상 책으로 딱 맞다.
'행복하다, 행복해'
매일 같은 일상인데도, 이렇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조용하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밥을 먹고,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곱씹어 보는 일상이, 참말로 행복하다.
‘아 진짜 너무 행복하다 ’ ‘로또 1등도 안 부러워!’
이글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너무 행복해서, 블로그에 썼던 일기였는데,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알고 보면 행복은, 이렇게 별것 아닌, 자잘한 일상생활 속에서 흔해 빠지게 찾아낼 수 있으며, 우리가 마음을 어찌 먹느냐에 따라 거저 주워 담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나중에, 연구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서은국 선생님이 쓰신 <행복의 기원>(21세기북스, 2014)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우리가 느끼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일상의 행복들이, 우리에게 정말 로또 1등보다 더 깊은 행복을 주고, 우리를 살아나가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서은국 선생님은 <행복의 기원>(21세기북스, 2014)에서, 본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적 측면에서 보면, 직접적인 삶의 목적이 생존이라 했다. 그러나, 인간은 쾌감이나 행복감의 상실 같은 정신적인 이유로 자신을 스스로 사멸시키기도 하는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종이기 때문에, 사람만은 유독 생존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행복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인간에게는 생존을 지속할 의미가 되는 '행복감'이 필요한 거였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그토록, 행복을 바라는 거였다.
‘그래 정말 맞다. 맞아.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족해도 스스로 행복하다 느낄 수 없으면, 살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거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생존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본 조건은 바로 ‘행복’이었다. 그럼, 생존에 필수적인 이 행복이란 녀석을,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얻어야 하는가? 로또 당첨이면 될까?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로또 당첨 같은 인생역전을 느낄 정도의 쾌감이라도, 심지어 그보다 더한 행복을 주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라도 우리는 대부분 3개월이면 다 이전의 행복감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아니, 행복이 다이어트처럼, 요요현상이 있다니, 절망이다. 정말! 그러나, 서은국 선생님의 글에 따르면, 만약, 우리가 한번 얻은 큰 행복으로 영원히 계속 행복했더라면, 그동안 내내 살기 위해 더 나은 환경이나, 먹이를 찾고 도구를 고안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로 인해 우리 종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멸종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가 아무리 인생역전의 큰 행복감을 느끼더라도 어느 정도 지나면 이전 수준의 행복감 정도로 회귀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한다.
그럼 어찌하면 좋을까. 우리가 잘 살아나가는 데는 행복이 필수인데, 그 행복을 얻는데 ‘로또’ 당첨 같은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 일어나도 소용이 없단다.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저자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안하는 것이 바로 일상의 잔잔하고 소소한 '행복'의 추구였다. 즉,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작지만 빈번한 행복이 우리를 지속해서 행복하게 하는 요소이며, 그런 소소한 행복의 사건들을 토대로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얻고 생존력을 올리게 된다는 거였다. 역시, 행복이란 것은, 머나먼 곳에 있는 새롭고 엄청난 무언가가 주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행복은 우리의 곁에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삶이 너무 불행하다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향기가 좋은 원두커피를 천천히 직접 내려서 마셔봐.
향기가 좋은 홍차를 한번 사봐도 좋고.
예쁜 잔도 하나 사면 정말 금상첨화지.
중요한 건 값싼 것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거야.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값을 지불할 때
뭐든지, 더 소중하게 느껴지니까.
너를 위한 좋은 먹거리를 사서, 자신을 스스로 챙겨주는 거야.
정말, 귀하고 좋은 것을 사서, 귀한 너를 위해 먹고 마셔봐.
누가 너를 챙겨주고, 귀히 여겨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귀히 여기는 것이 더 깊은 행복을 주더라.
네가 보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서점으로 뛰어가서 당장 사는 거야.
도서관에 있을 텐데, 전자책으로 사면 더 싼데, 이런 생각 따위, 가성비 따위는 집어치우는 거야.
그저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열기가 식기 전에 바로 사는 거야.
물론, 온라인 서점도 괜찮아.
내가 나를 위한 책을 산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김현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읽기>(문학과지성사, 2015)에서 보니까,
책 읽기는 단순한 활자 읽기가 아닌, 그 책이 던져져 있는 상황을 읽는 거라고 하더라.
책을 읽고, 우리가 처한 고통과 상황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라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책을 꼭 사야 해.
그 책을 읽다가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 글에는 밑줄도 치고,
나의 고통의 답이 나올 때는 책에다, 메모도 깨알같이 해야 하니까.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여백은 네 마음 치유의 장이 되고, 결국은 너를 행복하게 할 테지.
때로는 삶이 참 단조롭게 느껴질 때도,
너는, 너만의 평범한 하루에서 작은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거야.
우리는 이제 일상의 행복 발굴자가 되는 거지.
우리가, 행복할 거리를 찾고, 행복 하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행복이 우리 곁에 오더라.
수수한 일상의 행복을 알아차리는 나를 키우기 위해서
오늘부터 마음 일기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키워드는 ‘행복’.
설령, 지금 행복하지 않더라도,
행복할 거리를 찾아 자꾸 ‘행복하다’라고 쓰다 보면 정말 행복해지더라.
우리의 뇌는, 자꾸 쓰고 읽다 보면, 그렇다고 믿거든.
꼭 일기장이 아니어도 돼. 읽던 책 여백에다 날짜와 두세 줄의 짧은 글을 써도
너무나 소중한 일기가 되니까, 가볍게 시작해 보는 거야.
우리,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 매일 스스로 연습해보자.
물건의 소유가 주는 찰나의 행복이나,
인터넷 세상의 피상적인 관계가 주는 무의미한 행복을 넘어서는,
‘나’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행복을 찾는 거야.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견고한 너의 행복 말이야.
우리가 이렇게 발굴해낸 일상의 작은 행복들은 모이고 모여,
큰 행복의 강줄기를 이루게 될 거야.
그 행복의 강줄기는 다시 거대하고 단단한 행복의 바다가 되어 우리를 품어줄 거야.
우리에게 아무리 큰 상처가 있었더라도, 앞으로 더 큰 고통이 있을지라도
결국, 우리는 오뚝이처럼 그걸 딛고 일어날 테지.
괜찮아,
영원히 내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이미 네 곁에 있어.
[추천 책 & 마음으로 쓴 서평]
<행복의 기원>(서은국, 21세기북스,2014)
:이 책은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아니면, 살기 위해서 행복해야 할까 등의 행복과 관련된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에게 행복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제일 중요한 촉진제이지만, 그 행복감은 행복의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은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간헐적이고 소소한 행복을 통하여 지속할 수 있는 행복을 얻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행복이란 것은, 머나먼 곳에 있는 새롭고 엄청난 무언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또한, 행복은 언제나 늘 그렇듯 내 주변에 소소하게 있으며, 그 행복을 내가 인지하고 활용할수록 나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 즉, 우리가 더욱더 잘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소소한 행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행복은 우리의 곁에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일상의 잔잔한 행복 거리를 보석인데 보석인 줄 모를 뿐이다. 이 책은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행복을 탐구하고 찾아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박균호, 갈매나무, 2020)
:이 책은 북 칼럼니스트이며, 현직 교사인 저자가 그동안 재밌게, 흥미롭게 읽었던 다양한 분야의 책 28권을 소개한다. 이 책의 큰 장점은 단순한 책 소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작가와 가족들의 진솔하고 솔직한 에세이를 서두로 그와 관련된 책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 여기서 소개된 책들, 스물여덟 권 모두도 하나같이 흥미로워서 읽는 독자는 누구나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여기에 소개된 책을 다 쓸어 담아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일상과 소소한 행복이 잔잔히 묻어나는 에세이, 그리고 좋은 책 목록을 동시에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