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늘 복잡하고 어렵다. 가깝게 다가가면 엉켜버리고, 멀어지면 텅 비어버린다. 우리는 모두 연결을 원하지만, 간혹 관계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곤 한다. 작은 대화에서부터 큰 관계까지, 상대의 요구를 수락한 후 돌아서면 후회가 밀려온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마음은 자주 뒤흔들린다. 그들의 무심한 말, 예기치 못한 상황에 쉽게 동요되고, 낯선 시선조차 마음을 흔든다. 나는 왜 이렇게 관계 속에서 쉽게 흔들리는 걸까? 스스로 다짐하며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지만, 인간관계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흔들림을 멈추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유연해지고 싶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없이 고민한 끝에 내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나만의 울타리를 세우는 것이었다.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안식처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기 시작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여야 했고 내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생각해 보았다. 상대의 표현 방식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로 상대의 반응과 내 감정을 분리하여 생각하기로 했다. 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고 다루기 위한 이 울타리는 타인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었다. 타인의 요구에 흔들리기 전에, 나는 나만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나는 작은 거절을 연습하고 있다. 타인의 요구가 닿기 전에, 울타리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 물음은 내가 중심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지는 나만의 울타리는 보호막처럼 나를 감싸주며, 마음의 근육을 키워준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는 "잠시 생각해 볼게"라는 한마디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나의 마음을 소홀히 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감정만큼 천천히 나아가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점점 더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울타리가 있다고 해서 불편한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예고 없이 밀려오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그 파도를 억지로 밀어내려 할수록 더 강하게 몰아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 파도를 잠재우려고 애쓰지 않는다. 불편한 감정이 밀려오면, 이제는 억누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연습을 한다. 감정은 우리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평생 동행해야 할 동반자 같은 것이다.
이제 감정이 일렁일 때 당황하지 않는다.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친구의 말 한마디에 서운해질 때, 그 감정이 그 말 때문인지 아니면 내 안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본다. 때로는 감정이 나를 속이기도 하므로, 나는 한 발 물러나 감정을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감정의 근원을 탐구하다 보면, 거센 파도 같던 감정도 어느새 잔잔해진다. 이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통해 외부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워간다.
감정이 일어날 때 호흡을 고르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그리고 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유롭게 감정의 실체를 기다린다. 감정은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진정한 실체는 차분히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타인의 시선은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같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어오고, 때로는 무심한 말이 마음에 깊이 박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그 바람을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타인의 말이 쉽게 떠나지 않을 때,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잠시 멈춰서 생각해본다. "이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 나의 진실이 아니다"라고 자신에게 상기시키면, 나와 타인의 관점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둔다. 무조건 상대의 의견이 틀렸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그 말이 나에게 필요한 조언일 수도 있지만, 비난이나 주관적인 판단이라면 굳이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이젠 그 누가 비판을 하더라도 바람이 나무를 흔들지만 그 뿌리는 그대로 자리하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릴지라도 내 중심은 잃지 않는다.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흘려보내며 울타리 속의 나를 단단히 지켜나가는 법을 배워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끝에는 고요한 고독이 있다. 고독 속에서 나는 진정한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나는 나를 성찰하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다. 기록을 통해 흩어진 감정과 생각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나는 내 감정을 기록하며 하루를 돌아본다. 나를 울컥하게 한 일, 마음을 기쁘게 한 순간들을 간단히 적어본다. 흩어진 감정들은 머릿속을 어지럽히지만, 기록을 통해 정리되면 마음도 차분해진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나의 내면을 맑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반추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힘이 된다. 기록 후, 나는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에 확신을 얻는다.
오늘도 나는 흔들렸다. 여리고 가녀린 마음은 여전히 이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제는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로 했다. 삶이 잔잔하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지 모른다. 바람이 불고 감정이 일렁이겠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울타리와 고독을 통해 나를 찾는 법을 배운다. 이제는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를 지키는 힘은 결국 내가 쌓아올린 울타리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