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외투를 여미고 쌀쌀한 바람 속으로 나섰다. 가을이 찾아온 게 분명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나의 삶도 가끔씩 바람에 휘말린다. 바람은 예고 없이 일상을 무겁게 만들고, 무심히 지나던 순간조차 복잡하게 변모시킨다. 바람이 실어온 무게는 무엇일까? 불안, 자괴감, 혹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살다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때때로 많다.
흔들림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도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혼란 속에서도 내가 나일 수 있으려면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나 답은 스스로에게로 돌아가는 것에서 찾았다.
사람들은 흔히 혼란을 외부 탓으로 돌린다. 변덕스러운 사람들,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우리를 흔들리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혼란의 근원은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파동이다. 회사에서의 작은 변화, 누군가의 말 한마디, 그 작은 자극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큰 파동을 일으킬 때,혼란스러워지는 나를 마주할 때가 있다. 나의 마음 안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흔들린다는 것은 곧 내가 내 본질을 놓아버렸다는 조용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방황 그 자체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본질이고 삶의 시작이다. 하지만 나를 알아가는 것, 자기 탐구라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말, 그 무게는 직접 그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늘 스스로를 잘 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내면 깊은 곳 고요한 지점에 닿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곳에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본질이 자리하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자아 탐구란 단순히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 아닌 내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 질문들은 진지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나를 끌어내린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내 존재의 중심을 알게 된다.
혼란 속에서 나를 지키려는 여정은 생각보다 외로운 길이었다. 누구도 나의 본질을 대신 찾아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고독은 온전히 내 몫이였다. 나를 알기 위해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고요 속에서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며 생각을 기록하고 내 마음의 진실에 다가가려 했다. 일과 후 혼자 앉아 하루를 돌아보며 적어나갈 때마다, 경험과 감정들이 하나씩 모여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 되어줬다. 그리고 그 기록들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더 나다워졌다. 나는 내가 겪었던 경험과 감정들이 하나의 흔적이 되어 나를 이루는 방식이 된다능 걸 깨달았다. 그런 기록들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더 나다워졌으니까.
혼란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내 감정이 진짜 내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매일 저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 느낀 감정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것이 나의 가치관과 일치하는가? 이런 자문을 통해 나는 감정과 경험을 기록하며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그 과정은 복잡하지만, 스스로를 이해하는 가장 진솔한 방법이다. 세상이 변하든, 주변이 소란스럽든, 본질을 잃지 않는 사람은 자기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은 끝이 없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흔들린다. 그 과정은 외롭지만 필수적이다. 삶은 때로 나를 낯선 바람 속으로 밀어 넣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천천히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산다는 건 흔들릴 때마다 나로 돌아오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의 연속일 것이다. 결국, 혼란 속에서도 나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함이다.주체적인 삶이란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본질을 지키는 것에 있다.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나는 나로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