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에는 비밀은 없어.

내가 지각했다는 사실도 모두가 알고 있다!

by 시골학교 선샌님

이 학교는 학생 수 50명대에 형제자매들이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께서도 10명 남짓이다. 그래서인지 이 학교에는 비밀이 없다.

첫째는 학교 앞 국밥집에서 벨튀를 자주 해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교장실까지 찾아온 적이 있다고 한다. 몇 번 빗자루를 들고 쫓아오시다가도 소용이 없어 학교까지 찾아오신 것이다. 이 썰은 몇 년간 선생님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은 점잖은 맞형인 되었지만 과거엔 둘째와 셋째보다 더 했던 용맹한 꾸러기였다는 것을 꾹꾹 숨기고 있었다니.


그 외에도 지금은 씩씩한 학생이 2학년 때까지는 울보였다는 것, 지금은 짜증 정도 내는 학생이 3학년 때까지만 해도 화나면 교과서를 바닥에 던졌다는 것, 등등. 선생님들께서 이 비밀을 풀 때면 표정이 참 뿌듯해 보였다. 조금은 미숙했던 친구들이 몇 년 사이에 예쁘게 가다듬어져 가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 참 기특하다고 하신다. 교사로서 성취감을 느끼셨다고 했다. 나도 몇 년간 이 학교에 있다 보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까?


한 학생을 지도할 때 어려우면 찾아갈 선생님들이 많다. 교감선생님, 전 담임선생님, 전전 담임선생님, 전전 전 담임선생님께서 한 학생의 과거를 꿰뚫고 계신다. 온 학교가 한 학생을 키우는 듯하다.


"00이 진짜 많이 좋아진 거야. 지금 화내고 싶은 거 꾹 참고 있는 거야."

"00이 그래도 조금 기다려주고 예뻐해 주면 곧 마음을 열어요."

"00이 부모님이 무관심하셔서 관심받고 싶어 저럴 거예요. 모르면 찾아가서 친절히 알려주고 관심 주면 화 덜 낼 거예요."


선생님들을 찾아가면 이미 그 문제를 말할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언제나 날 환영해 주시고 소중한 피드백을 주신다. 더 힘들어했던 선생님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그래도 더 나아지고자 했던 그 학생의 노력과 도와주셨던 선생님께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희망도 느껴진다. 나도 계속 도와주다 보면, 학생들도 조금만 노력하다 보면 그래도 곧 나은 미래가 곧 찾아오겠지 싶다. 아이들의 뇌와 마음은 말랑말랑하니깐.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비밀이 없는 이 학교에서는 당연히, 나의 비밀도 안전하지 않다. 1학년 선생님을 대신해 하루 동안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날이 있었다. 그날 아침 하필 핸드폰이 이불에 덮여 알람을 듣지 못해 지각을 했다. 교감 선생님께만 슬쩍 알리고 부랴부랴 출발했다.


‘10분 정도야 뭐..?’하고 몰래 학교에 잠입했는데…교무실에 커피를 마시러 가니 이 학교 선생님들 모두가 내 지각 사실을 알고 계셨다.


"선생님, 오늘 아픈 건 아니죠?"

"아이고~혼자 사니깐 누가 깨워주는 사람이 없겠네."

"알람이 안 울려서 어떡해~"

"1학년 애들이 온 학교를 돌며 선생님을 찾더라고요~!"


알고 보니 정황은 이렇다. 1학년 애들이 내가 오지 않으니 우르르 복도를 몰려다니며

"박 00 선샌님 봤어요?"

하고 날 찾으러 다녔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무실까지 단체로 찾아와


"박 00 선샌님 여기 있어요? 어디 계세요?" 하고 물었다는 것이다.


등꼴이 오싹해졌다. 이 학교에서 함부로 잘못하다간, 순식간에 온 학교에 두고두고 회자될 듯했다. 첫째의 순대국밥 벨튀 사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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