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기 난투극과 논두렁이에서 살아남은 소년
퇴근하려던 참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는데,
'으악..!'
삼형제가 도미노처럼 나란히 서있었다. 두려워했던 그날이 찾아온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삼형제를 맞닥뜨렸다. 삼형제가 모이니 귀여움이 3배가 아니라 3 제곱이 되어버렸다.
첫째, 둘째, 셋째가 키 순서로 나란히 서서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도망가기에는 늦었다. 최대한 벌렁이는 콧구멍을 자제하고
"셋이 닮았어요~."하고 말을 건넸다.
정말 삼형제는 오묘하게 닮았다. 첫째는 둘째와 셋째와는 달리 푸근한 인상이었다. 동글한 곰돌이 푸같이 생겼다. 하지만 역시 삼형제 출신답게, 앞머리에 가려진 용맹한 눈썹과 예쁜 보조개를 가졌다. 첫째가 많이 깎아 다듬어지면 둘째, 둘째가 조금 더 깎아 다듬어지면 셋째가 된다. 눈의 각도도 첫째에서 내려갔다 둘째에서 조금 올라갔다 셋째에서 늑대처럼 되어버린다.
내가 건넨 한 마디에 셋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첫째는 약간은 어리바리한 듯 순둥한 눈빛으로 "ㄴ..? 녜..?.네에.?"
둘째는 딱히 내 말을 들은 것 같진 않고 다음 장난을 준비하는 듯한 눈빛으로 "히이ㅎㅎ"
막내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을 못 해 답답하다는 듯 찡그리는 눈빛으로 "ㅁ머?..ㅁ?"
"셋이 정말 닮았다고요~! 셋이 사이좋게 같이 다니니깐 좋아 보여요!"
또 대답 대신 알 수 없는 동물적인 반응만 보여 대화를 얼렁뚱땅 종료했다. 삼형제의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했다.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점이 매력이기도 했다.
그렇게 삼형제의 정체가 밝혀졌다. 동시에 나는 첫째가 걱정되었다. 저렇게 순둥해서 둘째와 셋째의 용맹함을 감당해냈 수 있을까? 첫째의 몸에는 항상 상처가 많았다. 여기저기 할퀴어지고 쓸리고 혹은 정체 모를 자국들이 있었다. 온몸에 피 쏠린 동그란 부항 자국을 하고 온 적도 있다고 한다. 둘째와 부항기를 가지고 난투극을 벌린 흔적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얼굴에 넓게 쓸린 상처가 났었다.
"00이 어쩌다가 얼굴에 상처가 났나요?" 하고 물었더니
"같이 자전거 타다가 막내가 밀어서 논두렁이에 빠졌어요."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자전거를 타다 막내 때문에 논두렁이에 곤두박질쳤다는 얘기를 매일 있는 일이라는 듯, 담담하게 설명했다.
첫째가 주말 동안 새로운 상처를 가져올 때마다 첫째가 안쓰러웠다. 저리 순둥해서 맨날 당하고만 사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삼형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볼수록 첫째는 삼형제의 대장답다. 특히 삼형제가 하교할 때 보면 그 대장다움이 느껴진다. 첫째는 "야 000!" 한마디로 복도에서 물구나무서기 혹은 발차기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막내를 금방 소환하고 "야 000! " 한마디로 운동장에서 친구를 놀리고 도망가는 둘째 동생을 순식간에 소환한다. 그럼 동생들이 쫄래쫄래 "형아, 형아" 하며 따라간다.
또 첫째가 삼형제의 대장임을 확신하던 사건이 있었다. 이 학교는 6개의 학급이라 선생님들께서 전교생의 이름과 과거를 꿰뚫고 계신다. 첫째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과거 전적을 캐게 되었는데, 바로 첫째는 국밥집 벨튀의 장인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