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할 때면 소심한 불고구마로 변신!

히히, 어허~, 치잇!

by 시골학교 선샌님

늑대소년은 삼형제 출신이다. 늑대소년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다. 모두 이 학교에 다닌다.


둘째 형을 찾는 것은 쉬웠다. 늑대소년과 똑 닮은 보조개를 가졌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마다 둘째 형은 '히히' 보조개를 보이고 웃으며 운동장을 뛰어다닌다. 또 둘째는 장난꾸러기 같은 눈빛이 특징이다. 눈이 장난기로 그득그득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이 안 된다. 수업 시간에 실험을 하다가 친구에게 기습 볼뽀뽀를 하거나, 모둠 책상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친구 엉덩이를 때리고 도망간다든지... 하여튼 예상치 못한 엉뚱한 행동을 한다. 장난을 성공하고선 삼형제 특유의 용맹한 웃음을 짓는다. 엉덩이 때리지 말라, 뽀뽀하지 말라는 것까지 제지해야 하나 싶다가도, 어쩌겠는가! 이것이 초등학교 교사의 숙명이다.


"실험 중에 친구한테 뽀뽀를 하면 될까요?"

"아뇨..."

"실험할 때는 차분하게 실험만 합시다."

"치잇..."


내 지도에 이 꾸러기는 항상 '치잇...' 하며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에이... 재미없어.',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하는 표정을 한다. 내 지도에 조심하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는 장난에 이젠 미리 주의를 주기로 했다.


종 치기도 전에 엉덩이를 들썩하면 바로 '어허~' 하고 영감님처럼 주의를 줬다. 그럼 또 '치이...'

친구한테 애교 발사하기도 전에 바로 '어허~' 하고 그럼 또 '치이...'

뒤돌아서 친구 놀리기 직전에 바로 '어허~' 하고 그럼 또 '치이...'


"히히"

"어허~"

"치이..."


"히히"

"어허~"

"치이.."


내 주의는 꽤 성공적이었지만 우리 사이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 꾸러기는 내 스쳐가는 눈빛에도 '치이...'하고 삐친 듯 고개를 돌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일을 해나갔다. 장난기가 감지된다 싶으면 바로 '어허~'하고 주의를 지속적으로 줬다.


그러다 이 꾸러기에게 몰래 무장해제가 된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이 꾸러기가 불고구마가 된 순간이다. 꽤 용맹한 용모와는 달리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발표할 때마다 얼굴이 불고구마가 된다. 아무래도 축구 때문에 새까맣게 탄 얼굴이 정말 터질 듯이 불타오른다. 그렇게 부끄러워해도 꼬박꼬박 손을 든다. 온몸을 배배 꼬며 자기 할 말은 끝까지 마친다. 문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미스테리이다. 긴장한 탓일까? 종종 엉뚱한 대답을 한다.


"질문이 그게 아니라 이거였는데... 다시 한번 답해보겠어요?", "~했단 뜻인가요?"하고 물어보면

"치잇. 몰라요." 하고 삐친 채 엎드린다.


어느새 그 꾸러기가 발표할 때면 미리 A4 파일을 준비했다. 그러곤 파일 뒤에서 몰래 웃음을 숨겼다. 입술을 꽉 깨물어 웃음을 참을만하다 싶으면 다시 '큼큼...' 하곤 엄숙한 표정으로 돌아와


"용기 내 자기 생각을 열심히 발표해 줬네요." 하고 격려해줬다. 그러다 그네 데이트에 이어 잇몸웃음을 도저히 막아내기 힘든 순간이 또 찾아왔는데... 바로 삼 형제를 동시에 마주친 순간이었다. 한 명, 아니 두 명까지는 버텨내겠는데 귀여운 생명체가 세 명 모이다니.


'세 명은 너무 위협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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