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침 일과: 쑥떡과 복도 플러팅

“선샌님 오늘따라 더 예뻐요!”

by 시골학교 선샌님

아침이면 비몽사몽 쳐진 몸을 이끌고 커피머신으로 향한다.무거운 발걸음으로 3학년, 2학년, 1학년을 지나면 교무실이 나온다.


교무실에는 선생님들께서 하나둘씩 모여 인사를 나누고 모닝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내리고 창밖을 보면 드넓은 하늘과 학교 잔디밭이 보인다. 높은 건물도, 복잡한 간판들도 없다. 알싸한 커피 향을 맡고 소소한 풍경을 구경하며 멍을 때리다가 보면 창문 풍경에 아이들이 등장한다. 고요했던 학교가 슬슬 요란스러워진다. 서둘러 식탁 위에 음식을 집어 먹고 아이들을 맞이하러 간다.


식탁에는 항상 정다운 음식들이 있다. 우리 학교는 텃밭이 있다. 또 학교 주변에는 큰 논밭이 있는데 보통 거기서 재배된 것들이다. 봄에는 쑥떡, 여름에는 감자와 옥수수, 가을에는 배와 포도, 겨울에는 고구마. 교감 선생님께서 이번 봄에는 학교 밭에서 쑥을 캐셔서 직접 쑥떡을 빚어오셨다. 그리고 내 입까지 쏙 배달해 주셨다.


“박 선생님, 아침도 못 먹고 오는데 맛 좀 봐.”하고 정신 차리면 입속에 향긋하고 쫄깃한 쑥떡이 들어가 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얼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다. 요즘은 즐기고 있다. 할머니 손맛과 비슷하셔서 괜히 더 정겹고 마음도 따듯해지고 그렇다. 배가 든든해지는 것은 일석이조다.


그렇게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커피와 정다운 제철음식으로 충전을 한다. 하지만 아직이다. 본격적인 에너지 충전은 복도에서부터다. 우리 아이들은 복도 플러팅의 달인들이다. 1학년, 2학년, 3학년 복도를 따라 플러팅이 시작된다.


"선샌님 냄새 좋다"

1학년 늑대소년이다.


"우와~선샌님 커피 향 좋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2학년 똑똑이다. 내가 뒤돌아 인사할 때까지 교실문에 달려 내게 손을 흔들어준다.


“선샌님 오늘따라 더 옙뻐요!"

말은 참 안 듣지만 말은 예쁘게 하는 3학년 친구다.


그 외에도

"선샌님 머리 풀은 거 예쁘다!"

"선샌님 청치마가 잘 어울려요~"

"선샌님 손잡아주셰요오~"


등등 도대체 어젯밤 어떻게 잤는지 한껏 붕 뜬 머리와 퉁퉁 부은 눈을 하곤 활짝 웃으며 예쁜 말을 던져주는 애들을 보면 하루 에너지가 모두 충전된다. 추욱 움츠러들었다가 활짝 피는 꽃이 된 기분이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어색했다.

“예? 에?”

하며 뚝딱거리며 갈 길을 갔다.

그러다 점점 부끄러워

“에이~아니에요”

하며 칭찬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또 칭찬을 굳이 거절하는가 싶어

“고마워요~!”하고 인사해 주며 나도 아이들에게 플러팅을 되돌려주기 시작했다.


"오늘 머리띠가 예쁘네요~"

"아침부터 도서관을 가네요. 멋져요~"

"바지 새로 샀네요. 잘 어울리네요!"


플러팅을 주고받는 게 아직도 부끄럽지만, 서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자는 건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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