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정말 다 알고 있다.
그렇게 복도 플러팅을 끝내고 교실에 돌아온다. 보통 아침에는 이것저것 검사할 게 많다. 교실에 도착한 아이들은 하나둘씩 꼬깃해진 학습지, 표지가 찢어진 공책을 주섬주섬 들고 내 책상에 찾아온다.
숙제를 다 끝낸 학생들의 표정은 가볍다. 칭찬을 기대하는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내게 다가와 검사를 받는다.
“선생님 이렇게 하는 거 맞죠?”
누가 봐도 맞는데 칭찬받으려고 꼭 묻는다.
“응^^ 맞아요. 설명대로 꼼꼼히 잘해왔어요.”하고 칭찬해 주면 다시 살랑살랑 자리로 돌아간다.
“선생님 잘했죠?”
내 책상으로 올 때 유난히 내 쪽으로 꼭 달라붙는 학생들이 있다. 내 의자 팔걸이에 똥똥한 뱃살이 꾹 눌릴 때까지 다가온다. 자기 잘했냐고 자신만만한 몸짓으로 배를 더 내밀면 내가 밀릴 정도이다. 웃음이 터지기 전에
“네^^ 열심히 잘했네요.” 하고 짧은 칭찬으로 돌려보낸다.
숙제를 안 해온 학생들의 표정은 긴장되어 있다. 쭈뼛쭈뼛 처진 어깨로 다가온다. 변명을 생각하랴, 거짓말을 떠올리랴, 눈빛은 허공을 향해있다. 걸어오는 태도만으로 딱 안다. 선생님들은 정말 다 안다. 우리 아이들은 그 무시무시한 진실을 모르는 듯하다. 뻔한 거짓말도 가지객색이다.
“무슨 일이죠?”
“놓고 왔어요…”
“독서록을요? 어디다 가요?”
“강.. 강원도에 놀러 갔는데, 거기서 숙제 다 했는데, 거기에 놓고 왔어요…” 거짓말이냐고 추궁하기도 뭐 할 때는 그냥 믿어주기도 한다. 거짓말이냐 아니냐로 논쟁하면 대화가 말려 산으로 넘어간다.
“사정은 알겠는데, 준비물 잘 챙겨 오는 것까지가 숙제입니다. 내일까지 다시 써 와요.”
“00 이는 무슨 일이죠?”
“바빠서 못 했어요!” 누구는 안 바쁜가. 뻔뻔한 반응이 오면 분노가 차오른다.
“누군 안 바쁜가요. 바빠도 할 일은 시간 내서 하는 겁니다. 미리미리 시간 내서 하세요.” 뻔뻔한 멘트에 따끔하게 반박하기 위해 잔소리 멘트를 준비해야 한다. 비록 난 1년 6개월 차이지만 내 머릿속엔 잔소리 리스트가 줄지어 있다.
하지만 어떤 잔소리에도 큰 타격감이 없는 친구들이 있는데…
“00 이는 숙제?”
“아, 맞다!”
바로 아 맞다 부류이다. 숙제를 했다, 안 했다의 개념조차 없는 친구들이다. 숙제를 안 해도 애써 변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내 책상에 와서 지도받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의 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