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 지갠 지갠 지 갱갱
바쁜 아침이 지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1교시부터 4교시는 정신없이 흘러간다. 점심시간에야 숨을 돌리고 자리에 편히 앉는...
다 싶으면 꽹과리 소리가 등장한다.
'갠 지갠 지갠 지 갱갱'
살면서 이렇게 째지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정말 머리가 꽹하니 울린다.
나는 지금은 5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5학년 복도 끝에는 풍물실이 있다. 풍물실에서는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이 함께 풍물대회를 준비한다. 여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큰 대회가 있다. 대회 날짜에 가까워지면 상쇠(꽹과리를 치는 지휘자)가 꽹과리를 치며 복도를 다닌다. 풍물 연습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그럼 다른 학생들은 그 소리를 듣고 풍물실로 온다. 3, 4, 5, 6학년 교실이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금방 풍물실로 모인다. 그러고서는 자신의 악기를 들고 복도에서 소리를 좀 확인해 보다가 운동장으로 나가 연습한다.
우리 풍물팀은 꽹과리를 선두로 장구, 북, 태평소, 소고, 징이 멋진 합주를 만들어낸다. 6학년 전교 회장이 보통 상쇠를 맡아 연주를 지휘한다. 그리고 나머지 5~6학년들이 각 악기들의 선두로 서 다양한 대형과 멋진 연주를 이끌어준다. 3~4학년은 어리바리 고학년 누님과 형님들을 따라간다. 학년이 올라가면 그 어리바리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어 동생들을 이끌게 된다.
참 대견하고 정다운 장면이지만 점심시간에도 편히 쉴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꽹과리 소리는 정말, 정말 크다. (귀가 조금 편찮은 선생님께서는 노이즈캔슬링 헤드셋까지 끼신다.) 북을 맡은 친구들은 우리 학교에서 한 덩치를 자랑하는 친구들이다. 상모를 쓰고 북을 치는 모습이 꼭 조선시대 국밥집 장수들 같다. 힘을 자랑하듯 퉁기는 소리는 심장을 울릴 정도로 두텁고 위협적이다. 소고 친구들은 긴 끈이 달린 상모를 휘두르며 복도를 누비는데, 복도에서 지나가다가 끈으로 맞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풍물 대회 기간에는 쉬는 시간에도 정신이 참 혼미해지지만 운동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활기차게 풍물은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다.
서울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 학교에서는 운동장 사용이 금지되었다. 다른 학년의 복도를 걷는 것도 금지되었다. 여러 학년이 섞이면 학교폭력사안이 심각해진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같은 학년끼리도 복도나 화장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자제하라는 규칙도 있었다. 복도에는 큰 소파가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공간에서 만나서 노는 것도 제지하는 선생님들이 꽤 많으셨다. 교사가 없는 공간에서 문제가 생겨도 교사 책임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서울 학교와 지금 시골 학교에는 장단점이 있다. 서울 학교에서는 많은 걸 금지시키면 그만큼 민원의 소지가 줄어드는 것이 장점이었다. 반대로 운동장과 복도의 활기차고 사교적인 분위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점이었다. 지금 시골 학교에서는 운동장과 복도에서 아이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대로 학년끼리 다투는 일이 더 빈번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시선 밖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 교사는 불안하기도 하다.
첫 서울 학교의 분위기가 익숙한 탓일까? 그래도 아직은 불안함이 크다.
운동장에서 연습하며
'왜 계속 오른쪽으로 돌리니 마니'
'왜 열심히 안 하니 마니'
'말을 왜 그렇게 하니 마니'
'넌 싸가지가 있니 없니' 할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그래도 서로 투닥대며 얻는 것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