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일정
8년 만에 시드니를 다시 찾았다. 정말 추천하는 곳들로만 엄선했으니 믿고 참고하시길!
숙소 | Quest North Sydney
브리즈번에서의 경험 때문에 외식에 큰 기대가 없던 터라 일부러 아파트먼트형 숙소를 알아봤다. 완전 도심은 아니라 뚜벅이들이 여행하기에는 살짝 불편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오히려 한가롭고 조용해서 더 좋더라. 위치는 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 각종 식기류에 식기세척기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화장실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인테리어와 뷰가 그걸 다 상쇄시킬 만큼 멋졌다. 물론 가격도 매우 합리적인 편.
재즈바 | Foundry 616
브리즈번에서 재즈의 맛을 알게 된 이후로 어딜 가든 재즈바를 꼭 들리려고 하고 있다. 다들 시드니 재즈바하면 <휴버트>를 많이 찾으시던데 직전에 예약하려고 하니 자리가 없었다. 알고 보니 1-2달 전 예약은 기본이라고. 그래서 대안으로 찾게 된 곳이었는데 정말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 가득한 찐로컬 재즈바라 오히려 좋았다. 티켓값은 음료를 포함해서 60불 정도. 치즈 플래터 추가 주문을 필수.
브런치 카페 | Manon
퀸 빅토리아 빌딩 1층에 있는 브런치 카페이다. 미리 알아보고 간 곳은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유명한 스팟이었다. 화창한 날 야외에서 먹는 플랫 화이트는 늘 환상적이지만 더 놀라웠던 건 브런치 메뉴. 사실 호주에 온 뒤로 사 먹은 음식들이 맛있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곳의 크로크무슈와 수플레 팬케이크는 정말 감탄하면서 먹었다.
공원 | Hyde Park
개인적으로 나는 보타닉 파크보다 하이드 파크를 더 추천한다. 하이드 파크는 정말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 느낌이라 모던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드니에서 유명하다는 수박 케이크를 포장해 이곳에서 먹고, 한참 동안 누워 음악을 들었다. 공원 끝쪽에 위치한 아치볼드 메모리얼 분수 구경도 놓치지 말 것.
도서관 | State Library of New South Wales
어느 곳에 살든 가장 먼저 집 근처 도서관을 찾는 건 내 오랜 습관이다. 그래서 시드니 주립 도서관은 가장 먼저 Itinerary에 포함된 일정이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앤틱한 도서관은 구관으로, 신관을 끼고돌아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들어가는 순간 나를 압도하는 웅장함과 오래된 책 먼지 냄새. 도서관 하나 만으로 이곳에 살고 싶을 정도였다.
공연장 | Sydey Opera House
오페라 하우스는 별도의 투어나 공연을 예약하지 않으면 안쪽까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보통 밖에서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다. 8년 전의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시즌 뮤지컬 <Elf>를 예매했다. 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비현실감과 행복으로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수준 높은 공연장에서의 훌륭한 공연은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본다이 비치 근처 식당 | Bondai Trattoria
본다이 비치를 구경하고 돌아가던 길, 문득 파스타가 먹고 싶어 평점 높은 레스토랑을 찾다 발견한 곳이다. 조금 가격대가 있기는 하지만 야외 좌석에 앉아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생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자마자 그 걱정은 싹 사라졌다. 스태프 분들의 서비스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돼지고기 소시지와 새우가 들어간 버터 파스타.
공원 | Observatory Hill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정말 유명한 뷰 포인트이다. 내가 간 날에도 역시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해도 한강만큼은 아니라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버 브릿지 위를 달리는 트램. 천천히 떠다니는 구름. 일렁이는 윤슬.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날씨 좋은 날 찾는 것을 추천한다.
노포 | Time For Skewers
마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야하는 곳.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마라를 먹어줘야 하는 마라 중독자이다. 그런 내게도 마라꼬치는 생소했다. 시드니 차이나 타운 내 위치해 있는 작은 가게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면 곧장 튀겨 주는 시스템이었다. 고기보다는 두부, 버섯, 떡 같은 각종 부재료들이 훨씬 맛있었다. 양꼬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 왜 한국엔 없는 거지.
소품샵 | Hands
시드니의 힙한 스트릿으로 알려진 패딩턴 거리. Hands는 즐비한 소품샵들 중 유독 눈에 띄는 곳이었다. 물론 호주 제품이 주를 이루는 곳은 아니었지만 감각적인 큐레이션 덕에 어느 코너에서도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으나 가방에 도저히 남는 공간이 없었던 관계로 심사숙고하여 작은 꽃병을 하나 골랐다. 누구나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빈손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미술관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특별전도 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날 찾은 탓에 시간이 부족해 상설 전시만을 둘러보았다. 천천히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문득 8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된 기억을 상기시키는 있는 힘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그건 아마 마음을 잡아끄는 몇 점의 그림들 때문일 것이다. 작품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랫동안 한 그림 앞에서 사유했던 시간이 벌써 그립다.
당신들의 시드니 여행이 행복한 순간들로만 채워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