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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에서 맞이한 2025년

크리스마스에서 새해까지

by 영원 Jan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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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30도가 넘는 여름날에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번과 패티를 버터에 구워 잔열로 치즈를 녹이고, 사이사이엔 양상추와 토마토를 곁들였다. 드레싱은 취향껏. 음료는 선택사항. 미사키의 깜짝 크리스마스 카드로 더욱 특별했던 시간. 로살리오, 모모하, 재스, 미사키, 미사키, 비니, 리카.


이 날의 두 번째 일정은 나츠카가 주최한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모르는 친구들이 한가득이었지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눈치껏 사 온 음식과 음료들을 펼쳐놓았다. 서툴게 묻는 근황들. 섞이는 여러 종류의 술. 당구와 미끄럼틀, 그리고 영화 웡카. 사스키아, 나츠카, 후칸, 하나, 브라이언, 재스, 비니, 알피. 에이지, 케이타, 사키, 미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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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플랫메이트 미란기의 초대로 크리스마스이브 예배에 가게 되었다.(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난 모태신앙이다.) 한국교회와 달리 호주교회는 콘서트장 같았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진행되는 방식이 낯설지만 싫지 않았다. 교인들 중 동양인은 내가 유일했다. 예배가 끝난 후엔 미란기의 친구들과 함께 한식당을 찾았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기숙사 1층에 위치한 게임장에서 핑퐁과 당구를 했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재스퍼, 미란기, 옌슈, 디하이, 위그네스, 스테판.


12/25

이번 크리스마스는 재스와 단 둘이 보내게 되었다. 우리는 인공해변이 보이는 사우스뱅크 잔디밭에 앉아 그린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어글리 스웨터 문화가 있는 이곳에선 그린치 옷을 입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으론 각자 나라의 음식을 가져오기로 하여 나는 떡볶이, 재스는 대만식 만두를 준비했다. 후식은 눈사람 요거트와 캔디캔이었다. 술 한 방울 없이 너무나도 완벽했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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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기다리던 박싱데이가 찾아왔다. 호주의 쇼핑몰인 웨스트 필드 오픈런에 도전했다. 입구는 오픈 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호주에 온 뒤로 계속해서 눈독 들이고 있던 어그 매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음, 사실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왠지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구매를 결심했다. 같이 간 친구들 모두 어그만 사고 돌아온 건 안 비밀. 비니, 미사키,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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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중국인 플랫메이트가 부모님으로부터 중국 식재료 택배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하여 갑작스럽게 계획된 핫팟데이. 플랫메이트들 함께 저녁을 먹은 건 이곳에 온 지 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어로 이 정도의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왜 진작 이런 시간을 가지지 않았을까. 미란기, 옌슈, 미셸.


12/28

한가로운 주말.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잠자코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래 가려던 카페가 문을 닫아 라멘집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기분을 헤칠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식사 후에 맥도날드 소프트콘을 먹는 습관이 생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레드와인과 과일치즈, 크래커를 사 왔다. 나 이제 혼자 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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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아야네와 함께하는 멜버른 여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난생처음 외국인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 어떨지 모르겠다.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12/30

2주 간의 홀리데이를 마치고 오랜만에 등교했다. 갑자기 해외대학원의 꿈이 생겼다. 충동적으로 캠브릿지에서 아이엘츠로 코스를 변경했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될까.


12/31

12월 31일에 호주 전역에선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브리즈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인구의 호주일지라도 이날만큼은 달랐다. 결국 포인트 스팟까지 도달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어느 곳에서나 충분히 근사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정을 넘기는 순간엔 10초 안에 포도 10알을 먹으며 소원을 비는 스페인 전통을 따라 했다. 스파클링 와인과 붉은 포도의 조화가 낭만적이었다. 재스, 비니, 나오, 리오, 리오의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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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의 주도로 새해 저녁 약속이 잡혔다. 장소는 한국식 바비큐 식당. 얘네는 한식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알려줘야 했다. 이를테면 젓가락 사용법, 주문, 반찬 소개, 고기 굽기 같은. 결국 비싼 고기는 먹어보지도 못했다. 스테판, 위그네스, 미셸, 미란기, 옌슈, 재스퍼, 미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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