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가 그쳤다.
배란다 벽을 잃은 거실 유리창에
성급한 햇살이 얼굴을 내민다.
창백한 얼굴의 브라인드가
햇살에 놀라 눈을 감아버린다.
실눈 처럼 가느다란 별뉘가
기어이 창을 둟고 들어오다
거실 바닥에서 촘촘히 꺽인다.
거친 마루 바닥에는 주름 같은 무늬가 지고
별뉘는 의기양양 한나절을 잠식한다.
지루한 여자가 일어나
브라인드를 더 촘촘히 잠근다
머물고 싶어 창에 메달리던 별뉘가
시간에 밀리어 사라진다.
여자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지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