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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Feb 29. 2024

기 빨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에너지를 지키려면

저 사람은 왜 돈도 안 내고 내 에너지를 빨아댈까

 대학생이었을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두 명 있는데 둘 다 유독 이상한 사람이 많이 꼬인다고. 그래서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쟤들은 무엇 때문에 고통 받을까’ 하면서 말이다. 관찰한 결과 둘 다 이상한 점은 없었다고. 다만, 보통 사람보다 유독 친절하다고 말했다. 그때 그 친구는 내게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어렸을 때의 나는 그저 사람이기만 해도 웬만하면 좋았고, 가급적 많은 사람과 잘 지내고 싶었다. 조금 만만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을 일부러 조금 하기도 했다. 그때 내 의도는 ‘나는 안전한 사람이야. 우리 같이 우정이든 애정이든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자.’ 정도였달까. 그 모습이 친절해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에너지 도둑에게 있어 친절은 누구에게 잘 보이거나 철저히 고개를 숙여야 할 때만 나오는 것이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렌즈로 세상을 본다. 나의 친절이 무례한 이들에게는 굴러들어온 노예 서약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노예가 되고 싶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잘해주면 적어도 못되게 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하나를 주면 고맙다고 하기보다 다른 하나도 더 내어달라고 할 때가 많았다. 딱히 무언가를 보답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고맙게 여기는 사람도 드물었다. 여기서 말로만 고맙다고 하는 건 제외하기로 한다. 말로만 고맙다고 여기니까 미안한지도 모르고 남은 하나마저 더 달라고 하는 것이다. 고맙게 여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맙게 여기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었다.      


 감사를 모르는, 친절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에게 저질러버린 친절이란 건 진흙탕 속에 진주를 집어던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 자신에게 몹쓸 짓을 했던 것이다. 그 진주 내 몸과 마음을 다해 만든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진주는 연약한 것이기도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자니 여기저기 흠이 나 있었다. 어렸을 때의 나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 진주를 지키기로 했다. 조금 흠이 났을지언정 진주는 진주. 지키기로 결심하고는 더욱 적극적으로 내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진주 말고도 반짝반짝한 것들이 많았다. 진주는 연약하지만 조금 더 단단한 것도 있고 짱돌 버금가게 강인한 것들도 있었다. 그래, 통틀어서 내 안의 보석을 지키기로 했다. 그 보석은 하루를 살아가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내 에너지이다.     


 에너지를 지키기에 앞서 에너지 도둑들은 왜 에너지를 도둑질까지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배부른 사람이 도둑질까지 해가면서 먹을 것을 도둑질을 할까? 예외란 건 언제나 존재하므로 에너지적으로 식탐이 강하다든가 절제할 수 없는 도벽이 있다든가 하는 경우는 제외하도록 하자. 에너지가 넘치면 도둑질까지 하면서 남의 에너지를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도둑들은 배가 고픈 것이다. 에너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결핍으로 가득한 그들은 부족한 자신의 에너지를 어떻게든 어디서든 공급해야 할 것이다. 대체로 자급자족하지 않기에 결국 에너지 도둑이 된다.      

 책 <굿바이 심리 조종자>에서는 에너지 도둑을 ‘심리 조정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단어는 다르지만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쾌활하고 낙관적이며 발랄한 성품을 지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이 에너지 도둑의 표적이 된다고 말한다.     


 에너지 도둑의 표적은 자신들과 똑같이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기왕이면 에너지를 한 번에 쭉 빨아들일 수 있는 에너지가 제법 많은 사람이 표적이 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친절한 사람들 말이다.      

 에너지를 훔치겠다고 작정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급적 안 보는 것이 좋겠으나 여의치 않을 때는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가능한 한 멀리하는 게 상책이겠다.      


 에너지 도둑은 감정 도둑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감정 소모를 안 하는 것 또한 어렵다고 본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 가끔 아주 가끔만 대나무숲인 것처럼 털어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 들어주는 이가 당신의 친구라면 힘든 속내를 보여준 것만도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더불어 욕설과 풍자로 기꺼이 당신과 연대할 것이다. 주의사항은 너무 자주 너무 심하게 털어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에너지 도둑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상담사를 찾는 것도 방법이겠다.     


 나도 당신도 에너지가 떨어지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에너지 도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에너지 도둑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에너지 도둑도 멀리해야겠지만 나 자신이 에너지 도둑이 되는 것도 멀리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을 비루한 도둑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내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나를 잘 돌봐야 한다.      


 미움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에너지 도둑을 만난 순간 사랑하는 사람 못지 않게 그들에게 집중할 때가 종종 있다. 평소에는 ‘우리 사랑 어떻게 될까요’와 같은 유튜브 타로 영상을 찾지만 에너지 도둑에게 당했을 때는 ‘날 괴롭히는 그 인간 왜 그럴까요’를 찾게 되니까 말이다. 그럴 때일수록 의식적으로라도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사랑만 담기에도 짧은 인생, 에너지 도둑들에게 에너지를 쓰기에는 당신의 시간이 당신의 인생이 당신이란 존재가 너무나 아깝다!


이미지 출처_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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