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by 에밀리


엘리베이터 고장전화는 24시간 받는다. 왜냐하면 밤에도 엘리베이터는 고장 날 수 있다. 그러면 밤에는 숙직하는 엘리베이터 기사님이 출동한다. 엘리베이터의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신 기사님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24시간 받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낮에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받는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입니다.~” 하고 고장내용을 정확하게 받아 적고,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엘리베이터 기사님들에게 전달하는 업무이다.


그런데 잠깐!

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하는 거지? 내가 왜 고장전화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뉴얼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나는 그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입니다~” 하였다. 이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멘트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어쩌면 나는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근심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낯선 엘리베이터, 낯선 장소, 낯선 업무, 낯선 사람, 낯선 환경, 낯선 관계 그 밖에 등등으로 인한 혼란 속에 불안을 감추고자 멘트에 대해 투정 부리고 있는지 모른다.


과연 나는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접었다. 이제 적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엘리베이터에 관한 용어를 이해하는 데 힘쓰며, 엘리베이터 회사생활을 적응하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하루빨리 적응하는 것이 내가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경험은 나에게 큰 자산이지 않던가? 이곳에서의 경험을 나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되게 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마음먹었다.


이 세상에 헛된 일은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현재의 최선이 가져다줄 수 있는 미래의 자산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로 했다.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 나중에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 그렇게 다짐하며 힘든 시간을 다독여 주며 어느새 이 회사에서 적응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엘리베이터 회사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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