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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y Nov 07. 2024

다이어트

약 20일간의 다이어트 기록을 남겼던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를 마무리하고 2주 정도가 지났다. 11월 중으로 새로운 브런치북을 연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인스타 스토리에도 계획을 남기긴 했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일 줄 몰랐다. 11월 1일이 되자마자 구독해 주시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다시 연재하시는 건가요? 11월이에요!"


해야죠,라고 답하고는 잠시 멍해졌다. 본업에 충실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나는 그동안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를 계속 연재할지, 새로운 이야기를 연재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는 다이어트를 핑계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순간들이었다. 이전과는 반대의 방식으로 다이어트 이야기를 가져가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브런치 북의 문을 '다이어트'로 열어보기로 했다. 이 단어는 앞으로도 계속 간간이 나타날 것이다.




여자들이 둘이 모이건, 셋이 모이건, 다섯이 모이건 항상 빠지지 않는 이야기의 주제는 '다이어트'다.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를 연재하면서 약 20일간 2kg 정도 감량했다고 좋아했던 나는 다시 요요가 왔다. 연재를 중단한 그 시기가 스트레스가 엄청났던 때라 '인생 뭐 있냐, 에라 모르겠다'를 시전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 몸무게를 쟀더니 인생 최고 몸무게를 다시 만났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갱신은 아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왜 '다이어트'에 연연하는 것일까, 나는 왜 살을 빼야 하는 것일까? 보기에 안 좋아서? 건강에 안 좋으니까? 나는 왜 말라야 한다는 생각의 틀에 나를 욱여넣고 있을까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몸에 맞는 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일까?


최초의 다이어트는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남자친구는 아주 마른 친구였다. 그래도 그 친구보다는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주일 동안 약 5kg 가까이 감량을 했다. (다이어트는 어리면 어릴수록 잘 된다. 지금은 일주일 동안 500g이 빠지면 다행일 나이가 됐다.) 왜 여자가 남자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내 몸무게를 떠올렸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아, 남편이랑 몸무게가 똑같다니'다. 남편은 나보다 15cm 이상 크다. 비만정도를 체중과 몸무게로 계산하는 방식을 따를 때, 나는 지금 '비만'이다. 하지만 중학교 때의 나는 심지어 비만도 아니었다. 다행히 이제는 남자친구 혹은 남편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못할까? 나는 마른 사람을 동경한다. 뼈만 남은 마른 체형이 아닌 바비인형이나 미미인형 같이 볼륨감 있는 마른 체형을 동경한다. 쉽게 말하면, 세일러문의 변신장면에 나오는 실루엣 같은 체형말이다. 세일러문 변신장면을 떠올리다 보니 손가락이 집중되는 장면이 가장 먼저 기억났다. 내가 날씬했을 때는 손가락을 싫어했다. 손가락은 얇고 길어야 하고, 휘어져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 새끼손가락은 엄마를 닮아서 밖으로 살짝 휘어져있다.) 나는 그 새끼손가락을 바로잡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새끼손가락의 마디를 붙잡고 힘을 주고 있었다. 마치 그렇게 오랜 시간 노력하면 손가락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여전히 밖으로 휘어져있다.


나는 그것들이 '예쁘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 작은 얼굴에 길고 하얀 손가락, 다리나 허리는 가늘지만 가슴과 엉덩이는 볼륨감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기준이며, 그 기준에 나를 끊임없이 맞추려고 노력한 것이 아닐까. 손가락은 내 키에 비례해 짧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 현실이고, 변화시킬 수 없는 나의 몸이다. 이건 아무리 마른 몸이 된다 한들 바뀌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최근에 어깨 통증으로 우울해있던 내가 운동선생님에게 '혹시 살이 빠지면 어깨 아픈 게 완전히 나아질까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이 때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살'을 탓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해준 말을 좀 더 일찍 귀 기울여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이때 운동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가동범위만 조금 달라지게 해도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보면 체중이 문제가 아니에요. 일단은 습관을 바로 잡고, 몸을 잘 쓰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해요. 체중 감량은 가장 마지막이라고 보시면 돼요. 지금 급한 건 체중감량이 아니에요. 체중감량으로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회원님의 지금 환경은 식이 하시기에도 너무 열악해요."


나는 모든 원인을 '살'에서 찾고 있었는데, 그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되짚어 생각해 보면, 공황장애가 오면서 갑상선 항진증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같이 왔다. 이때 신체 균형이 다 깨졌었던 것이다. 근데 무작정 살만 빼려고 하니 아무것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속적인 다이어트 실패로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던 게 아닐까. 다낭성 난소 증후군, 우울증, 공황장애 등 나를 아프게 한 것들이 만든 게 지금의 나의 몸이라면 나를 아프게 한 것들을 하나씩 치료해 가면 결국에 체중 감량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도 예쁘다. 온전한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누군가에게 부끄럽고, 내세우기 힘들기 때문에 다이어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건강히 오래도록 하기 위해서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움직이고, 스트레스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렇게 내가 스트레스에 취약하지 않고 단단해졌을 때 다이어트도 금방 성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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