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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수곡도예를 다시 가는 걸까?

함안 한 달 살기 : 수곡도예에서 물레 돌리다



1차 방문 때 만들었던 토기


(초6학년 아들 입장에서 씁니다. 아들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상상하며 씁니다.)


엄마는 지난번에도 '수곡도예'에서 불꽃무늬 컵을 2개나 만들었으면서 또 수곡도예에 가자고 한다. 한 번 만들었으면 됐지 왜 또 간다는 걸까? 특히나 거기 가려면 버스도 없고 택시 타야 하고 멀기도 하던데.


어떻게 섭외했는지 엄마는 함안군청 블로그 사진기자님과 만나기로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을 태워주는 것도 이상하고 아주 친한 것처럼 타는 엄마도 이상하다. 여기 와서 2번 만났는데 아주 사람을 믿는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했으면 아마도 엄청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했음에 틀림없다.


엄마는 함안에 와서는 오전에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 여행 왔으면 여행을 해야지 새벽부터 아침 낭독 서 모임을 월~금 5일 내내 06시에 한다.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졸리지도 않나??? 거기다가 10~12시에는 또 북 큐레이션 줌 강의를 듣는다고 노트북만 쳐다보고 있다.


나는 10시쯤 일어나서 할 일이 없으니 핸드폰 게임이나 한다. 스마트폰을 산지 겨우 3~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은 해도 해도 재미있다. 특히 포인트나 등급이 올라갈 때는 엄청 신난다. 게임에 질 때는 억울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내는데 엄마는 2~3번 참고 있다가 한소리 하신다. 좀 즐겁게 게임할 수 없냐고 하는데 지는데 어떻게 즐거울 수가 있는지 엄마도 게임 좀 해봤으면 좋겠다.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 Gwen_30, 출처 Pixabay


사실 엄마는 테트리스처럼 블록 쌓는 스마트폰 게임을 한 적이 있다. 한 번 하더니만 밥도 안 주고 게임만 몰두했다. 마치 나처럼.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건 순전히 엄마 닮아서이다. 엄마가 버스 기다릴 때도, 병원에서 기다릴 때도, 틈만 나면 게임을 할 때는 좋았다. 나도 옆에서 거들기도 하고 서로 해보겠다고 다투면서 하기도 했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엄마도 게임에 푹 빠져들어서 아주 좋았다. 엄마가 게임에 빠져들었을 때 나도 게임하면 되니까. 원래 게임을 하게 되면 주변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열흘도 되기 전에 엄마는 핸드폰에서 게임을 다 지워버렸다. 이러다가 할 일도 못하고 중독되겠다며 과감하게 끊었다. 어떻게 그렇게 대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게임을 그렇게 대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자세가 아니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어떻게 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등급이 올라가면 갈수록 심장이 더 쫄깃해서 아슬아슬하고 재미있기만 하다. 친구들하고 말하면서 하는 게임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친구들 하는 말이 예능보다 더 재밌다. 상황에 맞는 말들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게 된다.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물레 돌리기 전 손에 물을 묻히는 모습


블로그 기자님과 낮 12시 10분에 만나서 수곡도예에 같이 갔다. 사진을 잘 찍으셔셔 난 사진기자님이라 부른다. 사진기자님이 차가 있어서 좋긴 하다. 여기 함안 와서 제일 불편한 것은 버스 타는 일이다. 아빠 차가 아쉬웠던 적인 한두 번이 아니다. 아빠 차를 타면 금방 10분 안에 가는 거리도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거기다가 엄마는 혹시 버스 놓칠까 봐 10분 일찍 나간다. 버스로 인해 길에 버린 시간이 한 트럭이다. 엄마는 택시도 잘 타지 않고 버스가 없거나 어두울 때만 타는 짠돌이다.


내가 스스로 간다고 해서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경남 한안은 너무 멀어서 혼자 집에 돌아가기도 힘들고 아빠한테 데리러 오라고 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입 꾹 다물고 참으면서 지내고 있다. 학교, 학원 안 가는 게 너무 좋다. 이런 것쯤은 참아주리라.



아들이 만들고 싶어한 모양


오늘은 엄마가 물레로 만들어보자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전시실에서 고르고 골라온 것이다. 고르는 것마다 그것을 만들려면 3박 4일이 필요하다고 해서 겨우 할 수 있는 작은 병 양으로 골랐다. 큰 그릇보다 작은 그릇들이 귀여워서 만들고 싶어졌다.


뜨거운 물을 작은 바가지에 선생님이 떠오셨는데 이유를 물으니 흙이 마르지 않게 자꾸 손에 물을 묻혀 흙을 만져야 한다고 한다.


물레를 돌리는 모습


먼저 시범을 보여주시고 해봤는데 흙의 촉감이 아주 좋다. 클레이나 찰흙보다는 물기가 더 많아서 더 흙장난하는 느낌이 난다. 피아노 페달을 밟는 것처럼 페달을 밟으 물레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중심을 잘 잡아야만 균형 잡힌 그릇이 만들어진다. 어떤 그릇이든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다.


양 손으로 물레를 잡으려는 모습


입구를 양손으로 감싸 쥐면 입구가 작은 그릇이 되기도 한다. 입구가 넓은 그릇을 만들려면 왼손으로 입구를 눌러주면 된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워서 겁이 났는데 자꾸 하다 보니 그릇이 커지는 원리와 좁어지는 원리를 알 수가 있었다.


중심이 무너져서 그릇이 부서지는 모습


만들다가 흙이 부서지고 말았다. 너무 한쪽을 얇게 하다 보니 떨어져 나가버렸다. 엄마는 옆에서 보더니만 소리 내어 웃는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선생님만 쳐다봤는데 선생님은 괜찮다며 떨어져 나간 것은 다른 곳에 두고 다시 둥근 모양을 만들어주셨다.


물레를 돌리는 모습


흙이 부드러워서 만지는 느낌이 좋았다. 마찰이 생기니 손에 자꾸 물을 묻히면서 하라고 하신다.


그릇의 입구 크기를 조절하는 모습


오른손으로 그릇을 받치고 왼손으로 그릇 안쪽에서 살살 눌려가면서 크기를 조정한다. 10분쯤 하다가 힘들어서 나는 자리를 빠져나왔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초집중해야 하고 허리도 아팠다. 엄마는 끈질기게 앉아서 하더니만 계속 재밌다고 하면서 감 잡았다고 한다. 역시 엄마는 인내의 화신이다. 뭐든지 도전하고 해보려고 하는 성격인데 나도 조금은 엄마와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엄마는 좀 심한 편이다.


토기 마그넷에 물감 칠하기


나는 지난번에 만든 냉장고 마그넷에 색칠을 칠했다.  물감처럼 생긴 것은 모두 돌가루라고 한다. 돌가루에서 이렇게 색깔이 나와서 신기했다. 1000도 이상 뜨거운 불에서 구워야 하니까 일반 물감은 아예 되지 않고 돌가루 물감이어야 한다.


토기 마그넷에 물감 칠하기


내가 색칠을 하는 동안 엄마는 계속 물레만 돌리고 있다. 지난번에는 아빠랑 같이 마실 커피잔, 녹차 잔을 만들더니만 이번에는 큰누나, 작은누나 머그컵을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식구가 다섯이라 다행이지 일곱이었으면 2개를 더 만들자고 했을 것이다. 엄마들은 왜 가족 하나하나를 다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토기 마그넷에 물감 칠하기 완성


함안은 아라가야였던 지역이니 '아라'와 'haman'에 초록색을 칠했고 연꽃은 주황색으로 칠했다. 수레바퀴 무늬는 역시 초록으로 칠했고 불꽃무늬는 빨간색으로 칠했다. 이렇게 색칠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초록과 주황색,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 함안 연꽃은 가장 힘들었던 걷기 챌린지 성산산성에서 연꽃씨앗이 나와서 싹을 틔어 꽃을 피웠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5세기의 연꽃 씨앗으로 2000년대에 꽃을 피우다니...


물레로 만든 컵들


엄마는 내가 색칠하는 동안 누나들 줄 머그컵을 2개 만들었는데 입구를 꽃잎처럼 만들어서 밋밋한 모양의 머그잔보다는 나은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작은 병은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셨다. 내가 고른 것보다 조금 크게 만들었는데 3개나 만들어주셔서 좋았다.


나는 물레로 만드는 것보다 손으로 만들거나 그리는 게 더 재미있다. 물레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데 엄마는 물레로 만드는 그릇이 재미있다며 더 배워보고 싶어 한다. 아마도 집에 가서도 물레로 그릇 만드는 곳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는 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으면 마음에 저장했다가 꼭 해보는 성격이니까.


수곡도예에서 물레 돌리는 동영상

수곡도예에서 물레 돌리는 모습

2주 후에나 받아볼 수 있다. 어떤 모습으로 내 손에 오게 될지 궁금하다. 엄마도 벌써부터 만든 그릇으로 아빠랑 커피 마시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말한다.


수곡도예 선생님이 가져가라며 완성품을 4개나 싸주셨다. 감사합니다. 수곡도예 선생님들~


수곡도예에서 아들에게  기념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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