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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권 Nov 15. 2024

베이비 붐 세대의 주말 밥상 이야기

45. 오징어무침

45. 오징어무침     


#오징어 숙회의 진화 버전

 오징어 숙회는 밥반찬으로도 즐겨 먹고 술안주로도 인기가 많은 오징어 요리다. 오징어 숙회만큼이나 가정집 밥상과 술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친근한 음식이 있다. 바로 오징어무침이다. 무침 요리는 날 것 그대로를 무치거나 데쳐서 무치는 방식 두 가지인데 오징어무침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오징어무침은 오징어를 데친 오징어 숙회가 진화한 버전이랄 수 있다. 즉, 오징어 숙회에 미나리와 양파, 오이, 청양고추 따위의 채소를 섞어 양념으로 버무린 음식이 오징어무침이다. 오징어 숙회가 오징어 본래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박한 음식이라면 오징어무침은 오징어 숙회의 쫄깃한 식감과 향긋한 채소에 더해 매콤하고 새콤하고 상큼한 양념이 어우러져 오징어 숙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자극적인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깨끗이 씻어 손질한 오징어 세 마리


오징어무침은 비주얼에서도 돋보인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참기름, 설탕 등 불기운을 씌지 않은 양념과 채소의 원형이 붉은 자태와 연초록으로 드러나 시각적 임팩트 효과가 오징어 요리 중 가장 뛰어나다. 양념과 채소에서 풍기는 향과 맛, 아삭거리는 소리도 생생하게 살아 있어 미각은 물론 시각, 후각, 청각, 촉각적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오징어


#오징어채무침

 오징어무침과 이름이 비슷한 오징어채무침이란 음식도 있다. 이름만 비슷할 뿐, 요리 방식도 다르고 음식의 맛도 다르다. 오징어채무침은 말린 오징어를 잘게 찢은 오징어채에 양념을 넣고 무친 음식이다. 양념의 내용물은 오징어무침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채소를 넣지 않고 말린 오징어를 요리한 것이라 질겅질겅 씹는 맛이 난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질리도록 많이 먹은 음식이다. 싸고 흔한 말린 오징어의 유통이 활발하던 때인 데다 짭조름하면서 매콤한 맛이 밥반찬으로 어울렸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돌이켜보건대 콩자반과 함께 학생들이 도시락 반찬으로 신물이 나도록 먹은 메뉴가 오징어채무침이었을 것이다.      


오징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대학교 때 하숙집 밥상에도 오징어채무침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와 학생들 모두 달가워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도 먹고 도시락 반찬으로도 지겹도록 먹은 음식이라 식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리라. 밥반찬도 유행을 타는지, 지금은 가정집 밥상에서 오징어채무침을 찾아보기가 뜸해진 듯하다. 치아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말린 오징어의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고, 오징어채무침을 능가하는 풍성한 먹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오징어채무침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밑반찬으로 간혹 볼 수 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미나리


#오감(五感)이 즐겁고 영양가도 많은 오징어무침

 자고로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 훌륭한 음식을 찾아다니며 즐긴다는 식도락(食道樂)이라는 말의 뿌리도 맛이다. 손맛의 내공이 느껴지는 노포(老鋪)나 음식의 예술화를 추구하는 요리 장인(匠人)이 운영하는 맛집이라면 기꺼이 다리품을 팔고 지갑을 여는 이유도 결국 맛의 힘 때문이다. 미각적이고 영양학적 우월성과 더불어 감각적인 매력까지 겸비한 음식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양파와 청양고추


오징어무침도 그런 음식 중의 하나다. 오징어무침은 메인 식재료와 부재료, 양념의 세 요소가 맛과 영양, 시청각에 더해 후각적이고 촉각적인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음식이다. 오징어무침은 영양학적 관점에서 밥상 위의 보고(寶庫)나 다름없다.     


메인 식재료인 오징어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라 군살이 찔 염려가 없어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피로를 푸는 데에 효과가 있는 타우린 성분도 많다. 독특한 향이 나는 미나리는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라 체내 독소를 배출하는 해독작용과 변비 예방, 장(腸) 건강에 좋다. 매운맛이 강하나 익히면 단맛이 나는 양파는 비타민과 탄수화물, 칼슘, 인, 철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건강식품이다. 고혈압 예방과 항암 효과, 장(腸) 기능 촉진, 혈당 및 콜레스테롤 억제에 효능이 있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진간장맛술매실액참기름설탕다진 마늘통깨를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든 뒤 오징어를 먼저 무친다.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오징어무침은 술안주로도 효용성이 높다. 쫀득한 오징어와 새콤하고 매콤한 양념, 미나리의 거부할 수 없는 향이 술맛을 당기게 한다. 맛과 향이 강한 양념은 또 알코올 기운을 누그러뜨리는 경향이 있어 소주와 잘 어울리고 맥주 안주로도 무난하다.     


미나리와 양파청양고추도 넣고 버무린다마지막에 식초도 넣는다.


#오징어무침 요리

 내가 한 번씩 밥상에 올리는 오징어무침 요리 방식은 이렇다.

1. 오징어를 깨끗이 손질한 뒤 끓는 물에 데친다. 데치는 시간은 45초~60초.

2. 데친 오징어의 몸통을 4x1cm 크기로 썬다.

3. 고춧가루 두 큰술, 고추장과 진간장, 맛술, 매실액, 참기름 각 한 큰술, 설탕 한 작은술에 다진 마늘 한 큰술, 통깨를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든 뒤 오징어를 먼저 무친다.

4. 미나리와 양파, 청양고추를 넣고 버무린다. 오이는 넣을 때도 있고 생략할 때도 있다.

5. 마지막에 식초 한 큰술을 넣어 마무리한다.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완성된 오징어무침양념의 자극성을 중화시키는 맑은 콩나물국과 함께 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뭇국과도 잘 어울린다.


 오징어무침은 양념의 자극성이 강해 맑은 콩나물국과 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 맑은 뭇국과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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