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퐁냐케방 동굴 탐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은
어떤 형체도 조금의 움직임도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어둠은 그 무게가 어마어마해서, 온몸을 다 덮쳐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오늘 우리가 다녀온 투어는 그저 단지 투어가 아니다. 나는 이것을 탐험이라 부르겠다. 퐁냐케방 동굴 탐험!
운이 좋았는지 오늘 퐁냐 동굴 투어는 우리 둘만 참여하게 되었다. 최소 두 명 신청하면 진행되는 투어이긴 했다. 돌아오고 나서 느낀 거지만 둘 만 가길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다. 단체 투어를 했으면 카약을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우리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심한 폐를 끼쳤을 것만 같다......
오늘 투어 이름은 ‘conquer 4.5km phong nha cave’
프로그램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가이드 호텔 픽업
2) 투어 사무실에서 투어 안내 및 복장 준비, 참가신청서 작성
3) 동굴 근처까지 지프차로 이동
4) 카약 타고 동굴 내부로 이동
5) 카약에서 내려 약 1.2km 동굴 내부 탐험
6) 다시 칠흑같이 어둡고 좁은 동굴 중심부를 향해 카약으로 이동
7) 카약에서 내려 동굴 내에서 점심식사
8) 동굴 내 dark zone 500m 탐험
9) 동굴 내 모래벌판에서 수영하기
10) 카약 타고 돌아 나오기
11) 동굴 입구 산책 구역 걷기
12) 카약 타고 지프차 있는 곳까지 이동
13) 지프차로 다시 숙소로 이동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여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다. 비용은 1인당 1,530,000동( 비수기라고 10% 할인해 준단다 ). 약 76,000원 정도로 꽤 비싼 가격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생전 처음 타보는 카약 노젓기와 너무 어두워 헤드랜턴 아니면 돌아볼 수 없는 동굴 깊숙한 곳 탐험이라는 긴장이 컸는지 완전히 녹다운된 상태다.
우선, 숙소로 픽업을 온다.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가 송강에 대한 이야기, 퐁냐의 보태니컬 파크 이야기, 퐁냐에 300개의 동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투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샌들을 준다. 물이 젖어도 걸을 수 있고 바위에도 오를 수 있는 샌들이다. 가방도 방수용으로 하나 준다. 헬멧도 썼다. 카약 탈 때는 구명조끼 필수 착용이다.
송강 끝에 동굴로 들어가는 큰 출입구가 나온다. 베트남 사람들은 송강을 송선이라고 부르는데 선은 붉은 입술을 뜻한다고. 가을에 빨갛게 물든 강빛을 보고 그렇게 부른단다. 카약을 타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우리들만 달랑 놔두고 가이드는 저 혼자 지하강으로 노를 저어 지하강 입구 쪽으로 가고 있다. 할 수 없이 우리들도 노를 젓는다. 카약은 뒤뚱거리기만 한다. 겨우 겨우 지하강 입구까지 오니 큰 모터 배들이 가득하다. 이 큰 배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입구의 넓은 강물 길을 지나고 나면 좁은 강이 나온다. 이 좁은 강에서 우리는 여기저기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뒤로 돌기도 하면서 가이드가 모는 카약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윽고, 카약 정류소가 나왔다. 가이드가 내리라 한다. 이제부터 퐁냐 동굴의 진짜 모습을 볼 차례라고. 땅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이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가득하다. 종유석이 1cm 자라는 데 100년이 걸린다니 1미터 자라는 데 1만 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적어도 수십만 년 또는 수백만 년 어쩌면 수억 년이 넘은 것도 있을 것이다.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래전에 참 족이 살았던 흔적도 둘러본다. 그들이 남긴 글씨, 도자기 조각, 숯 조각들이다. 여기부터는 오로지 가이드의 랜턴과 헤드랜턴 빛에 의해서만 탐험한다. 산호 화석도 보인다. 이곳이 바다였다는 증거란다. 이곳에 사는 작은 동물 화석도 발견했고, 종유석에서 나오는 거미줄 같은 뿌리들도 신기하기만 하다.
다시 카약 정류소로 돌아왔는데, 더 깊이 지하강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 더 들어간다고? 호기심 반 무서움 반이다. 오직 들리는 소리는 우리가 카약의 노를 저을 때 나는 물소리뿐이다. 처얼썩 처얼썩. 우리는 물소리만 들리는 지하강에서 우리보다 앞서 안내하는 가이드의 헤드랜턴 빛만을 쫓았다.
모래언덕 같은 곳이 보였고, 멈췄다. 가이드가 랜턴으로 빛을 만들어줬다. 이제 점심시간. 태어나서 생전 처음 하는 경험을 해 본다. 동굴에서 밥 먹기. 가이드의 부인이 차렸다는 밥상이다. 볶음밥과 후라이드 치킨과 과일들과 과자와 음료까지. 우리보다 앞서가던 카약의 큰 방수 배낭 속에는 감사하게도 우리 먹거리가 한가득이었다.
식사 후 더 어두운 다크 존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가 보자고 한다. 밧줄을 잡고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가는 길에 거미와 또 어떤 새끼 지렁이처럼 생긴 동물의 애벌레 알들도 본다. 줄줄이 사탕 같아 보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발견한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랜턴으로 빛을 받아 펼쳐진 곳은 운동장처럼 넓은 동굴 속 평원 같았다. 익숙한 듯 가이드는 포즈를 요구하고 멋진 사진을 찍어준다. 또 걷는다.
어느 정도 걷다가 거의 길이 없을 즈음 잠시 바위에 앉아보란다. 그리고 가이드는 헤드랜턴을 껐다. 아~! 이 어둠은 뭘까? 태초의 어둠! 태곳적 어둠이 아닐까 싶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은 어떤 형체도 조금의 움직임도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숨 쉬는 소리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인식할 뿐이었다. 어둠은 그 무게가 어마어마해서, 온몸을 다 덮쳐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아... 좀 무섭다.
다시 카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경험이다. 동굴 수영!
동굴의 깊이가 꽤 된다고 하는 데, 랜턴 빛에만 의지한 채 지하강으로 풍덩 들어갔다. 물론 구명조끼를 입었기 때문에 안전하긴 하지만 랜턴 빛이 비치는 영역 이외는 온통 블랙이다. 물속을 가늠할 수도, 공간의 한계가 가늠되지도 않는 곳에서 우린 물 위에 떠있다. 동굴 수영은 짜릿했다. 아무것도 짐작되지 않는 검은 공간에서 하는 수영이다. 신나게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혔지만, 가이드가 곁에서 빛을 만들어주고 우리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언감생심 물속으로 들어갈 용기가 났을 까 싶다.
노를 잘 못 젓는 우리에게 관심도 없는 것처럼 무심한 듯 홀로 카약을 타고 앞서가다 기다리곤 했던 가이드는 종유석과 동굴 속 화석을 설명할 때면 에너지가 넘쳤고, 우리에게 점심을 먹일 때는 자상한 오빠 같았다. 고맙다.
이제 돌아 나가는 길. 동굴의 큰 입구 옆 산책코스에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일반 관람객들이 둘러보는 코스겠다. 많은 사람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지하강으로 들어와 약 30분 정도 종유석과 석순들을 구경하면서 산책하고 나가는 중이었다. 이곳은 적당한 곳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거대하고 화려한 종유석을 더 우아하게 밝혀준다. 우리도 그 코스를 걸어 퐁냐 동굴의 또 다른 모습을 감상하고 지하강을 나왔다.
오늘 우리들의 어드벤처는 아마도 앞으로 더는 안 일어날 수도 있겠다.
2022년 6월 6일, 퐁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