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파라다이스 동굴, 묵 스프링
중국과 국경을 맞닿은 높은 산과
온 나라를 수직으로 감싼 바다와
동남아시아의 젖줄 메콩강과
퐁냐 동굴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산동 동굴까지
세상의 귀한 자연유산을 다 가진 나라.
고산지대의 사계절 기후와
호찌민 남쪽의 푹푹 찌는 열대 기후를 두루 거느리고
산에서 나는 작물과
바다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과
강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물고기들까지 다 가진 나라.
강대국 미국과 프랑스와 싸워 당당히 이긴 나라.
그리하여 온 세계에 반전의 가치를 쏘아 돌린 나라.
젊음과 자유와 여유가 차고 넘치는 나라.
그리고 호찌민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탄생시킨 나라.
아침에 숙소 근처를 산책한다. 옛날 시골마을이다. 이곳 베트남에서는 닭과 소가 산책하고 인간들은 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나는 오늘 인간이 아닌 듯, 걷는다. 걷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소들이 우르르 몰려있고, 닭들은 성큼성큼 집 주변을 돌아다닌다. 결혼식이 있는지 사람들이 예쁘게 식장을 꾸미느라 분주하다.
오늘 일정은 아침에 밥 먹다가 정해졌다. 호텔 주인이 아침을 챙겨주면서 뭐할 거냐고 하길래 계획이 없다고 했더니, 파라다이스 동굴과 오는 길에 묵 스프링을 다녀오란다. 구글맵으로 언뜻 보니 되게 멋있어 보이길래 그러기로 했다.
숙소 주인이 이렇게 제안한 이유가 있고, 우리가 고분고분하게 듣는 이유가 있다. 어젯밤에 하노이로 갈까 닌빈으로 갈까, 기차 타고 갈까, 버스 타고 갈까 여러 가지로 우리의 일정을 고민하는 동안 호텔 주인을 많이 괴롭혔다. 기차는 이미 인터넷으로는 예약이 끝난 상태였는데도 주인에게 한번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고, 닌빈, 동허이 등으로 가는 차편과 시간을 물어보고 나서도 오랜 고민을 했다. 그러는 동안 하노이로 가는 버스 몇 대의 예약이 이미 끝났고 최종 결정을 하고 난 다음에는 하노이로 가는 야간 버스만 유일하게 퐁냐를 나가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니 오늘은 밤까지 여유가 있다.
택시를 부르고 두 곳 다녀오는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택시는 800,000만 동이고 주인이 불러주었다. 생각보다 가깝지 않은 데다 투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투어 비용이랑 비교해보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파라다이스는 이런 곳일까? 그저 와! 와!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산 중턱 작은 입구를 들어가면 마치 지하에 큰 원형극장이 있는 것처럼 엄청난 공간이 펼쳐지고 천정에서, 바닥에서, 아름다운 샹들리에처럼, 예술작품처럼, 도무지 상상도 하지 못한 거대하고 아름다운 종유석과 석순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엄청난 경이로움을 그저 사진으로밖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사진은 한계가 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거대하고 웅장하고 환상적이다.
입장료는 1인에 250,000동 그리고 버기(미니카) 타는 데 왕복 10,000동이다. 버기에서 내려 570미터 오르막을 걸어올라 가면 자그마한 입구가 보인다. 이 입구로 들어가면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아래 사진은 마치 파라다이스가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증명할 예술작품이다. 동굴 내부를 구경하는 관람객을 위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을 잘 보면 데크가 있고, 그 길을 사람이 걸어 다닌다고 보면 동굴의 규모가 얼마나 큰 지를 가늠할 수 있다. 동굴 내부로 들어가서 동굴 끝까지 걷다가 나오기만 해도 거의 2시간 가까이 되는 규모다. 동굴 전체 길이는 무려 31KM라고 한다.
종유석과 석순의 향연이다. 마치 태곳적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직전의 순간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파라다이스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마치 천상의 공간 같았다. 한 방울의 석회 물이 수억 년에 걸쳐 만든 예술작품을 겨우 250,000만 동의 입장료만 내고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말도 안 되게 송구스러웠다.
물이 솟구쳐서 계곡이 되는 곳, 이곳은 그냥 우리나라의 여름철 가족 놀이터 같은 곳처럼 운영되고 있다. 들어가자마자 계곡을 한 바퀴 돌고 따로 구역이 정해진 물놀이터에서 수영을 하고 놀다 왔다. 물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이후에도 한 동안은 땀을 안 흘렸다~^^
다만 물살이 너무 세서 깜짝 놀랐다. 구역을 정해 물놀이를 하게 한 이유가 있었다. 제대로 된 수영을 하기보다는 물살로 몸이 쓸려내려갈 때 어떤 느낌일지를 체험하는 공간 같았다.
어제저녁을 먹었던 먹었던 식당에서 시원한 맥주와 늦은 점심을 먹고 산책하며 호텔까지 걸어왔다. 40분 정도 되는 거리라서 적당해 보이지만 사실 날이 더워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묵 스프링에 다녀온 터라 다행히 우리는 더위를 이겨낼 만했다. 이 음식점에서 맛있는 요리는 치킨이라 해서, 카레치킨과 캐슈 치킨을 주문했는데, 둘 다 맛있었다.
길거리 음식을 판다. 코코넛을 먹을까 하고 멈췄는데, 잠시 뒤 베트남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뭔가를 시켜 가져 간다. 컵에 이것저것을 담는데 가만히 보니, 팥도 넣고 젤리와 떡 같은 것도 넣고 얼음까지 시원해 보였다. 물어보니 '체다'라고 한다. 우리도 시켜봤다. 달콤한 베트남식 팥빙수였다. 아주머니들은 우리 같은 관광객을 처음 보는지 아니면 오랜만에 보는지 신기해하며 자꾸 쳐다보며 웃는다. 길거리 테이블에서 코코넛과 팥빙수를 먹는 우리들은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위로 들어 보였다. '우리도 퐁냐는 처음이랍니다'
오늘은 결혼하는 날인가? 두 군데나 결혼식 축하연을 벌이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고,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노래도 부른다~ 잔칫집을 구경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축하드립니다. 두 커플!'
작고 소박한 동네. 산이 많고 깊은 동네 퐁냐. 하지만 그 깊은 산은 아름답고 진귀한 파라다이스를 품고 있었다. 이 산은 베트남 전쟁 때 호찌민 루트로 쓰인 곳이라고도 한다.
퐁냐를 돌아보며 나는 베트남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나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중국과 국경을 맞닿은 높은 산과 온 나라를 수직으로 감싼 바다와 동남아시아의 젖줄 메콩강과 퐁냐 동굴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산동 동굴까지 세상의 귀한 자연유산을 다 가진 나라. 고산지대의 사계절 기후와 호찌민 남쪽의 푹푹 찌는 열대 기후를 두루 거느리고 산에서 나는 작물과 바다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과 강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물고기들까지 다 가진 나라. 강대국 미국과 프랑스와 싸워 당당히 이긴 나라. 그리하여 온 세계에 반전의 가치를 쏘아 돌린 나라. 젊음과 자유와 여유가 차고 넘치는 나라. 그리고 호찌민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탄생시킨 나라. 베트남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있는 나라 같았다.
퐁냐에 내리던 날 우리를 픽업해 호텔로 갔던 주인은 우리들을 다시 같은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트리하우스 카페. 아마도 이곳은 밤 새 영업을 하는 곳은 아닐지. 버스터미널 같은 곳이다. 모든 퐁냐를 지나는 버스는 이곳에 멈춘다. 버스를 기다리며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또 친구들을 만난다. 우리들도 이곳에서 차를 기다렸고 망고 스무디를 먹었고, 20분 늦은 150도 누운 슬리핑 버스를 10시쯤에야 탔다.
퐁냐는 우리들 픽업해주고 택시 알아봐 주고 하노이 가는 여러 교통편 알아봐 주느라 애쓰신 hung phat bunglow 호텔 주인 덕분에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곳에 오실 분들 중에 우리처럼 바이크 타기가 힘드신 분들은 가능하면 tree house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식사하기도, 투어 예약하기도 좋다.
2022년 6월 7일, 하노이로 이동 버스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