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신발 수선 아저씨

#15 하노이 잠시 돌아보기

by 아샘
부부가 일을 했다.
남편은 밑창을 더 벌려 반쯤 드러내고 깨끗이 사포질을 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넘기면 아내는 본드칠을 한다.
잠시 기다린 후 다시 남편이 밑창을 꽉 붙이고 망치질을 해 준다.
탕! 탕! 탕!





밤새 버스를 타고 150도 의자에 누워서 하노이까지 왔다. 타자마자 2-3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이후 2-3시쯤부터는 거의 뒤척였다. 아, 많이 불편했다. 이따금씩 커튼을 열어 밖을 내다본다. 깊은 어둠 속을 쏜살같이 달리는 버스다. 쉬는 시간도 없이 밤을 달리는 베트남 버스는 오래 전의 인도를 기억나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슬리핑 버스. 대륙 같은 인도에만 슬리핑 버스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위, 아래로 길게 뻗은 베트남도 마찬가지로 밤새 달려야 도착하는 도시가 있다. 공간의 규모가 사람들의 일상을 다르게 살게 만든다. 나 같은 예민한 사람은 사실 슬리핑 버스가 좀 불편하다.


하노이에는 중심가에 세워주었다. 7시 30분쯤 가장 가까운 호텔에 가서 이른 체크인을 요청하고 한 숨 잤다. 점심때쯤 나와 하노이를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내일 사파 가는 버스를 예매했다. 아침 7시 출발이다. 드디어, 사파를 가다니. 이번 베트남 여행 일정을 짤 때 가장 먼저 사파를 떠올렸다. 서늘한 곳이라 하니, 기대할 만하다.





호안끼엠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하노이에는 그래도 걷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여행자들이 많으니까. 호찌민에서 동생에게 얻은 '조리 슬리퍼' 밑창이 벌어져서 조심스럽게 걷던 중이었다. 슬리퍼는 베트남에서 사려고 했고, 동생은 아마 신다가 버리게 될 거라며 임시로 신으라고 준 슬리퍼다. 오늘은 드디어 슬리퍼를 하나 살 때가 됐나 보다 하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길거리에서 신발 수선하시는 분을 만났다. 신발 밑창을 보여주고 고쳐줄 수 있냐고 물으니 바로 신발을 벗고 다른 슬리퍼를 주며 신고 있으란다.

부부가 일을 했다. 남편은 밑창을 좀 더 벌려 반쯤 드러내고 깨끗이 사포질을 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넘기면 아내는 본드칠을 한다. 잠시 기다린 후 다시 남편이 꽉 붙이고 망치질을 해 준다. 탕! 탕! 탕! 아, 신발이 온전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신어보란다. 다시 걷는 것이 편안해졌다. 밑창 양쪽 수선하는 데 30,000동을 드렸다.( 1,500원 ) 덕분에 새 신발이 되었다. 이 신발은 한국에 와서도 계속 여름을 함께 했다. 아마 내년에도 신을 수 있을 것 같다. 수선해 주신 아저씨 덕분이다. '고맙습니다.'


아침식사는 가장 무난한 퍼보를 먹기로 했다. 아침으로는 맑고 따뜻한 쇠고기 국물, 적당한 양의 퍼보가 제격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는 중이다. 근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 주문을 했다. 앗! 그런데 이곳 퍼보는 왜 이렇게 국물 맛이 그윽하고 좋을까? 두 사람이 10만 동, 1인당 5만 동이니 2,500원 정도. 이렇게 맛난 쌀국수가 2,500원 정도라니. 그저, 쌀국수만 먹으러 베트남에 여행 와도 좋을 것 같다. 이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하노이 하면 맛집 생각만 난다. 맛있는 하노이, 자유로운 호찌민! 뭐, 이런 문장들도 막 떠오른다.

좀 걷다가 하일랜드에서 커피도 한 잔 한다. 잠시 짧고 가벼운 비가 왔다.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시원한 곳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사람들을 구경한다. 비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용감하고 멋져 보였다.


내일 갈 사파 숙소를 예약하고, 중심가를 걸어 호안끼엠 호수까지 갔다. 오늘은 그저 쉬엄쉬엄 걷는 날로 하기로 했다.


근처에 시티투어버스가 마침 출발 직전이라 얼른 올라탔다. 1인당 98,000동. 흐린 날이라서 오히려 지붕에서 하노이를 구경하기 딱 좋았다. 호수의 도시인가? 호안끼엠을 지나니 더 큰 호수가 나온다. 그렇게 한 바퀴 다 돌고 투어가 거의 끝나갈 즈음 비가 퍼붓는다. 다행히 비옷을 나눠준다.


비옷을 걸치고 급하게 근처 콩 카페에서 들어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콩 카페는 어디든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3층에는 오래된 책들과 낡은 사진으로 장식되었고 사람들은 편안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는 3층에서 비 내리는 창문 너머를 한참 바라보면 차를 마셨다. 호안끼엠 호수와 그 앞의 회전교차로를 버스와 오토바이가 쉼 없이 달린다. 비옷을 쓱 걸쳐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하노이 사람들은 이 여름 이런 비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맑은 날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숙소로 다시 걸어 돌아오는 길에서 마주한 비 온 후의 모습, 하노이 구시가 건물들은 화려한 조명을 잔뜩 뿜어내고 있었다. 운치 있고 멋지기도 하고 여운이 남아서 자꾸 바라보게 된다. 이곳은 하노이의 중심가다.


호텔 근처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태리 음식에 꽂혀서 'casa italia'를 찾았다. 이태리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raviolis’와 ‘quattro formaggi’ 그리고 맥주 한잔, 후식으로 아보카도 아이스크림까지….


여행 중에도 잠시 쉼은 필요하고, 오늘은 그런 날이다. 하노이는 또 올 예정이다.


2022년 6월 8일, 하노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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