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방구쟁이가 될 순 없잖아
30대 러브레터 매거진의 스핀오프입니다.
식빵 다섯 개는 과식인가요?
라면이랑 참치김밥 한 줄을 같이 먹는 건요?
혼자서 파스타 2인분은?
한 때 '햄최몇'이 유행이었는데, 햄버거 최대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냐는 뜻이다. 라디오스타에서 김국진이 햄버거 1개만 먹어도 배부르다면서 대체 다여섯개가 몸에 어떻게 들어가냐며 놀랐는데 그 표정이 넘 진심이라 웃겼다. 상상만 해도 질린다는 뜨악한 표정이었다.
저 질문에 나는 솔직히 Yes, 쌉 가능이다. 왜 못 먹어..? 처음부터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질리는데 먹다 보면 또 들어가고 다 먹게 된다. 맛있는 음식 앞에선 위가 늘어난다. 인간의 장기 중에 유일하게 뇌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위라는 이야길 얼핏 들은 거 같기도.
친구들한테 먹는 거에 비해 살이 안 찐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지만 찌긴 찐다. 야금야금 살이 붙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데 살이 안 찌는 게 이상하다. 사무직인데 날씬한고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면 그건 정말 자기 관리의 산물일 것이다.
유독 회사 점심시간에는 자극적인 음식이 끌린다. 김치찜, 짬뽕, 돌솥비빔밥, 순두부찌개. 지난주에 먹은 점심을 떠올리니 죄다 빨간 맛이다. 빠빠빠빠 빨간 맛~~ 궁금해 허니~ 레드벨벳도 아니면서 회사 점심시간에 그렇게 빨간 맛을 외쳤다.
맵단짠의 공식처럼 매콤한 걸 먹고 나면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아이스라떼를 입에 물며 회사 주변을 산책하다가 사무실로 복귀한다. 점심시간의 짧은 일탈이다. 아니 일탈이라니. 그냥 밥 먹는 건데영! 그렇게 배불리 먹고 돌아오면 사무실에 앉아있는 내내 너무 배가 부르다. 어쩐지 바지가 더 꽉 끼는 거 같아..
퇴근하고 집에 가면 벌러덩 누워서 쉬다가 주섬주섬 일어나 저녁을 차린다. 유튜브나 넷플 보면서 저녁 먹는 시간이 제일 편하다. 밥 먹을 때랑 자기 전 누워서 핸드폰 할 때 제일 큰 해방감을 느낀다! 요새는 비빔밥에 꽂혀서 양푼에 반찬들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둘러 팍팍 퍼먹는다. 룸메가 요리실력을 발휘하는 날에는 월남쌈, 명란 파스타, 양배추참치덮밥 등 저녁상이 더욱 풍성해진다.
먹는 일에 이렇게 큰 기쁨을 느끼는데 대체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는 건지. 저녁을 포기할 수 없어서 회사 점심이라도 좀 덜 먹어보려고 집에서 계란 샌드위치를 싸왔다. 계란샌드위치 하나로는 아쉬워할 나니까(이럴 때 발휘하는 자기 객관화) 블루베리잼만 바른 샌드위치를 또 준비했다. 그렇게 샌드위치 두 개(식빵 4쪽)를 먹었는데 다 먹고 나니 과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배에 가스가 차는 거 같아 검색해 보니 빵에는 우유와 버터가 들어가서 가스를 유발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내 최애 빵이 부드러운 우유 식빵인데 순수해 보이는 얼굴에 폭삭 속았다. 가스 유발 우유 식빵을 네 쪽이나 먹었으니 아랫배가 아주 빵빵하다.
자리에서 긴장을 풀면 뿡~ 하고 방구가 나올까 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 오히려 스릴 넘치는데? 식곤증도 물리치는 긴장감이다. 까딱하다간 이제 ‘12층 위OO씨 방구 뀐 소리 들은 사람?'하고 블라인드에 글이 올라올지도 몰라. 이대로 네임드 뿡뿡이가 될 순 없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단전에 힘을 주며 괜히 엑셀 작업에 집중했다. 회사 퇴근하면 옷 갈아입고 달리기라도 해야겠다. 방구를 부스터 삼아 달려야지. 뿡뿡뿡.
봄이 오고 옷차림도 얇아지고~ 올해는 4월부터 여름이라던데 시간이 얼마 없다. 겨울에 한껏 찌운 살을 빼야 한다. 아가리어터(다이어트한다고 말만 하는 나 같은 사람) 탈출하고 진짜 다이어터가 되어보자고! 기운 내 기운 내~!
솔직히 조금 자신 있는 부분은 또래보다 많이 먹는 스타일이라 먹는 양 조금만 줄여도 살이 빠질 거 같은데 그게 참 힘들다. 역시 습관 바꾸는 게 제일 힘들어. 다이어트가 습관성형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식빵이 쏘아 올린 뿡뿡이의 다이어트 선언 첫 글이다.
뿡뿡이가 날씬이가 되는 그날까지. 킵고잉. 이제 아가리로만 못하게 글로 기록했으니 뿡뿡이 탈출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