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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Apr 12. 2024

두번째 암_네번째

걷기조금 버거운가 봄


본격적으로 항암일정 시작되었다. 월요일 오후에 호지킨 판정을 받고 바로 수액을 달았다. 무슨 세포 관련된 수액이라고 했는데 호지킨에 들떠서 무슨 수액인지는 잊고 맞았다. 이건 아무런 부작용이나 부담이 없었다. 어차피 중심 정맥과 연결된 케모포트라는 망망대해로 흘러들어가는 수액일터. 당장 화요일부터 항암제가 투입되었는데 총 네가지 였다. 세가지는 호지킨에 쓰이는 보편적 항암제와 한가지 표적 항암제가 추가되어 총 네개의 항암제를 맞았다. 마지막 항암제는 의료보험조건이 까다로웠는데 나의 만신창이가 된몸은 다행히(?)도 그 조건에 통과해서 의료보험 조건에 부합했다. 


이글을 정리하는 지금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항암은 무척이나 힘들다. 맞는 당일은 그냥 어디를 많이 두들겨 맞은만큼 잠들었고 다음날은 병원에서 나오는 아침밥도 잘먹었다. 각종 부작용을 우려한 약들을 많이 맞았는데 그역시 케모포트라는 망망대해로 흘러들어가는 약들일터 그래 와라 같이 흐르자 항암 뭐 있냐. 항암이후 혈소판과 백혈구 수치를 보고 퇴원일정을 정한다고 했다. 약사 영양사 PA간호사가 와서 병설명과 주의사항을 안내 해주고 퇴원안내를 해줬다. 특히PA간호사님이 설명할때는 보호자를 아내로 변경해서 주의깊게 듣고싶었다. 호지킨이라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여전히 T사이에 있은 호지킨이었으며 각종 지표들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주의사항이 책자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신생아같은 면역에 감염을 주의해야한다. 


문제는퇴원하기전날 백혈구 증가제를 맞았는데 이게 대박이다. 입원하기전에 하루에 한번씩 열이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로 버텨가면서 체력을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맛있는 먹을것을 찾아다었는데 90을 넘긴 할머니가 작년말유방암 수술을 받으셨고 항암과 방사선을 다 해내셨다. 할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메기매운탕을 먹으러 갔었다. 낚시터를 둘러보시는 아버지가 떠났을때 할머니가 넌지시 말한적이 있었다. "항암하고 주사 한대를 맞는데 그게 5일 힘들다" 내가 힘든게 백혈구 증가제때문인지 항암주사 후유증인지는 모르겠으나 퇴원후 집에서 일정이 녹록치 않다.


목이쉬고 멍하고 잠에들지 못하며 잠에 들어도 깨고 화장실에 가지못하거나 혹은 자주가거나 구내염이 생기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온몸에 아픈곳을 다 건드리거나 일일히 나열하기도 어려운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한번에 하나씩 군대에서 행군하듯. 아픈곳 한곳이 생기면 그곳에 신경쓰느라 다른곳에 신경쓰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그런느낌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도움되는건 물을 많이마셔서 빼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물조차 삼키기 어려운 컨디션이 온다는 점이다.


컨디션은 매일 다르다 어쩔때는 너무힘들어서 침대와 식탁을 오가기가 부담스럽고 어쩔때는 내가 이렇게 쉬고있는것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맞는 일인가를 스스로 물을 정도로 좋다. 그런데 분명한건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와 팔은 가늘어지고 몸은 어떤식으로든 야위어 가고있다는것이다. 집앞 공원 꽃나무에 꽃이 피고 봄이왔다. 나는 세번째 항암을 마쳤다. 이제 아홉번이 남았다 처음보다는 훨씬 여유있는 태도와 자세로 꽃과 함께 맞는 항암. 그나마 다행인건 잘먹는다는 점인데 잘먹어주는 몸이 감사할 뿐이다.


꽃이 만개한 봄 아빠와 엄마가 영양식이라고 포천에서 소머리를 삶아왔고 내아들인 손주와 꽃핀 공원을 걸은 다음날 나는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알려준 일정보다 빨랐는데 영화에서 처럼 수채구멍에 그득히 쌓인 머리카락을 보면서 잠시 멍해졌다.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는데 바람과 같이 머리카락이 날리고있었다. 언젠가 이런날이 올줄은 알았는데 막상 머리가 흩날리니 굳게 먹은 마음도 흩날리는것만 같다. 다음 병원 외진에서 구내 이발관에서 머리를 밀었다. 이발사 아저씨의 꼭 완쾌하시라는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머리숱 없는 친구들을 놀렸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카카오톡 환자 단톡방에 존재를 알게되었고 가입해서 많은 정보를 얻고있다. 블로그에서 나름 유명한 분들도 있고 누가봐도 상황은 어려운데 다들 희망과 용기로 서로를 응원해주는 분위기. 특히나 혈액암 치료병원의 치료방법을 비교해가면서 들을수 있는점이 새롭다. 병원에서 놓친 주의사항이나 환자로서의 고민을 상담하기도하고 먼저 지나간 경험을 공유하면서 같은 어려움을 막는다. 무엇보다 '완전관해'라는 네글자를 모두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서 누군가 관해 되었다고하면 다들 축하의 인사를 잊지않는다. 나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12번중에 3번을 마쳤다. 한번 더 항암을 하고 CT와 PET CT를 찍고 중간 평가를 한다. 암세포가 잘 녹고있는지 확인하고 결과에따라 잔여 치료일정이 결정된다. 아직 남은 길이 멀고 길다 특히 이 중간평가라는 고개를 어떻게 넘어야 되는것인지 오는 시간을 덤덤히 받아 들일뿐이다. 


아직 길이 멀다. 올해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딱딱한 복숭아 딱복을 많이 먹을수있겠지 하는 인생에 대한 희망적 태도와 언제나 나를 보면서 웃어주는 돌지난 아들과 가족의 강력한 지지가 버티는 버팀목이 된다. 집앞 꽃은 지고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듯 초록색으로 물들어 간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와야 낫는다. 복숭아를 먹고 사과를 먹을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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