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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Apr 22. 2021

오늘의 서술, #11 괴물들이 사는 나라

#11 괴물들이 사는 나라


  넷플릭스와 왓챠를 모두 이용하고 있지만, 영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인지 요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부터 TV 드라마까지 섭렵하고 있다. 많이는 아니지만 몇몇의 드라마를 보고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판타지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보건교사 안은영”, TV 드라마로는 “경이로운 소문”. “낮과 밤” 등이 그렇다. 이 작품들 속에서는 괴물, 귀신, 악마 등이 악당으로 나온다. 넷플릭스 국내 첫 오리지널인 “킹덤” 또한 좀비가 나온다. 넷플릭스 세계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면, “기묘한 이야기”같은 판타지와 “더 크라운”과 같은 레트로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은 괴물이나 귀신, 좀비로 들끓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정리하면 너무 과할까.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는 그림책이 있고, 이를 원작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했는데,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요즘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문득 생각났다. 예술이 현실의 반영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여 가정을 한다면 분명 이런 유의 드라마가 투자를 받아 제작이 되고 이슈를 끄는 것은 현실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귀신이고 괴물, 좀비가 드글대는 세상이 현실과 닮아있다는 것 아닐까. 


  언젠가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 좀비물이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이유는 각자도생의 사회로 전락해버린데 있다고. 좀비물의 핵심은 내 주변 사람이 갑자기 감염돼 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공포감인데, 뉴스를 보면 답이 나온다. 왜 한국에서도 좀비물이 통하는지. 거의 10여 년 전 “이웃집 좀비”라는 독립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작은 규모로 좀비물을 만들었다는데 이목이 쏠리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했다. 허나 지금은 부산행 등 여타 메이저 제작사에서 다양한 좀비물을 만들고 있다. 물론 다양한 이유로 제작이 되고 있을 것이다. 서구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도 했거니와 장르의 다양화 등 앞서 이야기한 이유 하나로 환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더 서로를 혐오하고 그래서 더 멀어지고 있고 이젠 타인이 괴물이나 귀신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공감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난 서술의 악당과 이어지는 내용일 것도 같다. 하지만 괴물이나 귀신만 있는 게 아니다. 괴물이 있으면 그에 맞서는 선인이 있고, 그게 아니면 세상은 그리 우악스러운 곳이 아니라고 말하는 작품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지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너무 먼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자. 눈이 온다. 어릴 때 아무 걱정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눈사람을 만들 때를 기억해보자.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 마음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안다면 눈사람의 대가리를 치기는커녕 없던 입도, 귀도, 코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은 상상 속에서만 짜릿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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