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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세 Aug 11. 2023

그의 퇴사 계획

내 소울 파트너 팀원이 마음을 굳혔다.

나와 많은 업무를 함께 수행하며 고군분투했던,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팀원이 퇴사를 준비한다고 넌지시 밝혔다. 누구에게까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그녀의 메신저에 나는 아쉽다는 말만 나직였다. 당신이 그렇게 결심했다면 잡지 않겠노라고 말해 주고, 불편했을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떠날 사람은 잡는다고 잡히는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동안 팀장님에게 가장 많이 시달린 사람이었다.)


그 팀원과는 신입으로서 하기 힘든 업무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야근하면서 헤쳐 나가곤 했었다.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언제나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를 응원해줘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많이 의지했던 탓인지 서운한 마음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이런 옹졸한 마음에 가슴이 저릴 때쯤 한심한 내 열등감이 빼꼼 고개를 들었다.



참으로 이기적이지만 그의 퇴사 계획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남아있는 나는 어떡하지?'였다.


아쉬운 마음속에 숨어있는 내 생존의 위협을 감지한 것이다. 각자도생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빈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자신이 없었다.


오후쯤에는 서운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하더니 심성이 베베꼬여 그가 얄밉기까지 했다.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우리 팀 당신 없으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라며 심보 고약한 생각까지 해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내 '그만하자, 그를 막을 수는 없어. 너도 퇴사해 봐서 알잖아.'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못내 탐탁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연말에 없을 예정이라는 뉘앙스를 퐁퐁 풍기는 그의 말투와 발걸음이 보일 때마다 응원을 해야 할지, 얄밉다고 농담 삼아 꼽을 줘야 할지, 서운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도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멀끔하고 일 잘하는 그가 어디에 가서도 잘할 것을 알기 때문에 내 안에 잠자던 열등감이 스멀스멀 올라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아마 회식을 하자고 보채는 그 모습이 아니꼬운 건 내 미운 열등감 때문일 것이다. 떨쳐도 떨쳐도 들러붙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밉지만 아마 종국에도 떨쳐내지 못할 테지.


나는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도 그를 따라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은 날이다. 그보다도 먼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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