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 Nov 06. 2024

30살, 결혼의 압박을 느끼다.

04.


결혼.

말만 들어도 복잡한 단어다.


20살 때는 30살쯤 되면 알아서 결혼할 사람이 나타나서 적당히 결혼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게 타이밍 좋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물론 나는 결혼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부모님의 반대(...)라는 진부한 난관에 부딪혔고, 그 덕에 지금의 남자친구와의 결혼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마음은 있어서 헤어지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남자친구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지만, 간략하게 말해서, 남자친구와 나는 학벌과 집안 차이가 꽤 많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내심 이루어질 수 없는 결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놓을 수가 없다. 이미,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별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결혼에 대한 압박이 느껴지니, 자꾸 남자친구를 닦달하게 된다. 거기에 주변 친구들의 남편과 남자친구와도 자꾸 비교하게 되어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이것저것 계산적으로 따지는 나를 발견한다.


사랑은 여전히 거기에 있는데 상황이 자꾸 나를 시험하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더욱 남자친구를 닦달하게 된다. 나는 여기 있을 테니 네가 그 격차를 메꿔서 우리 부모님을 만족시켜 달라는 못된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거의 첫 연애였기 때문일까,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나는 연애 초반에 큰 실수를 하고 만다.


실수 1. 연애 초에 연애 사실을 부모님께 털어놓았다.

실수 2. 남자친구의 학력을 발설했다.(부모님이 이렇게 싫어하실 줄 몰랐다.)



어느 날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데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 너 남자친구 생겼냐?

- 어~ 생겼다 했잖아~

- 걔 대학도 안 나왔다며? (비꼬는 말투)


나는 남자친구가 들을까 봐 황급히 음량을 낮추었지만 남자친구는 이미 다 들은 듯했다.



그 이후로 아빠는 내게 남자친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정확히는 내 남자친구를 딸의 남자친구로서 인정해주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고졸이라는 그 타이틀 하나 때문에 말이다.






오늘은 아빠가 전화 와서 말했다.


- 진주 언니 기억나? 그 언니는 아들이 벌써 7살이라네

- 언니가 몇 살이었지?

- 40살이던가.

- 그럼 33살에 낳은 거니까 난 3년 남았네~

- 그렇지.. 아빠 친구는 벌써 손주 봤대.

- 좋으시겠네

- 근데 너는..

- 아빠 난, 지금 직업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해~

- 그래, 그렇지.



20살이라면, 별거 아닌 것으로 여겼을 대화.


하지만, 내 앞에 결혼적령기라는 거대한 허들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새부터인가 이런 대화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저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금의 남자친구는 없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그게 내심 상처가 되었지만, 이제는 나도 좀 무뎌졌나? 싶다가도 여전히 아빠에겐 조금 서운하다.




반대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클리셰는 어디서든 맛볼 때마다 얼마나 달콤한지.

그 달콤함의 이유가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일까. 왠지 씁쓸해진다.


사랑과 결혼은 왜 같지 않을까?

난, 결혼 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