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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elly Feb 23. 2022

카페인에 약한 사람이 커피를 좋아할 때

하루 한잔의 행복




한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 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를 가르쳐준다

by 베토벤




나는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커피에 대해 더 공부하거나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카페인에 매우 약한 사람이기에 자격증 취득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하루에 2~3잔씩 마셨었지만, 나이를 먹으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카페인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카페인에 약해진 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카페인에 강해서 몇 잔을 마셔도 피곤한 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의 나는 아니다.

몸이 안 좋을 때는 당연히 커피를 멀리 해야 하고, 오후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기라도 하면 밤에 잠까지 못 잘 정도니 말이다.

사실 이 정도면 주변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의 맛과 향이 지독하리 만치 좋다는 거다.


나에게 하루 한잔의 커피는 조금 특별하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심장내과 선생님께서 커피가 나에게 좋지 않다고 했다.

거의 울먹이며 하루 한잔도 마시면  되는지, 디카페인도 마시면  되는지를 물었었다.

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커피 하루 한잔은 괜찮아요. 그런데 기왕 마실 거면 제대로 된 커피를 한 잔 마셔요. 대신 딱 하루 한 잔만!

나도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예요~ 커피 한잔도 못 마시는 인생은 너무 슬프잖아~”

라고 이야기해 주신적이 있다. 물론 몸이 안 좋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는 절대 먹지 말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하루 한 잔의 커피를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게 된 것 같다.

웬만하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오전부터 고민을 한다.

오늘은 어디 커피를 마셔볼까 하고 말이다. 또한 하루 한잔의 커피가 너무 늦은 시간에는 마실 수 없고, 진한 커피의 경우 마실 수가 없으니 대체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만 마신다.

커피가 좀 진한 경우는 샷을 하나 빼고 마시는 등 혼자만의 방법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 정도면 커피를 마시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기도 하다.  

요즘의 나는 가끔 들르는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에 빠져있다.

매 시즌 이름을 잘 기억해 두지 못하는 편이지만, 하루 한 잔 마실수 있는 나의 커피 타임에 소중한 맛을 선사해 주어 요즘은 푹 빠져있다.

하루 한잔의 커피를 위한 나의 몸부림, 그래도 그 향을 느끼고 마실수 있음에 감사하는 하루하루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카페인에 강해져서 하루 한잔의 커피를 계속해서 즐길 수 있기를…


*스페셜티 커피: 지리, 기후, 생산지 등의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커피 중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의 평가를 거쳐 기준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우수한 등급의 커피를 말한다.

*의사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견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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