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는 외출
오늘은 빛과 색이 이 계절에 어울리는,
글 없는 아름다운 그림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 허락 없는 외출 >
글그림 휘리
오후의 소묘
“ 익숙한 불안,
서투른 안도
나는 언제나 그 사이에 서 있다”
지나온 시간들을 마주해 보니
때로는 세상이 안온하기만 하다 느꼈던 적도,
때로는 비바람이 휘몰아쳐
무기력하게만 느꼈던 적도,
그럼에도 앞으로 한발 한발 내디뎌
세상을 향해 나아갔던 시간들도 있었어요. :)
그렇게 만들어낸
‘오늘’이라는 시간!
그것은 결국 지나온 모든 계절,
온전히 저의 선택들로
이루어진 시간들이지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시간이란 사람을 늙게 하고,
시간이란 사랑을 사라지게 하며,
시간이란 별을 소멸하게 하는 것 이더군요.
그렇게 시간은
그 무엇도 그대로 두지 않았으며
그것들이 모여 저의 '오늘'이 된 것.
그래서 저는 상상해 봅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찰나의 기쁨을
사라지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특수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여
필요할 때마다 꺼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록 물이 떨어지는 싱그러움을,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볕과 바람과 구름의 레이어드를,
눈 내리는 날의 정종 한 잔을,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를,
이 모든 것들을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고 싶어요.
그림책 속 아이가
크고 작은 시련을 헤쳐 나가는 삶의 여정 속에
공룡 인형이 위로를 주었듯,
소중한 것들이 담긴 밀폐 용기를 가방에 넣어
지니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익숙한 불안으로 마음이 휘둘릴 때마다
밀폐 용기 안의 별들을
얼음처럼 부서뜨려 입에 넣고
와그작 와그작 씹으며
서투른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으리라~
그렇게 또 살다가
다시 한번 마음에 요동이 칠 때면
초록물이 가득한 싱그러움을 꺼내
녹즙을 만들어 꿀꺽꿀꺽 삼켜보겠습니다. :)
그렇게 영원 속에 변질되지 않고
안전히 보관된 것들을
하나씩 꺼낼 수 있다면
서투른 안도를 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겨요 :)
오늘도 내일도
저는 여전히 그림책 속 아이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씩씩하게,
가끔은 무모하게,
그렇게 살다 보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도착해 있겠지요.
그러니
종종 ‘허락 없는 외출‘ 을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익숙한 불안 속,
서투른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삶의 모든 면모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어른이
쉬이 되기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는 요즈음..
그럼에도 제 자신을,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당신을 응원해 봅니다.
오늘 저의 '허락 없는 외출'은 울릉도 여행!! :)
그래서 여러분께 드릴 질문은..
“ 살다가 익숙한 불안으로
마음이 요동칠 때
무엇이 여러분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