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 꽃갈비 :마곡 녹지
아빠는 고기와 불판이 있는 식탁 앞에서 언제나 집게를 뺐어 들었다. 丈人(장인)이 얇게 썰어 구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는 걸 너무도 좋아해 그렇게 되었다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그의 ‘장인’이자 나의 할아버지)는 ‘냉삼’이 유행하기에 훨씬 이전부터 몇 수 앞을 내다보곤 델몬트 오렌지주스 유리병에 동서 보리차를 담아 놓고 반쯤 얼어있는 냉삼 차갑지 않은 소주 바이브를 당시부터 질리지 않게 이어갔다.
실은 제대로 굽지 못하는 걸 지켜보며 기다리느니 차라리 직접 하겠다는 意中(의중)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껏 열이 오른 기름 빠지는 작은 구멍이 있는 불판이나 강렬한 용암처럼 타고 있는 숯 위로 그을린 보기만 해도 짜릿한 석쇠에 올리기와 뒤집기를 도맡았고 거기엔 어떤 거침도 없었다. 때와 장소가 어디였든 집게를 쥐고 있는 모양새는 언제 어디서든 ‘호스트’에 가까워 보였다.
그걸 보고 자란 나로서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신선한 선홍빛의 산수유 같은 붉은빛의 고기는 가장 잘 굽는 사람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명백하게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하나의 使命(사명)이었다. 사회생활이 시작되었고 학교 다닐 때야 서로가 해보고야 말겠다는 豪氣(호기)롭고 의욕적이던 분위기와는 달리 누군가는 이걸 도맡아야만 이 자리가 끝나는 눈치게임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꾸준히 고기 굽기를 맡아왔다.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에는 어느 정도 이상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그런 기대조차 없었지만. 아무리 보고 자란 게 있다 해도 실전은 달랐다. 이 세계에 초심자의 행운 같은 건 없었다. 잘해야 해서 하게 됐고 그건 달리 선택사항은 아니었다. ‘사명’으로 여기기로 했던 ’ 신성한 일’을 보기 좋게 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만큼의 실력은 아니라도 욕은 먹지 말자 다짐하면서. 새카맣게 타 과자처럼 변해 버린 종이처럼 바스락한 形相(형상)의 결과, 제대로 익히지 못해 구운 것도 찐 것도 아니게 된 뜨거운 젤리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눈앞에 마주했을 땐 붉은빛의 신선한 육질을 육안으로 확인했던 좀 전의 상황과 무한히 對備(대비) 되어 이 고귀한 순간을 일순간에 망친 집게를 쥔 逆賊(역적)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부끄러운 창작물, 駄作(태작) 같았다. 해를 거듭했고, 이제는 씩씩하게 고기를 올릴 수 있을 만큼 실력은 상승했다. 누군가의 입에서 고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판 앞에서 집게를 뺐어들어도 괜찮을 정도의 실력자로 거듭났다 자부할 수 있었고, 귀찮아서가 아니라 잘 구운 고기를 맛보고 싶어 기대하는 눈빛으로, 진정 그러한 이유로 기꺼이 가위와 집게를 허락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남이 구워주는 고기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굽기’에는 보이지 않는 실력과 등급체계가 있어서 公認(공인) 하지 않을 뿐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소리 없이 그 안에 전문성을 입혀낸다. 그건 진정한 고수들 만이 할 수 있는 일반인의 영역을 벗어난 전문 기술이고,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다. 이제는 여러 해 전 예술의 전당 앞에서 境地(경지)에 이른 기술력을 목격했고 그 이후의 몇 번의 실망을 거듭하다 뜻밖의 마곡 <녹지>에서 感歎 (감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맞이한다.
구워본 사람의 입장에서도, 수고스럽게 구워, 내어준 사람의 입장에서 봐도 깊이 承服(승복) 할 수밖에 없는 실력이 한 점, 그다음 한 점에 더 진하게 묻어난다. 그게 가장 좋아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羊(양) 고기라서, 요즘 유행처럼 자주 보이는 갈빗대가 인상적인 牛(소) 꽃갈비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재료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나.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충족함과 동시에 어렵지 않게 무한궤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잘 구워지고 제대로 가둬진 육즙의 세계에는 맛이 적당하지가 않아서 든든하게 배가 부르고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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