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타로가 일궈낸 천하

*메로구이 :동교동 천하의문타로

by HERMITAGE


같이 가는 사람은 더러, 계속해서 변했다. 한산하던 거리는 전보다 더 조용해졌고 태풍처럼 무언가 지나고 난 자리처럼 사방은 고요했지만 천하의 문타로만큼은 아니었다.


'천하였고, 문타로였다.’


홍대의 이자카야 천하와 이태원의 문타로가 합쳐져 낳은 ‘천하의 문타로’다. 부산 해운대, 경남 창원에도 거점이 있으니 서울부터 경상지역까지 영향력이 미친다는데 감히, 그럴만한 가게라 수긍한다. 수년이 지났다. 꽤 여러 가지의 메뉴를 먹어왔고 때마다 즐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지만 하나같이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동안빛바랜 간판을 보면서 지난한 세월의 흔적을 만났다. 수없이 떨어진 빗방울이 스쳤고 풍화가 진행시킨 적잖은 시간을 눈치챘다. 마지막으로 왔던 그날이 얼마나 얼큰했었는지 아련하게도 아득한 걸 보니 충분하진 않겠지만 그렇다 할 만한 시간이 지났으리라.


조금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번화가에선 좀 떨어져 몰래 가서 먹는 느낌이라 기억의 인상은 더욱 강렬하다. 정말 알아야만 지나칠 수 있는 거리를 보며 자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력을 갖췄다고 스스로 입소문을 내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역과 좀 떨어진 비교적 고요한 거리지만 그마저도 사실 몇 번을 걷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초심을 벼린다는 말을 많이 하는 요즘, 오랜만의 방문에서도 그들이 잃어버린 건 하나도 없었다. 단지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만 달라졌다. 꼬치를 메인으로 표방하는 만큼 홀을 들어서면 오픈 키친이 전면에 배치된 ‘꼬치존’이 눈에 들어오고 비좁지만 아담한 입구와 가득 찬 사람들 틈에서 아크릴로 세운 벽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한 자리씩을 겨우 배정받는다. 앉아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부족한 자리를 애석하게 달래는 방법이 데크 위에 자리한 두 개의 테이블 위로 천막을 치고 둘러앉아 구겨지듯 들어간다. 이 작고 소중한 공간에서 몸을 구기는 건 일종의 의식적인 행위다.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반감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경건한 마음으로 메뉴판을 받아 들고 이전보다 더 심플해진 디자인으로 개편된 페이지를 감상한다. 복을 가져다준다는 고양이가 무표정이지만 진지하고 한편으로는 근엄해 보인다. 꼬치와 다채로운 일품요리들이 페이지를 빼곡히 수놓아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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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굽는 곳에는 굽는 것을 판다. 연기에게도 길이 있어 제대로 관리한다. 왁자지껄하지만 그렇다고 산만하다거나 혼란스럽지 않다. 차분히 메뉴를 살펴보고, 첫 방문이라면 시작 메뉴로 언제나 ‘메로구이’를 추천한다. 기호에 정답은 없으니 취향에 따라 시작해 보도록 권하는 편이지만 추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말한다. 모둠꼬치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 결국 이어지는 화려한 마무리는 ‘덴뿌라’로 대미를 장식한다.


‘메로구이는 필살기이자 짧고 굵게 밤을 즐기는 이자카야에서 선행학습이며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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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없이 어렵게 방문한 자리라면 ‘쯔꾸네’는 꼭 먹고 갔으면 하는데 사람마다 일찍 배가 부를 수 있으니 선택사항이다. 자주 방문하던 예전에는 포장해 집으로 가져온 적도 더러 있었다. 나누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맛이다. 코로나라는 방해꾼이 훼방을 놔도 끄떡없다.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은 가게가 무서울 만큼 더 잘 되는 건 어떤 평지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하나다. 성능 좋은 침대처럼 옆에선 불이 나도 철옹성 같은 요새 안에서는 능숙하고 친절한 직원들이 손님에 집중하고 침착하게 응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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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프로페셔널함은 주방 안팎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서비스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이고 방문할 때면 긴장할 필요 없다. 사회자부터 방청객, 진행자와 패널을 고루 갖췄고, 모든 세팅은 끝났다. 다만 자리만 있으면 시작이다.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곳이라 자그마한 창 사이로 비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평균 연령대도 적지 않다. 많은 곳에서 다양한 맛의 기억을 갖고 있을 사람들, 그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손꼽히는 가게라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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