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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Dec 16. 2024

에밀리 디킨슨 & 크리스티나 로제티

그녀들의 이야기


문학에 관련된 유명한 작가나 시인들을 보면 주로 남성인 경우가 많은데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지만 여성 작가들과 시인이 요즘 들어 많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도서전이나 책 관련 행사를 가봐도, 책을 구입하고 읽고 책을 쓰는 일도 여성들이 많이 도전하고 출판되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실제로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도서전에도 대부분의 관람객이나 소비자가 20~30대 여성이 많았다고 하고, 온오프 독서모임이나 sns에서 책을 읽고 소개하거나 서평을 작성하는 경우에도 여성들의 참여가 많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 육아서처럼 다양한 분들이 즐겨 읽는 장르에 비해 시는 독자층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하는 분야인데 추운 겨울 마음을 톡톡 건드려줄 수 있는 유명 여류 시인 두 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여류시인이 있지만 서양에서 대비되고 언급되는 두 여류 시인이 있어요. 심지어 둘은 1830년 12월 5일(크리스티나 로제티, 영국출생)과 10일(에밀리 디킨슨, 미국출생)에 출생했다고 하는데요, 단 5일 간격으로 한 사람은 미국에서 한 사람은 영국에서 출생한 신기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의 이야기가 같이 언급되는 또 다른 이유는 디킨슨의 아버지는 대학 재무 담당자이자 주의원을 지냈고, 로제티의 아버지는 시인이자 이탈리아계 시인이자 단테를 연구하는 학자로 드 시인입니다. 조금은 대비되는 분위기의 지성인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는 점 그리고 두 작가의 시가 감성적인 시와 이성적인 시의 분위기로 조금은 비교되는 시의 느낌 때문일 거라 생각됩니다.  


은둔의 시인으로 알려진 에밀리 디킨슨 결혼도 하지 않았고 칩거생활을 이어갔으며 천편이 넘는 시를 서랍 안에만 간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시는 동생 라비니아가 그녀의 사후에 서랍에서 찾아내서 유언대로 편지는 불태웠지만 시는 출간을 서둘렀다고 합니다. 동생의 현명한 선택이 없었다면 이 아까운 시들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우리 곁에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에밀리 디킨슨은 아버지 집에 칩거하면서 항상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제 우리에게 유명한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이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흰옷을 입은 여인‘이라는 책까지 쓴 걸 보면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보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에 뒤이어 가족들의 악재가 겹쳐났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시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어둡기도 하고 죽음에 관한 시도 많이 보입니다.



I Noticed People Disappeared

I noticed people disappeared,
When but a little child, --
Supposed they visited remote,
Or settled regions wild.

Now know I they both visited
And settled regions wild,
But did because they died, -- a fact
Withheld the little child!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걸 알았다,
겨우 어린아이였을 때 --
멀리떠났거니, 황량한 지역에
정착했으려니 상상했다.

이제 나는 그들이 떠난 것도
황야에 정학한 것도 알고 있다
다만 모두 죽어 그랬다는 -- 사실
이제야 어린애가 납득했을 따름!


에밀리 디킨슨이 칩거생활을 들어간 건 아버지 사후, 자주 아프시던 어머니가 거의 30년 가까이 누워계시다 돌아가신 것도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혼자 머물며 써 내려간 수많은 시들은 혼자 쓰고 혼자 간직하였기에 아는 사람이 었었다고 해요. 시인의 일생은 외롭고 힘들어 보이는데 그녀의 시집을 천천히 읽다 보면 어둡고 갇힌 시인의 마음이 시에 녹아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살아생전에 그녀가 쓴 시를 보내 출판을 했지만 저자가 쓴 내용을 상의나 제안 없이 편집하거나 삭제되어 실리는 경우들이 생기다 보니 에밀리 디킨슨은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실제 그녀의 시를 보면 ‘--’ 같은 부호들이 시에 여기저기 들어가 있어 좀 특이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아버지가 시인이었기도 하지만 오빠가 유명한 시인이자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입니다. 한마디로 예술과 문학으로 뛰어난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는 집안이지요. 오빠는 19세기 영국 화가로 ‘라파엘 전파’를 결성한 회원이었는데요 수태고지 작품의 모델이 동생인 크리스티나 로제티라고 합니다. 남매가 문학예술적인 능력을 발휘한 배경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기에 자녀들에게 관련 도서를 읽히고 글을 쓰게 했다니 시인이 될 수 있는 멋진 배경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크리스티나의 언니도 에세이 작가였고 또 다른 오빠도 문학에 조예가 깊어 월트 휘트먼의 시를 영국에서 소개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문학과 예술로 가득 한 가족이 아닐까 싶어요.


크리스티나 로제티가 ‘고블린 시장(Goblin Market and Other Poems)'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큰 수익은 없었다고 합니다. 후에 크리스티나는 신앙적인 색을 드러내는 시를 발표해 인기를 얻었다고 해요. 첫 발표작인 ‘고블린 시장’은 굉장히 긴 시기에 다 소개하기보다 일부만 적어 소개합니다.


Goblin Market


...
Backwards up the mossy glen
Turned and trooped the goblin men,
With their shrill repeated cry,
"come buy, come buy"
When they reached where Laura was
They stood stock still upon the moss,
Leering at each other,
Brother with sly brother.
...

... (이상 생략)

이끼로 뒤덮인 협곡 위 뒤쪽으로
돌아서서 무리 지어 걷는 고블린들,
새된 목소리로 다시 외쳤답니다,
“사러 와요, 사러 와요.”
로라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고블린들은 이끼 덮인 땅에 과일을 든 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러곤 서로 음흉하게 쳐다보았어요,
동지 괴상한 동지와 함께.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면서
동지 교활한 동지와 함께.
 

...(이하 생략)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 나가도 보면 시라기 보다 한 편의 동화를 보는 우화적인 느낌이 들게 됩니다. 한글보다 영어로 보면 다양한 묘사를 하는 단어들이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는 느낌을 주어서 운율을 맞춘 느낌이 더 강합니다. 처음에는 시의 이야기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 자매의 서로 다른 이견과 고블린 시장에서 먹었던 과일이 주는 결과, 두 자매의 서로 다른 행보 등 다양한 표현들을 만날 수 있는 장편의 시입니다.


하지만 시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요소들이나 묘사들이 다양한 논란거리가 될 수도 생각할 거리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백설공주의 사과나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처럼 서양에서 과일의 유혹은 금단을 넘게 하는 열쇠같이 요소가 되는 건 어떤 이유인지 궁금해집니다.


두 시인은 자신의 작품 색을 뚜렷이 나타냈고 다양한 시들은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지는 추위가 깊어가는 시간에 달콤 새콤한 귤과 함께 에밀리 디킨슨 혹은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를 한 번 읽어보는 시간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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