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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Dec 02. 2024

휘트먼 vs 예이츠

시인이란


시는 시인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역사관이나 정치적인 색을 나타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시인이 살던 시기에 나라가 불안한 정세에 놓여있을 때 많은 시인들은 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 있을 때 일본에 저항하는 시를 썼던 많은 시인들이 있었던 것처럼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같은 시인들이 그분들입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하면 단연코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을 꼽습니다. 마릴린 먼로가 단순히 남성들의 마음을 훔치는 섹시심벌만이 아닌 대단한 독서가였다고 하죠. 430권 정도의 책을 수집하고 책벌레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책을 안식처라고 생각했고 많은 책을 읽었고 시를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여가활동 중의 마릴린 먼로가 직접 시를 쓰기도 했다죠. 마릴린 먼로가 좋아했던 시인이 바로 월트 휘트먼, 그의 시집 ‘풀잎’을 즐겨 읽었다고 해요. 당연히 애정하는 시집에 예이츠의 시집도 들어가 있었어요.


영시 하면 가장 먼저 시인 두 분이 떠올랐어요.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월트 휘트먼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영시의 손꼽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입니다. 두 시인의 시 그리고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유명한 시집인 ‘풀잎’은 휘트먼이 자비로 발간했는데 초판은 제목도 없었고 소책자 형식으로만 제작했고 작가의 이름마저 적혀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휘트먼은 민중의 대변인으로 불리며 미국 민주주의 정신을 표현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월든’으로 잘 알려진 ’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휘트먼을 존경해 절친한 스승과 제자사이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아직도 영화로도 책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멋진 참스승으로 그려졌던 키팅 선생님께서 외치던 ’Captain, Oh my captain‘도 휘트먼이 링컨을 기리는 시에 나와있는 구절입니다. 휘트먼의 수많은 시중에 가장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는 시가 아마 <나 자신의 노래  Song of Myself> 일 것입니다. 이 시는 52 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고 각각의 시들이 독립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노래한 휘트먼의 대표적인 시 ‘Song of Myself’의 한 구절을 같이 읽어 볼까요?



< 나 자신의 노래 20 > 중에서


나는 내가 당당하다는 것을 안다.
나는 내 정신을 정당화하거나 이해받기 위해 고심하지 않는다.
나는 기본 법칙은 결코 굴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결국 내 집을 짓는 정도보다 더 자랑스러운 행동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 그것이면 충분하다.
설혹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나는 만족해 앉아 있으리라,
그리고 설혹 세상 모두가 각자 알아준다 해도, 나는 만족해 앉아 있으리라



휘트먼의 시는 최근 ‘김영하 작가 북클럽’에서 히든 북클럽에 나왔던 도서 ‘헬로 뷰티풀’의 주인공 아버지가 좋아해서 아이들에게 읊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만큼 많은 미국인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준 시인이라 여겨집니다.

< 소설 ‘헬로 뷰티풀’ 일부, 시인 ‘월트 휘트먼’ >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예이츠의 서정시 [ 이니스프리 호수섬 ]의 시작 구절입니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젊은 시절 휘트먼을 숭배했었다고 하는데요, 1923년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은유적인 현대시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서정시를 주로 쓴 시인으로 알고 있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를 위해 민족문화에 힘썼던 극작가 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먼저 그의 시부터 감상해 볼까요?


이니스프리 호수섬 ( The Lake Isle of Innisfree )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그곳에서 진흙과 나뭇가지로 작은 오두막 집 짓고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아홉 이랑 콩밭심고 꿀벌치며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벌 윙윙거리는 숲에 홀로 살리라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그리하면 나 그곳에서 평화를 누리리라, 평화는 살며시 떨어지리니,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아침 휘장으로부터 귀뚜리 우는 곳으로 떨어지리니.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그 곳 한밤 온통 깜박거리고, 대낮 자줏빛으로 불타고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저녁 방울새 날개소리 가득하네.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r's wings.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호숫가에 나지막이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찰싹거리는 호숫물 소리 밤낮으로 늘 들리니.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차도에서도, 회색빛 포장도로 위에서도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소리 듣네.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이 시는 ‘월든’으로 유명한 소로의 책을 읽고 소로처럼 문명에서 벗어나 이니스프리 섬에서의 삶을 꿈꾸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있어요. 이 시를 읽으면서 저도 나를 둘러싼 모든 짐들을 다 벗어던진 채로 소로나 예이츠처럼 혼자만의 삶을 꿈꾸어 봤지만 저는 문명을 떠나서는 못 살 것 같아 마음을 살포시 접어봅니다. 이 시를 썼을 때 시인의 나이는 25살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어린 시절 살았던 런던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도시보다 자연을 더 사랑할 것 같은 시인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예이츠에게는 이루지 못할 사랑이 있었습니다. 바로 ‘모드 곤(Maude Gonne)'이라는 미모의 민족주의자라고 합니다. 여러 번 예이츠가 10년 간 4번이나 청혼했으나 매번 거절당했고 끝까지 친구로 그녀 곁에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모드곤은 키가 183cm 가까이 될 정도로 키도 크고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였는데 예이츠는 소극적이었던 민족운동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변화한 계기가 바로 이 모드 곤 때문이었다고 해요. 모드곤은 예이츠의 평생의 뮤즈로 알려져 있지만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과 여성인권운동에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예이츠에 묘비에 적인 그의 언어가 적혀 있는데 사후 무덤을 위해 자신의 모비명을 정해주고 시를 노래했는데 그 시의 마지막 구절이 묘비명에 적혀있습니다. 이 시는 예이츠 사망 몇 달 전에 만들어진 <Under Ben Bulben> - ’벌벤산 아래‘라는 마지막 부분입니다.


Cast a cold Eye On Life.
Death Horseman pass by

차가운 눈을 던져라
삶 위에, 죽음에
말 탄 자여 지나가라




점점 추위가 엄습해 오는 겨울에 다다랐습니다. 아침의 기상시간이 유독 힘들어지고 포근한 이불 안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 계절이지요. 그래도 힘차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서 따뜻한 차와 함께 시를 즐겨보시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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