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
(나태주)
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
그리고 억울해서
세상의 반대쪽으로 돌아앉고 싶은 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버리기라도 하고 싶은 날
내게 있었소
아무한테서도 잊혀지고 싶은 날
그리하여 소리내어 울고 싶은 날
참 내게는 많이 있었소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류시화
내 마음속에 머무르는 새여
네가 나를 아는 것만큼은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다
너는 두려움과 용기의 날개 가졌으며
상실과 회복의 공기 숨 쉬며
날것인 기쁨과 슬픔에 몸을 부딪친다.
너의 노래는 금 간 부리가 아니라
외로운 영혼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희망의 음표 잃지 않는
내 마음속에 머무르는 새여
내일 네가 어느 영토로 날아갈지는
내가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신이 결정할 일
삶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해하지 않으련다
삶이 남기고 가는 것도
삶은 전부를 주고 그 모든 것 가져갈 것이므로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광야의 별
(이육사)
억눌리면 억눌릴수록
역사는 후일 그 고통을 증언한다.
온 겨레가 광야에서
영원한 별을 우러르고 있다.
떠난 사람들 영혼이
밤하늘 은하수처럼 흐른다.
이제 어둠이 물러나면
횃불을 든 사람들이
여명을 향해 달려오리라.
아직 날이 밝자면 멀었지만
첫닭이 울면 곧 새벽이 오리라.
흩어졌던 가족이 고향에 돌아오고
나라 위한 겨레들의 죽음이
별처럼 다시 살아나리라.
치욕당하고 살아가는 것보다
정의롭게 살아가리라
웅크리고 살던 겨레가
자유를 찾아 가슴을 활짝 펴고
광야로 달려나오고 있다.
“나에게는 행동의 연속만이
있을 따름이오. 행동은 말이 아니고
나에게는 시를 생각한다는 것도
행동이 되는 까닭이오.‘
밤하늘의 무수한 별이
시가 되고 구국을 향한
겨레의 행동이 되어 움직인다.
압박과 설움을 벗어나는
겨레의 빛이 되어 터진다.
저 광야에서 외치는 불꽃같은 울음,
가슴이 벅차 너무 벅차
뒹굴고 뒹굴어도 여명의 빛을
진정할 수가 없다.
이 광야는 천지가 열린 태초부터
우리 겨레가 지키고
우리 겨레가 소중하게 가꾸어온
신성한 땅,
광야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소리친다.
어둠 속에 별이 빛난다.
바다도 산도 나무도 여명을 맞이하여
빛을 향해 소리친다.
저 광야에 별빛이 찬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