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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24. 2022

원시림 속 퐁퐁 터지는 숨소리

제주생활 5일 차 - 곶자왈의 숨소리를 듣다

who. 일어나 보니 협재 바다가 눈앞에 있다. 잠자리의 불편함보다는 바로 자연을 마주할 수 있으니 이렇게 다니는 것을 끊을 수가 없다. 어제 그렇게 불던 바람은 잠잠하고 하늘은 화창하다.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저지마을로 이동해야 하니 채비를 한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이 아침 일찍 주차장을 돌아나가고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what. 곧 도착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가던 중 금능해변을 지나서 갔다.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인데 오~ 여긴 주차장 뒤로 바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물이 끝까지 들어와서 찰랑되는 푸른 바다를 보니 이곳으로 차박지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지마을로 향했다.  


where. 저지마을에서는 시작하는 올레길이 2개, 끝나는 올레길이 1개로 총 3개의 올레길을 걷기에 좋은 곳이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14-1 코스가 오늘의 목표이다. 제주의 숲을 즐기기에는 이 코스가 좋다. 다른 올레길에서도 곶자왈을 만나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곶자왈을 산책할 수 있고 문도지 오름에서는 그 곶자왈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코스다.


when. 버스를 타고 30분 즈음 지나서 저지마을에 도착했다. 저지예술 정보화마을이라 하여 미술관과 예술인마을을 형성한 것이 10여 년 전부터 봐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올 때마다 인적이 없는 조용한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why. 숲길을 지나니 별 모양의 꽃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은은한 향기 또한 좋다. 백서향이라는 꽃이다. 보통 3월에 꽃을 피워 5~6월에 열매를 맺는 나무라 하는데 5월 초 곶자왈에서 이 꽃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만리까지 향기가 난다 하여 만리향이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하얀 꽃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진 모습이 장관이다. 덕분에 꽃길을 많이 걸었다. 


how. 숲이 얼마나 울창한지 해가 잎사귀 틈새로 방울방울 그림을 만들어내는 빛을 제외하고는 숲 그늘 속에 완전히 들어간다. 그런 곶자왈에서 걷다 보면 퐁퐁 소리가 난다. 처음에는 짐승이 지나가는 소리인가 했는데 마치 비눗방울 터지는 소리처럼 퐁퐁거리는 소리가 난다. 돌과 돌 사이 그 어디쯤 나는 소리다. 아~ 그러고 보니 검은 오름에 갔을 때 해설사가 말해줬던 것이 기억난다. 숲이 숨을 쉬고 있구나! 사람의 소리 하나 없는 그곳에서 숲의 숨소리를 듣고 있으니 딴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제주의 숲을 온몸으로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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