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이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

by 이도영

1) 형식과 내용


3-25
공자가 고대의 성왕 순임금이 지은 음악인 소(韶)를 듣고 평했다.
“소리가 지극히 아름답고 내용 또한 지극히 착하다”
무왕이 지은 음악인 무(武)에 대해서 “소리는 지극히 아름답지만 내용이 지극히 좋지는 못하다”라고 하였다.


팔일편 25의 말씀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소리와 내용 모두가 아름다워야 해요. 아이들에게 오늘의 말씀의 의미를 물었어요.


"순임금과 무왕의 음악을 비교하고 차이점을 말하고 있어요.”

"어떤 차이점이 있지요?”

"소리와 내용이 모두 좋아야 해요.”

"이 말은 다른 것에도 적용이 됩니다. 형식과 내용이 모두 좋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형식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이 너무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국민 청원 이야기를 꺼냈어요. 강릉 송정 숲 개발에 대해 배울 때 시민단체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렸던 사실을 알았거든요. 국민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청원제도는 형식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내용이라고 했어요. 송정 숲 개발을 막아달라는 것은 형식과 내용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죠. 하지만 청원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을 올린다면 내용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에요.


청원에 대해서 이해를 하니 자연스럽게 우리 학교 다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모임 안건은 어떠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다모임 안건에서 친구를 혼내주세요라고 쓴 것은 내용이 적합하지 않아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은 다모임 안건에는 넣으면 안 돼요.”

"우리 모두를 위해 개선하고 추구할 점을 적어야 해요.”


오늘의 말씀은 팔일편 3과 연결이 됩니다. 인하지 않은 사람은 음악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인한 사람은 나만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만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사람만이 내용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아이들이 깨달은 점과 적용할 점을 어떻게 썼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모임을 하는 방식과 내용이 함께 좋아야 한다.”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게 할 것이다.”

“소리와 내용이 모두 아름다워야겠다.”

“다모임 안건에 애들이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


2) 범죄자에게도 인을 실천해야 하는가?


4-2
공자가 말했다.
“인(仁) 하지 못한 사람은 곤궁한 처지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안락한 처지에서도 오래 살 수 없다. 인한 사람은 인을 편안히 여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인을 이롭게 여긴다”


이인편 2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토론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인하지 못한 사람이 곤궁하면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어요.


"인하지 못한 사람은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을 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난하게 되면 다른 사람 물건을 훔치기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해요”


인하지 못한 사람이 안락한 처지에 있어도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내 이익만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으니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은 욕심이 끝이 없어요”

"이기적이고 놀부 같은 사람이에요. 욕심이 더 많아 교만, 방자해져요”

"욕심을 버리지 못해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가 없어요”


인한사람은 인을 편하게 여긴다는 무슨 의미인지 물었어요.


"인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인을 실천한다는 말이에요”

"습관적으로 남을 배려하니 인을 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말이에요”

지혜로운 사람은 인을 이롭게 여긴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 물었어요. 오히려 반대로 물어봤습니다. "남에게 베풀면 오히려 내가 가진 것이 줄어드니 손해가 아닌가요?”


"지혜로운 사람은 인이 좋은 것을 알아요. 남에게 베풀다 보면 신뢰가 쌓여 친구가 생겨요”

"베풀다 보면 음식이나 돈이 없어지지만 그 자체로 뿌듯하니 내가 얻는 것이 더 커요”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친구가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토론을 촉발시킨 문제의 질문입니다.


"근데 선생님, 범죄자에게 베풀어도 될까요?"


매번 제가 질문을 던지다가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아이가 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을 했다는 뜻이니까요.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어요.


"범죄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강호순이나 주단테한테는 베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사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베풀게 되면 손해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사기를 친 것이면 돈을 다시 돌려주면 되지만, 살인이나 성폭행은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달라질 것 같아요"

"범죄자가 사기를 친 사람인지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하니 제가 하나의 사례를 던져주었어요.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을 치어 죽었고 20년을 복역하고 나온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우리 마을에 왔다. 반성을 해서 술을 절대 마시지 않고 운전도 하지 않으려고 자동차도 없다. 이 사람에게 인을 행해야 할 것인가?"

인을 행하지 못한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예요.


"죽은 사람 입장이면 인을 행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복수심이 들지 않을까요?"

"사람을 죽인 것이니 무서워요. 만나서 인사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직접 찾아가서 음식 같은 것은 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직접 마주 보고 인사는 못할 것 같아요. 포스트잇에다가 글을 적어서 인사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는 인을 행하라고 지시하는데, 마음은 그러지 못해요"


인을 실천해야 한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예요.


"범죄자도 사람이에요. 사람은 서로 돕고 베풀어야 하는데, 그 사람이 진짜 반성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사람이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요. 주변이 외면하면 힘들어할 것이다.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니 인해도 될 것 같아요"

"음주운전은 계획된 살인이 아니라 죄책감을 느낄 거예요. 우리가 인을 베풀면 그 사람이 우리와 잘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이에나 가족>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하이에나가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예요. 옆집에 할아버지가 굉장히 악질이었는데, 주변에서 쓰레기도 치워주고 떡도 주니 할아버지가 착해지고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예요. 우리가 인을 행하면 나쁜 사람도 착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논어라는 재료를 통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이 멋졌고요.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멋졌습니다. 저는 그저 아이들의 생각들을 잘 들어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었을 뿐인데,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3) 사람이 범하는 과실


4-7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범하는 과실은 각각 그 부류에 맞으니, 그 허물을 관찰하여 사람의 부류에 맞게 대하면 여기에서 인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이인편 7은 사람이 하는 잘못을 보고 허물을 관찰하여 그것에 맞게 대하면 인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말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어요.


"인한 사람 구분법이에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데 그 행동을 보고 현자인지 소인인지 알 수 있어요”


현자와 소인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물었어요.

"그 사람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요. 눈썰미가 필요해요”

"현명한 사람은 인을 실천하고, 소인은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서 파벌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아이들이 갈피를 잡지 못해서 제가 질문을 했어요.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어요. 잘못을 저지르고 이후의 행동을 보면 현명한 사람인지 소인인지 구분하는 것은 인에 달려 있어요. 인과 관련해서 설명을 해주세요.”


"잘못을 한 사람이 자신을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벌을 받지 않으려고 하면 소인이에요”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면 현자예요”

저는 가수 싸이가 군대에 두 번 입대했던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처음 군 복무를 할 때 공연을 하는 등 복무를 소홀히 해서 다시 입대를 하게 됐어요. 물론 재입대했을 때 싸이는 가기 싫었다고 해요. 전역한 지 7개월 만에 다시 입대를 해야 했고, 쌍둥이 딸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누구랑 싸워서 입대를 미룰까 생각도 했대요. 그때 부인이 "싸이인데 후지다”라는 말을 했대요. 그리고 재입대를 결심하고 "구질구질하게 굴어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못은 합니다. 잘못을 하더라도 누구는 현자가 될 수 있고, 누구는 소인이 됩니다. 그 기준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인'입니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변명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현명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겠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을 것이다”

“사람이 잘못을 하고 나서 하는 행동을 보면 현자인지 소인인지 알 수 있다”

“잘못을 반성하는지 안 하는지 보려면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된다”

“나는 다른 사람이 현자인지 소인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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