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친구하며 논어에 대해 대화하기

by 이도영

이영근 선생님의 <초등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를 읽고 밥친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에 급식을 먹으면서 매일 다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에요. 코로나19로 급식실에서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되고부터는 점심을 먹고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보통 교실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운동장 벤치에서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함께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밥친구를 하면 보통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어봅니다. 학교 오는 것이 즐거운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어봐요.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이유를 들어보기도 해요. 그럼 아이의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점수가 낮은 아이들 얘기는 따로 기록해두었다가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해요. 나중에 학부모와 상담할 때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요즘에 제일 관심이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일상에서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거예요. 어떤 아이가 조성진의 피아노곡이 좋다고 해서 저도 그 연주를 찾아서 들어보기도 하고요. BTS의 노래가 좋다고 해서 쉬는 시간에 함께 노래를 듣기도 했어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와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팀에 대해서 대화를 하기도 해요. 이렇게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훨씬 가까워진 사이가 됩니다.


우리 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은 없는지 물어봅니다. 친구들에게 평소에 부탁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하면 들어보고 필요하다 싶은 이야기는 대신 전해주기도 해요. 아이들이 제게 부탁하는 것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적극 반영합니다. 반티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미술시간에 우리 반 반티를 디자인해보고, 주간계획을 단체 채팅방에 공유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현장체험을 가고 싶다고 해서 교과와 관련된 현장체험을 아이들이 직접 구상해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던 것을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면 수업과 학교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밥친구를 하다보면 아이의 가정 배경, 성격, 취미, 소질, 관심, 교우관계, 문화 등 다양한 특성을 고루 파악할 수 있습니다.


논어를 함께 배우고 나서는 밥친구 마지막 즈음에 논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간단하게 오늘 배운 구절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봐요. 골똘히 생각하다가 유레카하며 오늘의 키워드를 이야기해요. 요즘 배운 구절 중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 이유도 함께 물어봅니다. 또다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며칠 전에 배웠던 구절의 핵심 가치를 말해요. 이렇게 배운 것을 꺼내는 작업을 하면서 되새기기를 하게 됩니다. 먹은 것을 소화시키는 것처럼 오늘과 며칠 전에 배운 논어를 소화시키는 거예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이끌어 주기는 것은 기본입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여 핵심 가치를 자기화하고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배우고 있는 논어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나에게 논어란 무엇인지, 논어를 배우기 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물어요. 논어가 아이들의 삶 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의미를 얻으려면 논어를 자기 삶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의미를 얻는 과정은 단순히 아는 것과 달라요. 아무리 지식과 정보를 머리 가득 담고 있어도 노동, 작업, 행위, 즉 삶 속에 자리 잡게 하지 못한다면 그 배움은 의미가 없습니다. 배움이 의미 있으려면 왜 배우는지, 배움으로써 자신의 삶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한 아이와 밥친구를 하다가 나에게 논어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삶의 지혜를 주는 책”이라고 말합니다. 이유를 물었어요. “군자다운 경쟁이 기억에 남아요. 경쟁이란 상대방을 이기는 걸로만 알았는데,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것이 군자다운 경쟁이란 걸 알고 인상 깊었어요. 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예의 근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눈치 채셨겠지만 밥친구를 할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일상의 이야기,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 바라거나 부탁할 일들에 대해 먼저 대화를 나누고 논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무턱대고 논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요. 또 주된 역할은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것이에요. 어른들이 훈계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 미리 계획해서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되, 마이크는 항상 아이들이 쥘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사가 아닌 부모님께서 집에서 아이들과 논어를 공부하는 경우에는 밥친구처럼 식사대화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유대인들이 하는 하부르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식사 시간에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재미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거기서 배울 점이 무엇이었는지 함께 나누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에 함께 배우는 논어의 의미를 묻는 거예요. “너에게 논어란 무엇이니?”


참고문헌

권재원, <교육 그자체>, 우리학교, 126쪽

전성수, 양동일, <질문하는 공부법 하브루타>, 라이온북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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