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경의 <예기> 학기편에서 유래한 ‘교학상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지요.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기만 하고 제자는 스승으로부터 배우기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면서 발전하고, 제자는 배우면서 성장해요.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가르치면서 배움을 얻지요. 이‘교학상장’의 관계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이들이 있으니 이황과 기대승입니다.
기대승은 31살에 과거에 급제하고 이황을 스승으로 모시기 시작했어요. 당시 이황의 나이는 57세로 둘 사이는 스물여섯 살 차이가 났습니다. 직급의 격차도 어마어마했어요. 기대승은 종9품으로 오늘날로 치면 9급 공무원이고요. 이황은 성균관 대사성을 마치고 공조참판 자리에 있었어요. 성균관 대사성은 오늘날 서울대학교 총장에 해당하고, 공조참판은 현재의 장관급이에요. 하지만 이황과 기대승은 13년간 1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진지하게 학문적 교류를 이어갔습니다. 이황은 인간의 도덕심은 이(理)에서, 인간의 감성은 기(氣)에서 별도로 발현된다는 이기 이원론을 주장했어요. 기대승은 스승의 논리를 반박하며 이와 기는 하나로 연결됐다는 이기 일원론을 주장했지요.
공방은 8년간 치열하게 이어졌습니다. 이황의 논리에 기대승이 의문을 제기하면 이황이 답해주고 다시 기대승이 반론하는 식이었어요. 이황은 기대승의 학식을 존중하고 그의 논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 자기 생각을 수정했습니다. 이황이 젊은 하급 관리에 불과한 기대승에게 하대하지 않고 깍듯하게 예를 갖췄어요. 이황은 기대승을 통해 자신의 이론에 부족함을 채워나갔고, 기대승은 이황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의 학문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2-13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말을 내뱉기 전에 먼저 행동을 하고, 그다음에야 말이 행동을 뒤따르게 하는 사람이다”
먼저 아이들에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어요.
"엄마가 잔소리하기 전에 미리 행동하라는 말이에요”
저번에 효도에 관한 말씀을 기억하고 이야기한 것이에요. 엄마가 “방 청소해”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방청소를 먼저 하는 것이라고 이해한 거예요. 아이가 논어를 잘못 해석했다고 가타부타하지 않아요. 이럴 때는 다른 아이들에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요.
"내가 말을 하기 전에 행동으로 증명하라는 말인 것 같아요”
이 말을 듣자 효도에 관한 이야기로 오해한 아이가 "아~”합니다.
말보다 먼저 행동을 해야 하는 사례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어요.
"친구가 싸우면 먼저 말리고 나중에 싸우지 말라고 해요”
"위급한 상황에 먼저 도와줘요”
"전쟁에서 장수가 직접 나서서 싸워요”
아이의 말을 듣고 이순신 장군이 생각나 명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12척의 배밖에 남지 않았고 일본 330척의 배와 맞붙어요. 이순신 장군은 좁은 해협인 울돌목으로 적을 유인했지요. 330척이 밀고 들어왔지만 울돌목 좁은 곳을 통과해 들어온 배는 100여 척이었어요.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예측이 어긋났습니다. 병사들에게 정신훈련을 시켰지만 다들 겁을 먹고 따라나서는 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 홀로 100여 척과 맞서 싸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동한 다른 배들이 그제야 싸우러 다가왔어요. 남보다 앞장서 지킴으로써 모범을 보인다는 ‘솔선수범’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아이와 논어를 공부하면서 좋은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의 생각과 말을 듣고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어요. 논어 말씀을 읽고 나서 어떤 말을 해줄까 고민했을 때는 이순신과 솔선수범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는데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전혀 뜻밖의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논어를 아이와 함께 읽어나가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논어를 통해 아이만 배우는 것이 아니에요. 함께 공부하는 어른도 아이의 생각을 통해 배움을 얻고 함께 성장합니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교학상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