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이 되는 어른

by 이도영

우리 시대의 모범이 되는 어른으로 신영복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책 담론에서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를 가슴으로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타자에 대한 ‘공감과 애정’이라면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은 ‘변화’입니다.


선생님은 목수 문도득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통 우리는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리는데 목수였던 그 노인은 주춧돌부터 그렸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노인의 그림을 보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을 시작하셨습니다. 바로 자기 변화의 길입니다. 차이는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이어야 한다고 역설하셨어요. 차이는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의 대상이고, 학습의 교본이어야 하고,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입니다. 따라서 공부라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의 세계를 해체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어른이란 가슴에서 발까지의 먼 여정을 기꺼이 떠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범이 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수양과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자기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어떤 영향을 줄지 항상 염려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논어의 여러 구절 중에서 모범으로서의 어른을 보여 주는 구절은 팔일편 15입니다.


3-15
공자가 태묘에 들어가 일마다 물었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누가 추 땅 사람의 자식(공자)이 예를 잘 안다고 했는가? 태묘에 들어와 매사를 묻고 있구나.”공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예이다”


공자가 임금의 묘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 절차에 대해 계속 물어봤어요. 관리인은 귀찮기도 하고 저명한 공자가 계속 물어보니 의아해했겠지요. 그런데 공자는 그렇게 매사를 물어보는 것이 예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물었어요.


"안다고 잘난 척하지 않고 겸손한 것이 예의에요”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예의 근본인데, 일마다 물어보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에요”


아이들에게 혹시 이것과 반대되는 일을 겪은 적이 없는지 물었어요.

"학습지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모르는 것이 있었는데 빨리 끝내고 싶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했어요”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카톡으로 뭘 물어봤는데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어요”


아이들 말을 들으니 저도 고등학교 때 일이 생각이 났어요. 고1 수학 시간이 너무 재미없었어요. 학원에서 다 배웠다고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뒤로 나가 소설책을 수학책으로 가린 채 읽었어요. 이것도 예를 지키지 않은 것이지요. 당시 수학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제 잘못을 얘기했더니 좋아하네요. 선생님도 저런 때가 있었구나 하며 안심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살면서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해요. 언제나 예를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요할 수 없어요. 우리가 아이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른으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것뿐입니다. 먼저, 어른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잘못한 행동을 반성하고 기꺼이 고치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해요. 자신의 경계선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체하고 자신을 변화시켜야 해요. 매사문, 자기 자신에게 일마다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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