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가 진짜 살아있는 지식이 되려면

논어를 읽는 기본 방법

by 이도영

아이들과 논어를 만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크게 4단계로 이루어져요. 첫째, 함께 소리 내서 오늘의 구절을 읽습니다. 둘째, 공책에 오늘의 구절을 필사합니다. 셋째, 오늘의 구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넷째, 오늘의 구절을 공부하고 깨달은 점이나 내 삶에 적용할 점을 적습니다. 이렇게 진행하게 되면 빠르면 20분이면 마무리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이야기를 많이 쏟아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흠뻑 빠져있을 때가 많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한 단계씩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소리 내서 읽기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왜 소리 내서 읽는 것이어야 할까요? 교실 속에서 여러 아이와 함께 읽기 때문이 아니에요. 혼자 읽더라도 소리를 내서 읽어야 합니다. 소리를 내서 읽으면 시각과 청각을 함께 쓰게 됩니다.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오늘의 구절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게 돼요. 그 구절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소리 내서 읽다가 이해가 잘 안 되면 알아서 천천히 읽게 되고, 계속 읽다 보면 문득 뜻을 깨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늘의 구절과 내가 서로 만나고 나면 다음 단계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속해야 해요.

2. 공책에 필사하기

소리를 내서 오늘의 구절과 만난 뒤에는 공책에 그대로 베껴 적어야 합니다. 왜 귀찮고 힘든 일인데 굳이 써야 할까요? 손으로 꾹꾹 눌러쓰다 보면 그 구절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와 제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직접 적다 보면 내가 공자와 제자가 되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늘의 그 구절이 씨앗이 되어 내 마음속에 심어지는 느낌입니다. 소리 내서 읽는 것이 ‘스며듦’이라면 공책에 필사하는 것은 ‘심어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3. 함께 이야기 나누기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를 지나야 합니다. 내 몸에 스며들고 심어진 오늘의 구절에 대해 내 생각을 표현하는 시간이에요. 어른의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지의 스승’에서 이야기했듯이 아이에게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하여 오늘의 구절을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아이가 훌륭하게 해석한 것에 감탄하고 나서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깊이 있는 질문이 생각의 수준을 더 깊게 해 줍니다.


먼저,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물어 확인해요. 논어에는‘관대, 공경, 상례, 아첨, 평정심’등 한자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단어의 뜻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자주 등장하는 ‘예’와 ‘인’은 매번 뜻을 떠올려보는 것 같습니다. 예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인은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에요.


어려운 단어의 뜻을 파악했다면 다음에는 구절 전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구절의 핵심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거예요. 그 구절에 관한 아이의 사례를 물어보기도 하고, 다른 친구가 말을 하면 그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충해달라고 묻기도 해요.


의미를 이해한 뒤에는 일부러 반대되는 이야기를 꺼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다른 사람에게 가진 것을 베풀게 되면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요?”라고 묻는 거예요. 오늘의 핵심 내용과 반대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서 아이의 생각을 촉발하는 겁니다.

또, 갈등 상황을 만들어 주기도 해요. 공자의‘도덕성’에 대해서 배우는 날이었어요. 도덕성이 좋지만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과 도덕성이 좋지 않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 중에 누구와 지내고 싶은지 묻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할 것들을 제공하게 되면 어느 순간 아이들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건네 오는 때가 옵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범죄자에게도 베풀어야 하나요?”라고 물었어요. 이 질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결을 해줍니다. 자연스럽게 전체 토론으로 이어졌어요. 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굉장히 짜릿합니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오늘의 구절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뜻이고, 자기에게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는 것이니까요. 새로운 생각이 기존의 자기 세계와 부딪힌다는 것이고, 이것이 너무 궁금해 밖으로 표현한 거예요.


말은 아이가 하도록 양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의 구절에 대한 어른의 생각은 잠시 접어둡니다. 아이가 머리를 써서 직접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세요. 아이가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평소 생활과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길 때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대부분은 아이들끼리 이야기 나누는 것을 돕는 수준에서 그칩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제 생각을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때 제 생각을 이야기해줍니다.


오늘의 구절과 관련된 영상을 보여주어도 좋습니다. “의로운 일을 보고도 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를 배울 때 일본 지하철역에서 취객을 구하러 뛰어든 이수현 씨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었어요. 아이들 모두 감동하고 숙연해지는 모습이었어요.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했던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이순신과 명량,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관련된 영상을 보며 배운 것을 되돌아보았어요.


꼬리에 꼬리를 이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가 준비한 이야기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좋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깊어지려면 다양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요. 땅을 깊게 팔려면 우선 넓게 파야 합니다. 땅을 넓게 파는 데에는 첫 삽을 거치게 마련이지요. 그 첫 삽을 뜨기 위해서 반드시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 그 질문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논어로 시작된 어른과 아이의 콜라보, 주고받는 이야기의 앙상블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넓고 깊게 파인 땅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4. 깨달은 점, 적용할 점 쓰기

이제 마지막 남은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깨달은 점과 적용할 점을 공책에 쓰는 것이에요. 아름답게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아깝게 휘발시키지 않고 붙잡아두는 최고의 방법은 내 생각을 글로 적는 것입니다. 오늘의 구절을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핵심을 나만의 표현으로 바꿔 적는 것이에요. 내가 깨달은 것을 적는 것입니다.

“인자(仁者)의 마을에 거주하는 것이 훌륭한 것이다. 거주할 곳을 잘 선택하여 인자의 마을을 택해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고 하겠는가?”를 배우고 나서 인자가 사는 마을로 이사 가는 것보다 내가 사는 마을을 인하게 만들자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이들은 어떻게 정리했을까요?


“인한 마을에서 살고 싶을 때 자신이 인한 사람이 돼서 먼저 마을을 인한 마을로 만들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깨닫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합니다. 머릿속에 넣은 지식은 행동으로 변하지 않으면 죽은 지식이에요. 모범이 되는 어른에서 이야기했듯이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을 해야 해요.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내 삶에 적용할 점을 적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요. 오히려 사소한 것일수록 내 삶에 적용하기 쉽고 진짜 행동할 수 있어요. 내가 사는 마을을 인자(仁者)의 마을로 바꾸기 위해서 아이들은 무엇을 적었을까요?


“나는 내가 인사부터 잘해 인한 마을을 만들겠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면 인사하겠다.”

논어의 구절은 “인자의 마을을 택해 사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통해 이것을 변형했어요. “우리가 먼저 인한 사람이 돼서 인한 마을을 만들자. 그 첫걸음으로 함께 사는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자.”라는 새로운 명제를 만들고 행동 결심을 만들었습니다.


소리 내서 읽고, 필사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인풋입니다. 내 가슴에 스며들고 마음에 심어진 구절을 통해 내가 깨달은 점을 쓰고 삶에 적용할 점을 쓰는 것은 아웃풋이에요. 내 몸을 통과해 밖으로 나온 지식은 오래 기억됩니다. 실천을 함께 하면 진짜 살아있는 지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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