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눠주는법
친구: 뭐 해?
나: 마사지받으러 왔어.
친구: 진짜 마사지받으러 거기 공장 취업했네
태국에 와서 거의 1주일에 5번씩 가는 마사지샵이 있다.
그날 하루가 아무리 정신없이 흘러가도, 퇴근 후 마사지샵에 가는 건 내 일상의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마사지를 받으러 태국 공장에 들어간 게 과언이 아닐 정도로.
뭉친 근육이 풀려가는 사이, 나는 일기장을 펼쳐 일기를 적어내려간다.
악필이나 번짐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결핍들이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지켜주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다르게 아무 방해요소 없이 오직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내가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이유이다.
쓰다가 문득, ‘아 이건 브런치에 옮겨도 좋겠다’ 싶은 날도 있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으면, 그날 썼던 문장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러면 마사지샵의 조용한 방 안에서 적은 글들이 조금씩 다듬어져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타이 마사지가 아닌 발마사지를 받았다.
평소에 가는 방이 아니라 왼쪽이 통유리로 탁 트인 공간이 너무 고급스럽고 예뻐서 기록하려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찍어줄까?
새로 온 공간에 들뜬 나를 본 카운터 직원 분이 말을 걸었다.
아마 이쪽도 일주일에 다섯 번씩 오는 나에게 내적 친밀감이 쌓였으리라.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올려도 될까요?
그러자 반기면서 자신들도 발 마사지받는 모습을 찍어서 샵 채널에 올려도 되냐 한다. 카운터 직원분은 그렇게 10분 동안 진심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시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일기를 쓰는데 손이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이 남아 다른 공책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나의 사소한 재능이다.
갑자기 잘 그리게 된 건 아니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오랫동안 그려왔더니 어느 정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더란다.
사람들은 재능이 있다고 하면 흔히 말한다.
그걸로 밥 벌어먹을 수 있어?
사람들은 사소한 재능을 등한시하는 일이 많다. 밥벌이가 안 되는 능력이면 쓸모가 없다고 느끼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런 소소한 능력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주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만들어주는 것. 나는 그게 단순히 몇 푼 더 버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유럽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종종 캐리커쳐를 해 선물로 준 적이 있다.
그때 사람들이 내 그림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너무 소중했기에,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그림 선물은 언제 해도 진부하지 않다. 사람마다 독특함이 있고, 그 독특함이 변수를 만들어 항상 새로운 반응이 나오기에, 언젠가부터 그림을 그려주는 것은 나의 작은 취미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시원한 마사지를 해주는 마사지사분께 작은 행복을 주고 싶었다.
당신을 위해 그렸어요
그림을 건네주자 나만한 아들이 있는 그녀는 소녀처럼 기뻐하며 카운터로 달려갔다.
마치 무언가 귀한 보물을 발견한 아이처럼, 카운터 직원분께 그림을 들고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멀찌감치서 지켜보았다.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그림을 손에 들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림을 들고 틱톡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언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었다. 웃고, 또 웃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
그들은 계산도 미처 하지 않고 대기실로 들어가더니, 소녀처럼 달려오며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사진은...
이렇게 붙였어.
아무 장식도 없던 차가운 금속 위에 그림 한 장이 올라가 있다. 한동안 그들의 사물함에는 내 그림이 붙어있을 것이다.
나의 작지만 소중한 재능이 그렇게 그들의 공간에, 하루에, 기억에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벅찼다.
안녕하세요, 에밀리입니다.
오늘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요즘 뜨는 브런치북’ 2위를 했다는 소식을 보고, 너무 감사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 작은 도전을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책을 써 보는 게 저의 어릴 적 꿈이었는데, 꿈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 같아 요즘 행복해요.
취미는 혼자 즐겨도 참 즐겁지만,
그 취미가 누군가에게 작은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낭만적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남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작은 취미가 있으신가요?
오늘 글도 따뜻하게 읽히셨길 바라며,
항상 건강하세요.
에밀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