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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공장의 1000원짜리 아침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by 에밀리

태국 공장의 탕비실은 두 가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침을 먹는 사람들과 먹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는 사람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태국 사람들은 아침으로 뭘 먹을까?”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밥과 꼬치


입사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옆 부서 직원 한 분이 비닐봉지에 담긴 밥과 꼬치를 조용히 책상에 두고 가셨다.


처음에는 '이 회사는 아침도 챙겨주나?' 싶었지만 그냥 그 분이 매일 아침을 받는데, 그날 아침을 먹기 싫어서 나를 갖다 준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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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

아침은 데리야키 소스가 발라진 닭꼬치였다.

옆에 있는 하얀건 뭔가 싶었는데 밥이였다...

이렇게 밥이랑 꼬치랑 같이 먹으라고 포장해온건데 환경호르몬이 걱정되긴 했지만 맛은 있었다.


이렇게 한 끼가 25바트 (1000원) 정도이다.

꽤나 영양가있고 배부른 아침식사인데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되었다.


그의 아침공세는 몇 주간 이어졌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 옆자리 상사에게.

옆자리 분은 1주일의 긴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는데, 원래 이 분한테 자기 아침을 주다가 없으니 나한테 준 것이었다. 하지만 옆자리 상사도 아침을 딱히 먹는 스타일이 아닌지 아침을 받을 때 마다 나를 처다봤다.


이거 줄까?

하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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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에게 아침을 주었다ㅋㅋㅋ


밥과 꼬치로 구성되어있는 간단한 아침은 생각보다 양이 많았고 맛있었다.

꼬치는 닭고기일때도 있고 돼지고기 일 때도 있는데, 데리야끼 소스가 발라져 있다.

밥은 태국 밥인데 한국 약밥에 들어있는 밥처럼 쫀득했다.


2. 국수


어느 날은 사무실 입구에서 국수 냄새가 풍겼다. 향긋한 고수와 간장, 국물 냄새였다.

알고 보니 어떤 분이 아침으로 국수를 포장해와 탕비실에서 먹고 있었다.


"아침부터 국수야?"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설렁탕이나 국밥을 아침에 먹지 않던가.


태국의 아침 국수는 뜨거운 국물에 삶은 면, 그리고 고기 몇 조각과 고수, 숙주가 들어있다. 적당히 얼큰하면서도 속이 편해지는 맛이다. 며칠 뒤 누군가가 나에게도 국수를 줘서 먹어보았다.


내일은 뭘 먹을지 생각하면 묘하게 출근이 즐거워졌다.


3. 밥 대신 간식


반면 아침을 굶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안 먹는 게 아니라, 출근 후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곤 했다.

그것은 바로, 과일과 간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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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모찌, 코코넛 젤리, 카레 과자? 같은 것들이다.

옆자리 선배가 나에게 먹어보라고 코코넛 젤리를 하나 주기도 했다.

코코넛을 좋아했기에 맛있게 먹었다.


태국의 아침은 꼭 ‘한끼’가 아닐 수도 있다.
입맛을 깨우는 작은 간식으로 시작되는 하루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다양한 아침들 사이에서

시리얼을 조용히 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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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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