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넘는 긴 머리를 빗겨주고 마실 물을 빨대 달린 물통에 채워 가방 옆에 넣어준다. 엘리베이터를 잡고 마스크를 고쳐 쓴다. 손잡고 학교까지 걸어가다 교문 앞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면 아이는 걸어가는 중간중간 나에게 손을 흔든다.
아이의 첫 등굣길은 마음이 짠했다. 엄마가 학교에 없어서 슬프다는 아이...
교실에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기를 일주일째. 아이를 믿고 애써 밝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나의 옛날이야기를 주었다.
" 사실, 엄마도 학교 갈 때 울었어."
아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엄마도 엄마가 엄청 보고 싶어서 울었어. 그래서 너도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알 것 같아. 근데 넌 엄마보다 좀 용기 있더라! 눈물 한 번 쭉 흘려도 발걸음이 엄청 씩씩해. 엄마는 울면서 안 가고 계속 서 있었거든. 눈물 한 번 쓱 훔치더니 씩씩하게 걸어가는 거 보니까 넌 분명 엄마보다 용기 있는 사람이야."
아이는 울음을 그치더니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표정을 보니 엄마보다 용기 있다는 말에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든 것 같았다. 조금 뒤 앙다문 입술을 열고 한마디 했다.
" 근데 엄마! 나 눈물은 훔치지 않았어. 그냥 손으로 닦았어."
나의 격려를 듣고 처음 나오는 말이 무엇일까 작은 기대를 갖고 귀를 기울였는데 첫마디가 예상 밖의 멘트였다. 순간 나는 아이를 꽉 안고 깔깔깔 하고 한바탕 웃었다.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까지 아이는 울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슬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운동장 중간쯤에 서서 뒤를 돌아보더니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것도 힘차게!
난 순간 헛것이라도 본 것 마냥 눈이 동그래져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정말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내 눈에는 이내눈물이 고였다.
드디어 마음 가득 용기가 생겼나 보다. 새로운 환경에 낯설어하고 힘들어하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적응하는 아이. 나와 닮아 안쓰럽고, 나와 달라 대견한 아이.
네가 손을 들어 나에게 흔들어주던 그날, 너와 나는 새로운 날이 되었다. 이제 서로의 품에서 벗어나 혼자 씩씩하게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