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우주 Dec 27. 2021

"가져오고 싶어" 와 "먹고 싶어"의  차이

아이와의 대화

집 근처에 반찬 가게가 새로 생겼다. 남편은 카톡으로 개업 떡과 식혜를 준다고 얼른 가보라고 연락이 왔다. 하교 한 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아이는 다리가 아프다며 가기 싫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남편에게 또다시 카톡이 왔다.


"얼마 남지 않았대."


덩달아 조급해진 나는 아이에게 다시 한번 재촉했다.


"엄마랑 나가지 않을래? 거기 새로 생겼으니까 구경도 하고 반찬도 사면 떡이랑 식혜 준대. 가서 가져오자!"


그래도 아이는 고집을 피운다. 마침 전화 온 남편에게 아이가 가려고 하지 않고 혼자 있지도 않으려고 해서 못 나갔다고 했더니 약간 근엄한 말투로 "금쪾이 바꿔봐!"라고 했다. 평소에도 아이의 이유 없는 투정을 잘 받아주지 않는 남편이기에 전화로 아이를 야단치려나 하고 살짝 긴장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 남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금쪽아~아빠가~ 식혜가 먹고 싶어~ 금쪽이가 엄마랑 같이 나가서 받아올 수 있어?"

"네~"


엥? 갑자기? 그렇게 쉽게? 내가 가자고 할 때에는 안 가더니...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엄마가 가자고 할 때에는 왜 가지 않았냐고 하니, 엄마는 가져오자고 했고 아빠는 먹고 싶다고 해서 아빠를 위해 다녀온 거라고 한다.

엄마도 먹고 싶다고 했으면 나갔을 거라고 했다. 순간 "언어의 온도"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언어에도 동기유발이 되는 적절한 온도가 있다고 느껴진 순간이다.


이전 02화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