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살, 올해 막 초등학교에 갔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글쓰기 연습
나는 8살, 올해 막 초등학교에 갔다. 유치원에서 제일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도 내가 학교에 간다고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엄마는 학교에 가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할머니,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보고 듣고 하신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금쪽아~학교 들어가면 뭐가 갖고 싶으냐?"
난 가방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순간 엄마가 나를 콕콕 찌르더니 "롱 오리털 잠바" 하고 입을 씰룩거리며 열심히 손으로 모양까지 만들어 보인다. 난 엄마 말을 알아듣고 이내 마음을 바꾸어 "오리털 잠바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진짜 오리털 잠바냐며 계속 물어보셨다. 사촌들은 모두 가방을 사달라고 했다고 우리 금쪽이는 진짜 오리털 잠바냐고 또 물으셨다.
사촌이 가방을 갖고 싶어 했다는 말을 들으니 핑크색 가방이 더 갖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간절한 눈빛을 다시 보고서는 오리털 잠바를 갖고 싶다고 대답했다.
학교는 내가 가는데 왜 엄마가 자꾸 갖고 싶은 것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빠와 엄마는 방에서 속닥속닥 하시더니 거실에 나와서 나에게 할아버지처럼 갖고 싶은 게 무언지 또 물어봤다.
'하... 이제는 아빠의 마음까지 읽어야 하네.' 하고 머뭇거리는데 아빠가 말씀하신다.
"금쪽아, 금쪽이가 학교에 가니까 네가 진짜 갖고 싶은 걸 말해도 돼!"
아빠 표정이 밝다. 눈도 착해 보인다. 내가 솔직히 이야기해도 괜찮은 모양이다.
"핑크색 가방이요."
그렇게 나는 입학 선물은 가방을 받기로 결정 났다. 엄마의 표정도 좋아 보인다. 근데 입꼬리가 귀에 걸리지 않은걸 보니 엄마는 아직도 오리털 잠바가 갖고 싶은가 보다. 아빠한테 엄마가 오리털 잠바가 필요한가 보다고 말해줘야겠다.
다음날 엄마가 잘 잤냐며 내 볼에 뽀뽀를 해주더니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가방을 고르자고 한다. 난 바로 마음에 드는 가방과 신발주머니 세트를 발견했다. 그런데 엄마는 그걸 찜해놓고 다른 가방을 더 보자고 한다. 나는 이제 만화를 봐야 하는데 자꾸 이리 와서 "이건 어때? 이건? 아까 그 가방보다 더 예쁜 것 같아." 하며 나에게 빨간 가방, 체크 가방, 핑크인데 체크 모양 있는 가방 등을 계속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엄마에게 이제 가방을 그만 보라고 이야기 해야지!
" 엄마! 나는 색깔은 핑크, 체크 없는 것. 조개 모양이 있는 아까 그 가방이 제일 좋아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봐요!"
그랬더니 엄마는 나를 쳐다보며 눈이 동그래지더니
"알았어......" 하신다.
엄마가 예전에 가르쳐준 대로 어른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진짜 엄마에게 통한다. 만화를 보며 엄마를 힐끗 보았더니 엄마는 아직도 휴대폰을 들고 있다. 나는 갖고 싶은 게 단번에 보이는데 엄마는 참 오래 걸린다.
그림을 그릴 때 난 엄마에게 자꾸 물어본다.
" 엄마! 무슨 색이 좋아? 옷은 뭐 입고 싶어? 머리 모양은?"
그러면 엄마는 "금쪽이가 좋아하는 거, 금쪽이가 예뻐 보이는 거."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난 " 핑크!" 하며 내가 좋아하는 색을 말해주고 엄마가 말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엄마는 조금 생각하다가 "오렌지색" 하고 이야기한다. 이제야 엄마가 좋아하는 색을 찾았나 보다. 내일은 또 무얼 찾게 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