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오래 걸으면 꼭 슬러시를 먹겠다고 한다.
얼음덩어리라서 잘 사주지 않다가 5번의 1번꼴로 사주는 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떡볶이집에서 파는 망고맛 슬러시.
뚜껑도 없고, 약간 큰 종이컵에, 숟가락이 달린 노란색 빨대를 툭 꽂아주신다.
뚜껑이 없어 불안하던 찰나, 역시나 마스크 안쪽에 쏟았다.
어제의 욱! 함을 미안해한지가 채 하루가 되기도 전에 난 또 욱! 하고 말았다.
여분의 마스크도 없고 티슈도 없는 난감한 상황...
다시 떡볶이집으로 들어가 티슈를 구해 열심히 닦는 내게
"엄마! 마스크에서 망고향이 나서 좋아요~"
하고 씨이익 웃는다.
이런 상황에서 초긍정인 건가?
아이다운 발상인 건가?
덕분에 난 다시 웃었다.
오랜만에 유난히도 파란 하늘이 상쾌하다고 좋아했다가
말썽 피웠다고 금방 성을 냈다가
아이의 긍정적인 멘트 하나에 다시 웃었다.
이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외부환경에 의해서 금방금방 좌지우지되는 내 변덕스러운 마음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마음이 평온하고 안정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내 바람이 오히려 나로 인해 자꾸만 망가지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고 속상하고 안쓰럽다.
망고 슬러시!
이것만 사 먹지 않았으면
아니,
사 먹고 쏟았어도
쓰윽 쳐다보고
씨익 웃어주고
조용히 닦아주었으면
실수해도 괜찮다고,
실수했을 땐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오늘도 부족한 엄마는 잠든 널 바라보며 깊은 성찰을 한다. 내일은 좀 더 나은 엄마 사람이 되어볼게...
사랑한다.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