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가, 6년 8개월 후

by 요기남호

* 표지사진: 우르드바 쿠쿠타사나


어제부터 아쉬탕가요가 수련 6년 9개월째로 들어섰다. 한달 전과 거의 비슷하다. 나이 탓인지, 아사나들이 어려운 탓인지.. 진전이 더디다. 후퇴와 미세한 전진을 반복하고 있다.


카포타사나는 여전히 고통(?)을 수반한다. ㅋㅋ 카포타사나를 하지 않는 주말 후, 월요일에 카포를 하려고 허리를 뒤로 꺽으려면 힘들다. 컨디션이 좋은 월요일엔 세번째 시도에서 두 발꿈치를 잡지만.. 언제, 첫번째 시도 때 두 발꿈치를 잡을 수 있으려나..


눈에 띄게 나아진 아사나는 핀차 마유라사나. 팔꿈치를 굽혀 두 팔뚝을 매트에 대고 머리가 매트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자세다. 이젠 처음 시도에서도 가뿐하게 물구나무를 선다. 그 상태에서 호흡도 10번 이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그 다음 아사나인 카란다바사나. 핀차 마유라사나 자세에서 양발을 가부좌상태로 취한 후, 서서히 내려 양 팔에 걸쳐 놓고, 그 상태에서 5번 호흡 후, 다시 다리를 위로 올리는 아사나다. 말이 쉽지.. 매우 어려운 아사나다. 이 아사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고수 중에서도 고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난 여전히 핀차 마유라사나 상태에서 가부좌를 취하지도 잘 못하고, 오늘처럼 컨디션이 좋아서 가부좌를 취한다고 해도, 천천히 내려오지 못하고 털버덕하게 매트를 꽝 치게 된다. 존의 조언대로, 가부좌상태에서 그냥 오래 머무는 연습을 하려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오늘은 이곳 미국에서 선거일이라, 버지니아대학 요가수업이 없었다. 그래서 AYC (Ashtanga Yoga Charlottesville)에 가서 수련을 했다. 최근에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요가실은 예전에 비해 넓어졌는데.. 창문이 없어졌다. 그래서 나에겐 좀 답답하다. 그리고 이곳은 최근에 아쉬탕가요가 뿐 아니라 다른 요가도 같이 수련이 가능해졌다. 그 다른 요가는 Black Lotus라는 요가인데, 옛날 버지니아대학에 다니던 학생이 아쉬탕가요가를 시작하여 졸업 후에도 계속 아쉬탕가요가를 하여 고수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자신 만의 요가를 시작한 요가다. 그 사람의 이름은 Ty Landrum. 이곳에서 아쉬탕가요가를 시작했던 제니퍼의 애제자이다.


난, 사실 Black Lotus를 굳이 만들었어야 했나란 생각이다. 같은 요가실에서 그 요가를 하는 사람의 동작들을 보니, 이 요가는 아쉬탕가요가의 초급과 중급시리즈의 아사나들 중에 선별해 조합을 이룬 요가다. 그 아쉬탕가요가 시리즈에서 아주 어려운 아사나들은 제외가 되었다. 이미 확립된 아쉬탕가 시리즈가 있는데.. 굳이 잡탕 비슷한 걸 새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란 의문. 아쉬탕가요가가 어렵다는 세간의 인상때문에, 이런 spin-off (방계?) 비슷한 새로운(?) 요가를 만들어 보통사람들이 하기 쉬운 요가라고 선전을 하는 것이 나로선 좀..


나의 취향에는, 그냥 한우물을 파는 게 더 맞다. 아쉬탕가 초급 부터 꾸준히 하다보면, 중급을 하게 되고, 또 고급도 조금 하게 되지 않나. 꾸준함이 관건이다.


버지니아대학의 아쉬탕가요가 그룹에 꾸준히 나오는 멤버가 하나 더 늘었다. 학부 4학년인 여성이다. 이름은 Cat. 이 그룹에 Cat의 이름을 가진 여성이 세명이나 된다. ㅋ 이 학생은 대단하다. 지난 8월 말 개학을 한 후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요가를 해본 적이 없단다. 그러니까, 이제 겨우 2개월하고 2주쯤 지났다. 그런데, 벌써 초급을 다하고 중급시리즈를 시작했다. 허리는 뒤로 너무 쉽게 꺾여서, 드롭백/컴백업을 아주 쉽게 한다. 난, 그걸 하는데 최소 5-6년이 걸렸는데.. ㅋㅋ 젊다는 게 이리 좋을 수가.. 이 학생은 웬지 모르겠지만, 항상 내 바로 뒤에서 수련을 한다. 나이는 내 딸아이와 똑같다. 내 딸아이가 이렇게 요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부러움이 이 여성을 보면 생긴다. 대견하기도 해서, 가끔 짧은 대화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가, 몇주전에 그 학생이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았다길래, 맨하탄프로젝트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해주려고, 밖에서 만나 점심 한끼를 사주었었다. 이 학생은 항상 잔잔한 미소를 띄운다. 이 어린 학생의 잔잔한 미소의 근원은 무엇일까가 가끔 궁금했었다. 부모가 의사라 했다. 물질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검소함이 몸에 배여있는 듯하다. 차가 있음에도 거의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요가에 올때도 자전거로 온다.) 이유는, 자신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하려고. 환경을 위해. 그리고 이곳 지역 중고 자전거 가게에서 일주일에 하루 봉사활동을 한다. 식생활은 채식주의. 생선도 먹지 않고, 달걀과 치즈는 먹는 채식주의. 참 바르게 자란 학생이다. 다음에 딸아이가 집에 오면, 소개를 시켜주어야겠다.


다시, AYC. 이곳의 수련 분위기는 버지니아대학의 요가수련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상대적으로 매우 느슨하달까. 아직 어려운 아사나를 수련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도를 너무 나간다. 내가 서울과 교토에서 고급시리즈의 일부 아사나들을 하고 있으면, 그곳의 선생들이 똑같은 생각을 할지도.. ㅋㅋ 아뭏든, 가끔 이곳 AYC에서 수련을 할때마다, 버지니아대학에서 선생 존의 지도하의 수련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느끼게 된다. 선생도, 그리고 멤버들도 훌륭한 그룹.. 넓고 양벽이 통창인 쾌적한 요가실은 덤이고.


그나저나, 7년 기념일 전에는 카포타사나와 카란다바사나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런지.. 4개월 남았는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