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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HAS May 11. 2023

봉인 해제


*****

해영은 두 사람 식사를 확인하기 위해 룸을 나섰다.


“나는 운전해야 돼서 못 마시지만 산하 씨는 한 잔해요.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어제보다 얼굴이 좋아 보여요”

“잠을 푹 자서 그런지 컨디션도 좋아진 거 같아요”

“당분간 매일 야근할 일은 없으니까 쉬엄쉬엄 해요. 낮에 잠깐 만져보니까 다행히 얼굴 말고 다른 데는 살이 안 빠졌어요”


산하는 얼굴을 만지면서 제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찬영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들어오다 누가 들으면 어떡하려고요. 그런 말은 집에서도 둘만 있을 때 해요”


찬영이 제 입을 막고 있는 그녀 손을 잡아 입맞춤을 하는 사이 노크 소리가 들리고 해영이 와인과 애피타이저를 가지고 들어섰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눈살 찌프릴 모습이지만 해영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산하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해영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찬영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연애나 데이트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찬영이 결혼 할 사람이라며 산하를 제게 소개 할 때 해영은 제 친구 진짜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딸 진서를 제외하고 여자라는 사람을 가까이 한적 없던 찬영이 인생 짝을 만난 것인지 제 연인을 대하는 모습은 다정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로맨틱해져 있었다. 


“괜찮아요. 이런 룸에서 더 찐한 애정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자주 보는 장면이라며 별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 말에 얼굴이 더 붉어진 산하가 찬영에게 놓아 달라고 조용히 말하자 그제야 손을 놓아주었다.


“오늘은 산하 씨랑 둘만 온다고 해서 코스로 준비했어요. 이건 호박죽이랑 야채샐러드 그리고 닭 가슴살 냉채예요. 점심 건너고 저녁 일찍 드시는 거니까 소스를 강하지 않게 만들어서 따뜻한 죽이랑 같이 먹기에 괜찮을 거예요. 천천히 드시고 계시면 본 식사도 바로 나올 거예요”


해영이 음식에 대해 간략하게 소재하면서 테이블에 와인을 내리자 산하가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셰프님은 같이 안 드세요?”

“어젯밤에 늦게 보냈는데 오붓한 시간까지 뺏으면 남자 친구 기분이 별로 일거예요. 

무엇보다 예약 손님들이 많아서 주방에 가 봐야 해요”

“나중에 제가 한번 대접할게요. 지난번에 신세 진 일도 있으니까요”

“그럼 저야 영광이죠. 찬영이랑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해영이 산하와 찬영에게 인사를 하고 룸을 나섰다. 

찬영은 빈 잔에 와인을 채워 산하 앞에 내려놓고 호박죽을 먹으면서 냉채 안에 들어있는 닭 가슴살만 골라내 그녀 입에 넣어 주었다. 

두 사람이 애피타이저를 다 먹을 때쯤 본 식사가 나왔다. 

식당 매니저가 테이블에 식사를 올려 준 후 룸을 나서자 나란히 앉은 산하와 찬영은 서로를 마주 보고 한 손만 사용해 어렵지 않게 식사를 이어갔다. 늘 그렇듯이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식사를 챙겨 주면서 조금은 느리지만 서로에게 집중하면서 변함없이 애정 충만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드러내 놓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산하는 자신과 함께 있을 때면 늘 스킨십을 해주는 찬영으로 인해 이제는 둘만 있을 때는 그의 손길을 편안히 받는 것에 익숙해졌고 제가 받은 만큼 그에게 표현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을 한번에 마친 찬영과 산하는 해영에게 인사를 한 후 식당을 나서면서 해가 떨어지지 않은 이른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원한 강바람을 맞을 수 있는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 


자동차 계기판에는 외부 온도가 삼십 도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온 두 사람에게는 높은 온도와 뜨거운 바람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숨을 쉴 때마다 코 끝에 느껴지는 뜨거운 공기와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찬영과 산하는 서로 손을 맞잡고 높게 뻗은 미루나무 가로수 길을 걸으며 평온하고 편안한 산책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오랜만인 거 같아요”

“나 때문에 찬영씨도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당분간 일찍 퇴근해서 애들이랑 시간 보낼 수 있으니까 찬영씨는 자유시간 보내요” 

“애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어요. 덕분에 준서랑도 많이 친해졌어요”


저녁 여덟 시가 넘으면서 찬영과 산하가 걷고 있는 산책로 건너편 높은 빌딩 숲 사이로 해가 지면서 하늘이 오렌지 빛 노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찬영이 산하와 맞잡고 있던 손을 살짝 당겨 그녀를 제 곁으로 바짝 붙여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마와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는 긴 머리카락을 들어 올려 목덜미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 주었다. 산하는 그가 불어주는 입 바람에 작게 웃었다.


“올림머리를 할 걸 그랬어요”

“그 모습은 나만 봐야 하는 건데..”

“같이 나올 때는 괜찮지 않을까요? 이렇게 더운 날에 올림머리 하면 엄청 시원해요”

“산하 씨 더우면 안 되니까 더울 때는 시원하게 해야죠”


선심을 쓰듯 말하는 그 때문에 산하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다시 손을 맞잡고 기울어지는 해와 노을을 등지고 자신들이 걸어왔던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강 산책으로 생각지도 못한 예쁜 노을까지 본 두 사람은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 있었다. 

주말 저녁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도로 위에는 많은 차들로 인해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차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찬영 씨 부모님이 준서랑 진서 때문에 많이 힘드셨겠어요”

“준서랑 진서가 힘들게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생은 좀 되실 거예요”

“내일은 애들이랑 같이 시간 보내요”

“그러면 더워도 밖으로 나갈까요? 

둘 다 어려 놀이기구 타는 건 힘들지만 놀이공원에도 구경할게 많으니까 애들이 좋아할 거 같은데”

“좋아요. 햇볕이 뜨거우니까 실외보다는 실내 놀이공원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오랜만에 외출 하는 거니까 준서랑 진서 사진도 많이 찍어야겠어요”


신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산하를 보자 찬영 얼굴에도 미소가 올랐다. 


“내일 아침 먹고 애들 데리고 바로 놀이공원으로 가요”

“네, 그리고 저녁은 부모님이랑 같이 먹어요. 부모님들께서도 고생 많으셨는데 식사 대접이라도 했으면 해요”

“두 분이 좋아하시겠네요. 내가 미리 연락 드려 놓을게요”


산하가 밝게 웃으며 찬영 손을 가져다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


“산하 씨 스킨십이 많아졌어요”

“누가 자주해주는 덕분에 자연스러워진 거 같아요” 

“그 애정을 받는 사람이 ‘나’뿐 이라서 아주 마음에 들어요”


*****

외출 후 산하와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찬영은 제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애들은 뭐하고 있어요?”

“잘 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머니랑 고생 많으셨겠어요. 내일 아침 먹고 애들 데리러 갈게요”

“여기서 놀다 오후에나 데리고 가지 산하 힘들게 뭐 하러 아침부터 데리고 가”

“산하 씨 컨디션이 괜찮아서 아이들 데리고 오랜만에 외출하려고요”

“엄마, 아빠랑 오랜만에 놀러 가면 애들도 기분 좋아지지. 알았다”

“저희가 가서 준비 할 테니까 괜히 힘들게 챙기지 마세요. 미리 알고 계시라고 전화 드린 거예요”  


아버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찬영 곁으로 산하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


“알았다. 그럴게”

“그리고, 산하 씨가 내일 두 분이랑 저녁 같이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떠세요?” 

“우리야 당연히 좋지”

“그럼 저녁은 저희랑 드세요. 식당은 제가 예약해 놓을게요”

“알았다. 내일 보자”

“네, 주무세요”


통화를 마친 찬영이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옆에 앉아 있는 산하를 천천히 살폈다.


“아버님이랑 통화한 거예요?”


뽀얗고 말간 얼굴에 완전히 마르지 않아 물기가 살짝 남아있는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아담한 몸에 어울리는 짧은 반바지와 크롭 티셔츠를 입은 채 그의 시선을 빼앗았다. 

“ ..아! 내일 아침에 애들 데리러 간다고 말씀 드렸어요”


제 옆에 앉은 산하를 잠시간 말없이 바라보던 찬영은 늦은 답을 하고는 그녀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했다. 


“저녁을 일찍 먹어서 약간 출출한데 간단하게 한잔하고 자는 거 어때요?” 

“좋아요”

“마시고 치우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다 마시면 산하 씨는 먼저 방으로 가요”

“아침에 푹 자서 괜찮아요”

“내일 애들이랑 놀려면 체력이 필수에요”


소리 없이 빙긋 웃으며 머리를 끄덕인 산하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찬영은 그녀 입에 포도 한 알을 넣어주었다.  산하가 제 입안에 있는 포도를  베어 물때 찬영은 산하 입술과 그 안에 있는 포도를 한 입에 베어 물고는 환하게 웃으며 산하 입술을 제 손가락으로 닦아 주었다. 


*****

“금방 올 테니까 쉬고 있어요”

“알았어요”


뒷 정리를 마친 찬영이 방으로 들어서자 산하는 이불을 걷어 내어 그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고생했어요. 얼른 누워요”


열대야로 늦은 밤이 되어도 외부 온도가 이십 오도를 넘어서는 날이 많아도 이불을 덮고 잘 정도로 더위를 타지 않는 산하였지만 찬영과 함께 하는 날에는 늘 에어컨을 켰다. 

날씨가 더워도 산하와 함께 하기 위해 찬영은 상의를 벗어 보조 의자에 올려놓은 후 이불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제 품 안으로 바짝 끌어 안았다.


“더우면 그냥 자요, 나는 괜찮은데 찬영 씨는 더울 거 같아요”

“산하 씨가 아플 때만 빼고 따로 자는 건 안돼요. 그리고 에어컨도 켜서 괜찮아요”


낮밤 관계없이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산하를 품에서 멀리 떨어 놓으려 하지 않는 찬영은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품에 안긴 그녀 체향을 맡으며 잠드는 것이 습관이 되어 혼자 자는 날이면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제 품에서 작은 소리로 웃던 그녀가 얼굴을 들어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찬영은 그녀 등허리를 부드럽게 쓸어 내리면서 자신을 찾아 온 입술을 한껏 물고 진득하게 빨았다. 

농밀하게 짙어진 입맞춤에 그녀에게서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오자 찬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금씩 더욱 농밀해지는 입맞춤에 그의 목에 팔을 둘러 제 몸을 가까이 붙인 그녀는 점점 강건해지는 그를 느끼며 입술을 조금 더 깊이 탐하기 시작했다. 


찬영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팔에 힘을 주어 더욱 꼭 끌어 안으며 조금씩 뜨거워지는 그녀 몸을 느꼈다. 허리를 쓸어 내리던 제 손을 짧은 상의 안으로 넣어 봉긋하게 올라온 부드럽고 말캉한 가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제 손길에 호응하듯 저도 목에 둘렀던 팔을 풀어 자신을 안고 있는 탄탄한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더 없이 녹진하고 은밀해지는 손길에 지금까지 단단한 이성으로 봉인되어 있던 욕망이 활화산처럼 강하게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 찬영은 이순간을 기점으로 앞으로 제 이성이라는 것이 욕망을 통제 할 수 없음을 알았지만 그녀는 저의 작은 행동이 앞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힘든 시간을 가져올지 전혀 알지 못했다.


깊은 곳에 묶여있던 욕망은 산하에 의해 끌어내졌고 오늘에서야 제대로 발현 된 욕망은 그녀가 저를 손대지 못하게 금지 시키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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